대학교들이 교비를 교직원들의 보험료 납부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지난 6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44개 대학교가 대학교 등록금 및 진료비 등에서 총 2080억 원을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보험료로 납부하였다. 본래 사학연금 보험료는 교직원들이 각자 내야 하는 것으로, 학교 등 제 3자가 대신 냈을 경우 당연히 불법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대학교에서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면서 이들 대학교는 앞장서서 불법을 저지른 꼴이 되었다. 심지어 연세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이러한 행위를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은 거세다. 위 명단에 포함된 대학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학생들의 분노에 찬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매년 초 그 해의 등록금을 협상하기 위해 행해지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는 늘 등록금 사용 내역 공개를 놓고 학교와 학생대표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학교들이 등록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상당수의 학생들은 학교가 등록금을 부정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는 심증을 가져 왔다. 이번 명단 공개로 불길한 예감은 사실이 되었고 더 이상 학생들은 학교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과도하게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졸업 후에도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을 온전히 학교 발전에 사용해도 모자란데, 엄연히 교직원 개인이 내야 할 돈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피땀이 어린 등록금으로 충당해 왔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교육부의 안일한 처사도 문제다. 당초 교육부는 사학연금 보험료를 불법 대납한 대학교의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여론에 떠밀려 명단을 공개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법 대납금 환수 문제가 남아 있다. 사학연금법의 위반이 명백하기 때문에 보험료의 환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학연금 보험료가 대학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의해 지급한 돈이기 때문에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법보다 노사 간의 단체협약이 우선시된단 말인가. 더구나 그 단체협약은 위법에 기반을 둔 협약으로, 노사 간에 조직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시종일관 뒷짐만 지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보험금 반환을 요구하라고 하지만, 이는 학생들 개인이 떠맡을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가 직접 나서 불법 대납금 환수에 앞장서고, 더 이상 대학교에 이러한 나쁜 관습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교 역시 자신들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 대학교들의 이러한 행위로 인해 교직원들은 더욱 배가 불렀을지 몰라도, 정작 ‘학교의 주인’이라고 하는 학생들은 훨씬 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번 일로 인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크다.이제라도 이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