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촛불이 뜨겁다.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및 대선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최대 인원인 3만여 명(경찰 추산 4천여 명)이 운집했다. 지난 6월 말 700여 명으로 시작된 집회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촛불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사실상 파행으로 치닫자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까닭이다.

국정원 사태의 국정조사에 대한 여야의 합의는 지지부진하다. 여야가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한 교섭에 대한 여당의 태도도 아쉽다. 국정원의 국정조사 기간이 열흘 남짓 남은 가운데, 새누리당 국정조사 위원은 휴가를 명목으로 자리를 비우며 국정조사 재개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 여당의 국정조사 특위 위원의 과반 이상이 조사기간 중 지역구로 내려갔다. 시민들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촛불을 밝힌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야당 측은 국정원 조사기간 45일 중 여당이 합의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조사기간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시민들은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여야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현 사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공영언론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중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는 있으나 정작 보도되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한 국정원 국정조사를 중계방송하지 않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해당 글이 빠르게 리트윗되며 논란을 낳고 있다. 촛불의 현장도 정치권의 태만한 행태도, 국정원의 기관보도도 방영하지 않는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현 사태를 외면하는 언론을 지적함과 동시에, 개인 SNS를 통해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며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오락가락하던 장마가 끝난 후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을 전후로 서울시청광장에서는 범국민 시민촛불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고 모이는 대규모 상경 집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의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가운데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시청광장으로, 청계광장으로 휴가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