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초 공개될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개편안이 서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오히려 부자나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 과표구간 단일화’는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기업에 불리한 정책이다.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이 집을 팔 때의 세금을 줄여주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와 같이 부자 감세에 해당하는 정책도 있다. 반면 ‘의료비․교육비 소득공제 폐지 및 세액공제 도입’이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하향 조정’ 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서민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과세 형평성 기조를 내걸고 저소득층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연봉 6000만원이면 고소득층이라 큰 손해를 보게 되고 연봉 1200만원 이하여야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는 서민의 범위는 너무 좁은 듯하다.

대선 과정에서 약속된 복지 공약들을 지키기 위해 세수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주목받는 것은 복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곽이 드러난 세재개편안은 복지 증가를 위해 필요한 추가 세금은 물론 대기업이나 상류층의 세수 감소로 인한 공백까지 서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시민들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요구했던 것은 단순히 어떻게든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를 늘리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의 뜻에서 드러나듯 사회 전반적으로 불공평한 상태인 부의 재분배를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다. 복지의 수혜자인 서민이 당연히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거나 하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했던 2008년 이후 이 같은 ‘부자 감세’와 이를 메우기 위한 ‘서민 증세’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의 일괄 인하를 필두로, 부동산 활성화 정책 기조는 5년간 부자 감세를 유지했다. 이와 같은 부자 감세에 대해서 정부는 ‘투자를 유도하고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경제적 낙수 효과라는 핑계를 대왔다. 그러나 MB 정부 5년간 90조 원의 세수만 줄어들고, 투자효과나 경제성장효과는 미미하다는 일단의 결론이 난 상태다.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과세 형평성’을 강조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행보여서 실망스럽다. 세원을 늘려 복지 공약을 실천하려는 의지보다는 대기업, 상류층 등 지지층에 대한 눈치 보기가 더 짙게 드러난다.

정부가 세금을 걷는다는 것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민에게 불리한 세제 개편은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꼴이다. 대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면 ‘경기 활성화’가 될 것이라는 것은 규명된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앞서 살펴봤듯이 부자 감세가 큰 손해로 드러난 국내의 최근 사례가 있다. 정부는 ‘선진화’와 같은 정체불명의 어휘를 사용해 대기업이나 부자에 대한 감세를 정당화하는 것을 그만두고 진짜 경제민주화, 진짜 부의 재분배를 위한 세제개편과 복지공약 추진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