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국내 유일의 알코올중독치료 전문병원 역할을 해온 카프병원이 폐원 위기를 맞았다. 오로지 ‘돈이 안 되는 사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카프병원은 지난 1997년, 국회가 모든 술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려 할 당시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대안으로 제시한 “주류소비자보호를 위한 자체적인 음주피해 대책”으로 설립됐다. 카프병원은 주류회사들로부터 연간 50억원의 기금을 지원받으며 약 10만 명의 알코올중독환자를 진료해왔다. 그러나 점차 주류회사로부터의 기금 규모가 점차 줄어들더니, 급기야 2010년 말에 이르자 모든 업체가 기금 출연을 중단했고, 2013년 5월 남성병동이 문을 닫음에 따라 사실상 폐쇄됐다.


협회 측은 기금 출연 중단에 대해 “국내 알코올 전문병원이 수없이 생겨 이제 치료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판단해 치료보다 본연의 사업인 예방사업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8억여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병원 사업을 접고 예방 사업으로 전환한다면 자금을 출연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단 설립 당시 협회는 주류소비자보호를 위해 1.건전음주문화정착 2.알코올문제 예방 3.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한 기금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입법 추진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 날인한 바 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현재, 이 3가지 계획에서 ‘알코올중독 치료’를 제외해야만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치료보다 본연의 사업인 예방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협회의 입장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알코올중독은 단순히 강권하는 술 문화를 개선하고, 잘못된 음주 행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개선과 예방 차원의 문제를 걷어낸 이면에는 이미 실제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빠져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주류회사는 카프병원을 통해 이미 10년 전 재단 설립 당시부터 음주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알코올중독 치료를 실시해왔다. 이제와 이들을 외면하고 주류회사의 책임을 판매 전의 ‘경고’에만 국한시키려는 시도는 소비자와의 약속 차원에서 신뢰를 땅에 내버리는 판단이다.

“국내 알코올 전문병원이 수없이 생겼다.”는 발언에는 현실을 과장해서 부담을 줄여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는 2010년에 전국 6개 민간 병원이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알코올중독자는 158만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며 개중 실제로 병원에 수용되어 치료를 받는 경우는 7%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카프병원은 1997년 설립 이후 10년 넘게 알콜중독환자만을 치료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6개의 전문병원 지정으로 알콜중독자들을 위한 치료가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8월 7일, 하이트진로 빌딩 앞에서는 카프병원 폐쇄에 반대하며 ‘음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주류회사’를 규탄하는 시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외침에 다시금 더해, 주류기업으로서 실천해야할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