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마케팅이 넘쳐나는 시대다. 최근 들어 청춘 마케팅 열풍이 다소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책, 강연을 불문하고 여러 곳에서 청춘을 내걸고 있다. 그 안에서 청춘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성공한 기성세대의 가르침을 받는 대상으로만 소비되는 모습은 여전하다. 청춘이란 단어는 넘쳐나지만, 정작 진짜 청춘은 소비자의 역할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전청춘연구소’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존의 청춘 마케팅의 연장선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는 진부한 이름도 한 몫을 했다. 대전청춘연구소에는 청춘들은 한 명도 없이 어르신들만 득실거릴 것 같았다. 하지만 대전청춘연구소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단체였다. 구성원은 8명의 20대가 전부였다. 대전청춘연구소의 공동대표 이새별(24)씨와 만나 대전청춘연구소는 어떤 단체이며, 이번에 기획한 ‘20대의 인생 레시피’는 어떤 강연인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청춘들을 위한 이야기 '20대의 인생 레시피'

8명의 20대가 대전청춘연구소를 만들게 된 시작에는 올해 봄에 열린 민주당 정치아카데미가 있었다. 8명 모두가 정치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 이후로 정기적으로 함께 책을 읽으며 토론을 하는 모임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야구를 보고, 영화를 보며 가까워졌다. 평소에는 하기 힘든 정치, 경제, 사회에 관한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아카데미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 생각이 이어져 9월 11일부터 시작되는 ‘20대의 인생 레시피’ 강연회가 만들어 것이었다.

“저희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저희가 강연회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치아카데미는 강연의 분야가 한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웠어요. 청춘들이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고, 청춘들의 옆에 있는 이야기로 여러 분야의 강연을 구성해보자는 생각이었죠.”

‘20대의 인생 레시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0대의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주제로 잡았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의 ‘20대의 노동현실과 사회구조모순’, 진선미 국회의원의 ‘정치와 삶, 그리고 20대’,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사는 것’ 강연 등이다. 20대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적은 이유가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대전청춘연구소의 8명이 강연회 자리에서 모였듯, 다른 20대들도 강연회를 시작으로 만남을 이어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연사의 강연만 듣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강연에 참석한 청춘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강연회의 취지 중 하나가 소통의 갈증을 해소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강연의 앞뒤로 조별 대화 시간을 만들려고 해요.”

강연회 준비를 하며 자신감이 붙어

강연회를 주최해보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시작할 땐 막막했다고 한다. 대전에서 여는 강연회에 사람들을 몇 명이나 모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목표를 30명으로 적게 잡았다. 그런데 강연 신청 인원이 30명을 훌쩍 넘어가며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강연 연사를 섭외하는 데에는 욕심을 냈다. 욕심을 냈으면서도 과연 섭외가 될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저희가 이제 막 시작한 단체여서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강연 라인업을 유명한 사람들로 꽉꽉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단체의 대표나 국회의원들을 부르려 했죠. 처음엔 욕심이라고 생각했어요. 과연 섭외가 될까 걱정했었죠. 그런데 연락을 드리고 기획안을 보여드리니깐 생각보다 선뜻 강연을 해주시겠다고 말해주셨어요.”

강연자를 섭외한 후의 과정은 순탄히 진행됐다. 강연회 장소를 구하고,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는 페이지를 만드는 등의 일엔 별 문제가 없었다. 요즘에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강연회 신청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대전청춘연구소는 올 9월에서 11월까지 이어지는 ‘20대의 인생 레시피’ 강연회가 끝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매 학기마다 강연회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한 학기를 같이 하는 느낌처럼요. 그러다보면 대전청춘연구소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친구들이 늘어갈 테고, 더 많은 일을 해볼 생각이에요. 저희 꿈이 굉장히 원대하거든요.”



초심을 유지하며 여러 활동을 이어갈 예정

대전청춘연구소는 ‘20대 청춘을 말하다’라는 이름으로, 20대의 멘토들을 인터뷰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첫 순서는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었다. 대전청춘연구소는 멘토의 인생에서 굴곡진 부분에 관심을 둔다. 성공 스토리의 이면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가장 듣기 싫었던 이야기가 성공 스토리였어요. 남들이 성공한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더 조급해지고, 힘이 빠졌어요. 그래서 저희 인터뷰에서는 멘토들이 실패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물어봐요. 최재천 의원에게는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의 이야기를 물어봤어요. 국회의원이라는 성공한 사람도 실패를 했었고, 조급해 했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었어요.”

8월 초에 만들어져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대전청춘연구소는 강연회, 인터뷰 이외에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한다. 대전청춘연구소라는 포괄적인 성격의 이름을 지은 것도, 해보고 싶은 활동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전의 다른 단체들과도 협력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새별 공동대표는 마지막으로 대전청춘연구소의 포부를 밝혔다.

“시작했던 마음을 쭉 가지고 가면서 우리의 고민을 더 많은 청춘들과 나눠보고 싶어요. 열심히 여러 활동을 이어가며, 어디선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