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과 녹색당은 느낌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꽤나 다르다. 정당들 중에 가장 급진적인 쪽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방향성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두 정당이 가지고 있는 명확한 공통점은 불행히도 소수 정당이라는 점이다. 당원 수가 적고, 지지율도 낮다. 두 정당 모두 작년 총선에서 득표율 2%를 넘지 못하며 정당 등록이 취소됐었다. 이 때문에 각각 진보신당, 녹색당이란 당명을 공식적으로 쓰지 못했었다. 노동당은 올 7월 지금의 당명으로 바뀌기 전까지 공식적인 당명이 ‘진보신당 연대회의’였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녹색당의 공식적인 당명은 여전히 ‘녹색당 더하기’다.

소수 정당의 당원들을 수도권도 아닌 대전에서 만나려니, 그 과정이 신통치는 않았다. 작은 우여곡절 끝에, 두 정당의 20대 당원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노동당 당원 라라(가명,20)씨와 녹색당 당원 이래환(22)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당원의 입장에서는 씁쓸할 얘기일 테지만, 작년 총선 때 정당 등록이 취소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노동당 라라 당원(우측)과 녹색당 이래환 당원(좌측)


Q. 노동당과 녹색당의 작년 총선 결과가 좋지 않았다. 득표율이 노동당(당시 진보신당)은 1.1%, 녹색당은 0.5%였다. 기독당의 1.2%, 한나라당의 0.9%와 비교해보면 더욱 참담한 결과다. 두 정당이 소수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낮은 득표율 같다. 왜 이렇게 지지율이 낮을까?

녹색당 이래환(이하 ‘환’) : 아직은 소수 정당이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선거 때 많아야 3~4개의 정당만 보고 판단을 한다. 국회의원이 6명인 통합진보당과 5명인 정의당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물며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녹색당이나 노동당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더욱 적다.

노동당 라라(이하 ‘라’) : 대통령 선거 때의 경우,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전선이 형성되며 득표율이 더 낮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당 당원 중에서도 노동당 후보를 찍지 않은 분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소수 정당 후보가 야권 연대의 힘을 뺐다는 비판이 있었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비판이다. 정치가 한 사람에 의해 바뀌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면 한 사람에 의해서도 많이 바뀔 수 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이해를 한다.

: 녹색당이 널리 알려지지 않기도 했지만, 인식에 비해 득표율이 더 낮기도 하다. 선거 때의 투표가 아닌, 정당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하면 녹색당이 상위권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 싸움에 질린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정당이 녹색당이다. 그런데 탈핵 이외에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없는 게 문제 같다. 녹색당이 앞으로 발전해서 유럽의 녹색당처럼 커갔으면 좋겠다.

: 노동당은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부족하다. 우리가 옳으니깐 대중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식이다. 이런 태도에 대한 반감 때문에 지지율이 더 낮은 것 같다.


Q. 다른 정당들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 때 전략적으로 통합을 하기도 한다. 작년 총선을 노리고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졌었고, 대선 때는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 당을 합쳤다. 그런데 노동당과 녹색당은 통합 논의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왔다. 지금도 두 정당은 다른 정당과의 통합 시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두 정당이 통합 등의 시도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 다른 정당과의 통합 혹은 연대 논의를 좀 더 하길 바란다. 노동당이 너무 홀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당내의 병폐가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고인 물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 최근에 노동당과의 통합 논의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통합을 하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녹색당과 노동당은 추구하는 바가 약간 다르다. 통합이 되면 각 정당의 색깔이 모두 묻힐 것 같다. 규모가 작더라도 각자의 색깔을 유지해나가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노동당 라라 당원


Q. 그렇다면 두 분이 노동당과 녹색당에서 당원으로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 녹색당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장 마음에 든다. 녹색당이 정당보다는 시민단체 같다는 지적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시민단체 같은 모습을 유지하길 바란다. 정당이 정한 입장을 모든 당원이 따라가는 방식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당 내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탈핵 이외에는 정책적으로 다른 정당과의 큰 차이점은 못 느낀다. 그래도 느리고 유한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점이 좋다. 또한 강령이 과격하지 않고 부드럽게 쓰여 있는 점도 좋았다.

 : 소수자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노동자와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 성노동자들에게 왜곡된 편견을 덧씌우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서 노동당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 아쉽다. 노동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들은 묻히는 느낌이다.


Q. 서로 상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나 또한 진보신당에서 노동당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 아쉽다. 진보신당에서는 여러 가지 가치를 추구했는데 이제는 노동자만의 정당 같다.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노동 문제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그렇더라도 노동이란 단어보다 더 세련된 단어를 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잘 모른다. 탈핵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Q. 정당 안의 20대와 관련한 질문으로 넘어가보겠다. 규모가 작은 정당이기에 20대 당원이 목소리를 높이기엔 다른 정당보다 쉬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는 어떤가?

 : 20대여서 어리다고 무시 받는 일은 없다. 녹색당이 대의원을 추첨을 통해 뽑기 때문에 20대 당원들이 권한을 가지기가 좀 더 수월하다. 녹색당 자체가 젊은 느낌이 있기도 하다. 다른 정당에 비해 20대의 비율이 높다.

 : 20대 당원이 특별히 가지는 권한은 없다. 노동당에 가면 나를 당원 동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돌봐줘야 하는 애로 본다. 어리다고 뒤풀이 비용을 안 내도 된다는 부분은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 1년간 당적은 유지했지만 당 활동에는 별로 참여하지 않았다.

녹색당 이래환 당원


Q. 두 정당 안의 청년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와 청년녹색당에 대해 알고 싶다.

 : 청년학생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서, 처음 가입한 20대 당원들이 참여하기 어려워한다. 청년학위에 가봤는데, 내가 관심을 두는 소수자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급했다. 투쟁, 혁명, 결의와 같은 대중들이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단어를 자주 쓰기도 했다. 원래 있던 사람들끼리만 얘기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그리고 대학생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청년학위 모임에 잘 나가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요새는 활동 소식도 없고 잘 안 굴러가는 것 같다.

 : 청년녹색당이 독자적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제대로 된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진행하려던 사업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청년녹색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부족해서 그렇다. 청년의 비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적다. 어떤 사업을 하기보다는 녹색당을 알리고 당원을 모으는 활동이 우선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Q. 편견과 오해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보겠다. 어느 정당이든 편견과 오해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오해가 아닌 사실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편견과 오해를 풀어보고자 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당원으로 활동하며 많이 들어온 편견 혹은 오해 몇 가지, 그리고 해명까지 덧붙여 주시길 바란다.

 : 노동당이 종북이라는 오해를 많이들 한다. 진보 쪽이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나도 북한을 굉장히 싫어하고 노동당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종북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노동당 사람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던데, 전혀 아니다. 다들 현실 정치에 욕심이 있다. 노동당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이것 말고는 편견이나 오해가 없다.

 : 녹색당이 진보 쪽에 속한다는 걸 잘 몰라서 그런지, 종북이란 오해는 별로 못 들어봤다. 주변에서 탈핵 주장이 극단적이란 얘기를 많이 듣는다. 녹색당이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 탈핵을 그 이유로 든다. 나도 당장 탈핵을 하긴 힘들다고 본다. 천천히 원전을 줄여나가며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색당 당원이면 다들 채식을 한다는 편견은 없다. 오히려 채식하는 당원이 많다고 말하면 더 놀란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노동당에게 녹색당이란? 녹색당에게 노동당이란?

 : 녹색당과 노동당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불쌍한 이웃이다. 소수 정당으로서의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을 하기엔 두 정당의 차이가 크다. 궁극적인 지향점이나 당 내부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 가까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멀리 있는 게 노동당과 녹색당 같다. 비슷한 처지의 불쌍한 이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