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연설을 해 논란이 일었다. 아베 총리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 중 성폭력 피해자 신탁 기금을 출연하기 위해 내년 일본 정부 예산에 1억엔(약 11억원)을 편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식 사죄 없이 11억원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돈으로 역사적 과오를 덮으려는 아베 총리를 위해 일본이 제대로 배상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얼마큼 배상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특별법 제정 통한 개별 피해자 직접 배상 시

15만명(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 총 수) X 2,000만엔(위안부 피해자 배상 요구액) = 3조엔(약 34조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특별법을 개정해 개별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하는 방법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다뤘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국가에 대한 일괄 지급으로 문제를 끝내 개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한 방식이다. 배상액 계산은 서울대 법대 정인섭 교수가 1993년 정신대 자료집에 실은 논문인 ‘강제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이행 방안’에서 제시한 방법을 따랐다.

먼저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 총 수는 15만명으로 한다. 이는 일본 주오대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가 추정한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의 총 수인 최소 10만명과 최대 20만명의 평균값이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일본군 공문서 6점을 발견해 일본이 위안부 범죄를 공식 인정한 고노 담화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여기에 위안부 개별 피해자 배상 요구액인 2,000만엔을 곱한다. 2,000만엔은 정 교수가 논문을 쓴 1993년도 당시 개별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요구한 손해배상 금액이다. 1993년도 당시 3조엔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의 영향으로 2조 9,600엔 가량으로 줄어드나 원 금액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총 배상액은 3조엔이며 한화로 약 34조원이다. 11억원은 가당치 않은 금액이다. 일본은 약 3만배는 더 배상해야 한다. 이 역시도 최소 배상액일 뿐이다. 93년도에 첫 승소한 위안부 재판인 시모노세키 재판 당시, 원고였던 위안부 피해자는 1억엔을 요구했다. 계산에 사용된 2,000억엔은 실제 피해자 요구의 5분의 1에 불과한 값이다. 여기에 소송 지연에 따른 배상 지연금까지 더하면 배상액은 더욱 늘어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전쟁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뉴스1


일본 유족원호법에 따른 연금 지급 시
15만명(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 총 수) X {일본 유족원호법 상 군복무 자에 대한 연금 1순위 대상자 지급 누적액 + 연도별 누적 연체 이자}

일본의 유족원호법상 군복무 사망자에 대한 유족연금 제1순위 대상자에 대한 지급액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도 있다. 이는 현존하는 일본의 전후 보상제도 내에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현실성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의 상당수는 배치 지구에서 사망했으며 생존자 역시 강제 동원의 피해로 고통스러운 생활을 연명했기 때문에 유족원호법을 적용할 수 있다. 유족원호법에 따라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난 60여년 간의 연금 누적액에 누적 연체 이자를 더한 후 이를 위안부 피해자 총수에 곱해 배상액을 산출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택한 배상 방식과 유사하다. 독일은 종전 후 해외에 거주하는 나치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배상해왔으며 배상액의 80%는 연금 형태로 지급된다. 2030년이 되면 그 누계가 약 52조원에 달하게 된다.

원호보상법을 따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금이라는 지급 방식만을 따르는 것이며 그 의미 자체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원호보상법은 전쟁 중 국가 희생자에 대한 법이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국가 희생이 아닌 강제 동원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이루어짐을 확실히 해야 한다. 동시에 지급될 연금액 역시 강제 동원의 불법성을 고려해 더욱 높아져야 한다. 정 교수 역시 “강제 종군위안부라는 특수사정에 따른 위자료 500만엔을 추가한 금액을 1인당 피해배상액으로 가산할 것”을 제안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 정상 회담을 가지고 있다. ⓒ 연합뉴스


엇갈리는 양국 외교적 이해, 외교부 신중히 접근해야

현재 위안부 피해자 배상을 위한 공식적 통로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양국의 중재위원회 구성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 정부가 신청했으나 일본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유엔 총회에 앞선 한일 외교 정상 회담에서 외교부 윤병세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과거사 청산과 일본 수산물 개방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방사능 유출로 국제 사회에서 외교적 고립 위기에 처한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조적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부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때이다.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배상할 수 없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ICC 기금 출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도움이 아닌 범죄에 대한 인정과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일본 측의 국회 의결을 통한 공식 사죄 및 책임 인정이 가장 중요함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