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월급 현재 11만 7천원에서 13만4천원으로 1만 7천원, 15%인상
2017년까지 2배 인상되면 상병 월급 20만원에 근접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사병의 봉급을 단계적으로 인상”공약 
사병 월급 인상을 위해 연 1,600억원의 추가 지출 필요


내년도 사병 월급이 15% 인상된다. 지난 9월 26일 국방부는 의무복무 병에 대한 월급 인상안을 담은 2014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내년도 사병 월급은 올해 대비 15% 인상된다. 현재 11만 7천원을 받는 상병은 1만 7천원 인상된 13만4천원 가량을 받게 된다. 

04~08년도에 크게 인상되던 사병 월급은 잠시 주춤하다 13년도부터 두자릿수 인상을 계속하고 있다. e나라지표



국방부는 단계적인 사병 월급 인상안을 계획하고 있다. 목표는 2017년까지  2012년 대비 2배 인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4~`16년은 매년 15%, `17년에 10%를 인상한다. 계획대로 봉급이 오른다면 2017년엔 상병 월급이 19만6천원 가량으로 20만원에 근접한다. 

사병월급 인상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요 청년 공약 중 하나다.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는 사병 월급의 2배 인상을 공약했다. 정책공약집엔 “사병의 봉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병 복무 보상금(‘희망 준비금’) 단계적 지급 확대”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사병 월급 인상안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안하는 140대 주요 과제에도 포함됐다. 

`14~`17년 사병 월급 인상 계획안(상병 기준)



당초 사병 월급의 연 5%인상을 고려하던 국방부도 사병월급 연 15%인상을 수용했다.『2013∼2017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부는 사병 월급으로 2017년 까지 12.44만 원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3년 4월 발표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선 “병사 봉급을 ’17년까지 2배로 인상할 예정이고, 인상분을 ‘희망준비금’으로 적립하여 전역시 지급(’15년부터 적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그 내용을 선회했다.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사병 월급을 15% 인상하더라도 국방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현재 병 인건비로 책정된 금액은 5,985억원으로 전체 국방비의 1.6%, 인건비의 4.2%에 불과하다. 인건비의 대부분은 군의 70%를 차지하는 사병이 아닌 나머지 30% 가량의 부사관과 장교에게 지출된다. 

한국국방연구원, <2012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방향>



국방부 안대로 사병월급을 인상하기 위해 매년 평균 1,34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한국국방연구원의 <2012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17년 사병 월급 20만원을 목표로 매년 15%씩 인상할 경우 `13~`17년 동안 총 3.7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적절하다 “월급 인상보다 내무환경 개선이 더 필요"
부족하다 “군인 월급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되어야"
봉급에 대한 만족도 ‘매우 부족’이 46%, ‘약간 부족’이 34%


사병월급 인상안에 대한 현역, 예비역의 의견은 어떨까. <고함20이> 20대 예비역을 대상으로 ‘사병 월급 15% 인상으로 충분한가?’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상안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75%정도로 다수를 차지한 반면 현행 인상안도 적절하다는 의견은 25%정도로 그쳤다. 



현재 월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인 65%는 ‘군 복무도 노동의 한 형태이므로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답변했다. 

공군에서 헌병으로 근무했던 한재모(22)씨는 월급이 현재의 3배인 월 30만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급 인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가산점 같은 제도보다도 군복무 할 때 여건이 좋아야한다. 최소한 제대하면 한 학기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는 목돈이 쌓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월급 인상폭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다양한 답변을 선택했다. ‘현재의 월급만으로도 군생활에 부족함이 없다’ ‘월급인상보단 내무환경개선 등이 군생활에 더 도움이 된다’ ‘현실적으로 사병 월급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등의 답변이 고른 분포를 보였다. 

올해 공군을 전역한 김영준(24)씨는 “군대 내에서 매점, 싸지방을 제외하면 돈을 소비할 곳이 없다. (월급 인상보단)그런 서비스가 나아지고 싸지는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육군부대에서 포병으로 근무한 변지웅(25)씨는 월급 인상보다도 보급품의 질적 향상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군생활 하면서 현재 월급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이 개인생활 편의 및 여가를 위해 복무중 쓰는 돈은 많지 않다. 큰 훈련전 방한용품, 안전용품(보호대, 파스 등)등 이 군인 기본 지급 장비 외에  더 필요할 때 나가는 경우 지출이 많아진다. 군인 월급보다 장비 지급률을 높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국방부가 2012년 현역 복무중인 병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군인복지 실태조사에서도 고함20의 설문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봉급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 ‘매우 부족’이 46%, ‘약간 부족’이 34%로 부족하다는 답변이 전체의 70%에 달했다. 현 수준 대비 봉급 인상 적정 수준을 묻는 질문에선 ‘40% 이상 인상’이 45.0%, ‘20~29% 인상’이 19.3%, ‘20~39% 인상’이 13.2%을 차지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사병 월급 50만원으로 인상해야"
외국의 경우 대만 28만원, 이스라엘 22만원 수준
무엇보다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사병 월급 인상은 정치권에서 계속 반복되는 대표적인 공약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사병월급을 50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남경필 의원은 “사병 월급이 사회 변화와 물가 인상률에 비해 턱없이 비현실적인 수준"이라며 “군복무를 마친 청년의 손에 1000만원을 쥐여 줘 등록금이나 창업자금으로 사용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민주통합당도 총선 공약으로 매달 30만원씩을 적립해 전역 후 지급하는 ‘군복무자 사회복귀 지원금’ 제도를 추진했다. 다소 맥락은 다르지만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군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의무복무 사병에게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사병 월급 인상이 계속해서 정치권의 이슈가 되는 이유는 월급이 낮아도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서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 이스라엘과 비교해도 확연히 알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2012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방향>


한국국방연구원의 <2012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방향>에 따르면 대만의 상등병 월급은 2012년 현재 7,000NT로 이는 한화 약 28만원에 해당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전투병은 NIS 750, 한화로 약 22만원을 받는다. 단순 비교해도 2012년 당시 한국군 병사의 평균 월급인 8만8천원에 비해 많은 금액이며 소득수준을 고려해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사병 월급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과연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2012년 4월에 시행된 병영문화 선진화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복무중인 병사와 일반 국민 사이에 우선시하는 가치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 국민들은 ‘복무에 따른 보상과 혜택 증대’를 가장 많이 1순위로 선택한 반면 병사들은 ‘개인생활(휴가․외박 등) 보장 확대’를 1순위로 선택했다. 복무중인 병사들은 월급 인상이나 군가산점제 같은 문제보다 휴가와 외박의 확대를 더욱 간절히 원하는 셈이다. 

한국국방연구원, <2012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방향>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가치는 정책 수혜자의 만족도다. 사병월급 인상을 둘러싼 정치권과 여론의 논의가 한 발자국 비켜난 것은 아닌지 되돌이키게 하는 대목이다. 군 복무자에 대한 적절한 금전적 보상이 필요함과 동시에 더 넓은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