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의 청년들이 빼빼로를 나누며 사랑에 불을 지피는 사이, 20세의 티베트 청년 한명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지폈다. 2009년 첫 번째 분신 이후 123번째 불꽃이 독립을 향해 처절히 타올랐다.
  
체링 걀(20)은 악용(Akyong)수도원의 수도승으로, 티베트의 전통과 언어를 말살하고자하는 중국정부와 강경한 중국 경찰들에 저항하며 분신을 시도했다. 그는 고록(Golok)에 위치한 페마(Pema) 티베트족 자치주에서 오후 6시경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몇 미터를 걷다 쓰러졌다. 그는 "내 유일한 소망은 (중국의 점령으로 인해 난민이 되어 뿔뿔이 흩어진) 티베트인들의 통합과 티베트 언어와 전통의 보존이다. 우리의 것을 지킬 때 우리는 다시 통합될 수 있다"고 말한 뒤 몸에 불을 붙였다.

 

촛불 행진에서 한 티베트인이 체링 걀의 사진을 들고 있다.체링 걀의 모습(왼)과 그가 소신공양을 하는 모습 (오) 사진제공 = ⓒRTYC

  
체링 걀의 분신 시도 다음 날인 12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맥그로드 간즈(다람살라)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촛불 행렬이 이어졌다. 맥그로드 간즈 메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들은 티베트 불교의 만트라(Mantra)인 '옴마니반메훔(Om Mani Padme Hum)'을 외치며 광장 주변의 길을 따라 20여 분 동안 행진했다. 길을 지나던 외국인, 어린아이 할 것없이 모두 행렬에 합류했다. 겨울 맥그로드 간즈의 쌀쌀한 공기가 옷깃을 파고들었지만 간절한 염원이 담긴 그들의 촛불은 뜨겁게 빛났다. 거리 행진 후 촛불 행렬은 TCV(Tibetan Children Village) 학교로 향했다. 학교 운동장에 모인 촛불들은 체링 걀을 위해 고개숙여 기도했다.

기도가 끝난 뒤 티베트 사람들은 또 다시 구슬픈 만트라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온 우주에 가득찬 지혜와 자비가 지상의 모든 존재에게 실현될지라"라는 뜻의 만트라로 민족을 탄압한 중국 정부에게마저도, 모든 생명에게 신의 자비가 닿기 원한다는 달라이 라마의 기도문이다. 만트라 암송이 끝나자 오른쪽 손을 들고 "Bo Gyalo!(티베트에게 자유를)"를 외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우리의 울림이 이러했을까. 합창을 마치고 사람들은 뒷편에 있는 모래밭에 타고있는 촛불을 꽂아두었다. 촛불이 하나, 둘 모일때마다 어둠이 잦아들고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촛불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제공 = ⓒRTYC



촛불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제공 = ⓒRTYC



촛불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제공 = ⓒRTYC



촛불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제공 = ⓒRTYC



촛불 행진에 참여한 티베트인 텐진 돈덴(24)은 "나는 중국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인도, 맥그로드 간즈에서 태어났지만 티베트에 있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느끼고 있다. 지금 티베트에 있는 사람들은 달라이라마를 향해 기도도 하지 못하고 그의 목소리도 들어선 안된다. 우리의 언어인 티베트어로 말도 하지 못한다. 그들의 고통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소신공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체링 걀을 진심으로 추모한다. 티베트에도 자유가 도래하길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촛불 행진을 기획한 NGO단체인 RTYC(Regional Tibetan Youth Congress)의 니마는 "지금 티베트의 모든 곳에는 군인이 총과 칼을 들고 주시하고 있다. 난 티베트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에 가도 티베트 사람들과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티베트 사람들도 행동하는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런 중국을 향해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체링 걀을 함께 추모하고자 촛불 행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분신 시위, 소신공양이라고도 불리우는 티베트인들의 시위는 비폭력 평화투쟁을 지향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불교국가인 티베트는 불교의 가장 큰 신념 중 하나인 비폭력을 지키기위해 평화투쟁을 하고있다. 자신의 자유와 조국을 억압하는 중국의 총과 칼에 맞서 티베트 사람들이 저항하는 방법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절을 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 그리고 2009년부터 시작된 소신공양이다. 현재 티베트 안에서만 12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티베트의 현재 상황은 암담하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의 사진을 게시하는 행위는 물론 개인이 소유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티베트인의 집과 사원 등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중국은 티베트어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티베트의 학교에서는 티베트어 대신 중국어를 가르치고 티베트 사람들은 그들의 전통의상도 입지 못한다. 티베트에서는 중국의 무장 경찰과 시위대의 유혈 충돌이 잇따르는 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