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이슈가 눈녹듯이 사라졌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선거 공약집에서 ‘반값등록금', ‘연대'같은 단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극적으로나마 등록금을 동결, 인하하겠다고 약속한 선본도 전체의 절반에 못 미쳤다. 2011년의 거리집회와 2012년 총선, 대선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국가적인 의제로 부상한 대학교 등록금 문제는 2013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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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정책공약을 분석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흐름은 등록금 관련 이슈의 위축이다. 조사 대상 30개 대학 45개 선본 중 ‘등록금 인하'혹은 ‘등록금 동결'같은 의제를 내건 선본은 18곳에 불과했다. 

강원대학교 선거는 3개의 선본이 출마해 경합했지만 한 곳도 등록금 인하를 명시적인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총학생회 활동이 활발한 서울권 대학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건국대 열혈건대, 성균관대 성대가온, 연세대 HOW연세, 한양대 크레센도 등의 선본에서도 등록금 인하 공약을 찾을 수 없었다.

주요 공약으로 등록금 인하를 내세운 선본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거나 공약에서의 우선순위가 낮은 경우가 많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실행 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타났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사학연금 대납액 회수금 활용과 예산 부풀리기를 감시해 등록금을 인하하는 방법을 제시한 선본이 많았다. 외부적인 해결책으로는 총학생회간의 연대를 통해 등록금 인하를 이끌어내겠다는 공약이 주를 이뤘다. 특히 국립대를 중심으로 ‘국립대학법' 입법을 통해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등록금 부담을 낮추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등록금 인하 방법으로 내부적인 해결 방법을 채택한 선본은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수치와 방법을 제시했지만 근본적인 등록금 부담 해결에선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명지대 인문캠퍼스 새로고침 선본은 환수 결정된 교직원 저축보험료 대납금 31억원으로 등록금 3%를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31억원을 재학생 1만3천명으로 나눈 수치다. 건국대 서울캠퍼스 the 청춘 선본은 총 10%의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며 재단 수익사업을 통해 3%, 미집행 장학금으로 2%, 국가장학금 확대로 5%를 인하하겠다고 선언했다. 

예산책정 과정에서 되풀이되는 예산부풀리기를 감시해 등록금 인하를 실천하겠다는 공약이 많은 선본에서 제기했다. 연세대 서울캠퍼스 Solution 선본은 등록금 회계에 대한 분석과 예산 뻥튀기 시정을 통해 명목 등록금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등록금이 책정되는 과정에 학생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등록금을 인하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연세대 서울캠퍼스 FOCUSON+ 선본은 현재 30%에 그치는 등록금심의위원회 내의 학생대표 비율을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해 등록금 인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광운대 내일 선본은 외부인사 1인을 학생측에서 추천한 인물로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세종대학교 액션 선본은 학교 예결산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참여해 예산 부풀리기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학교에 요구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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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자체적인 인하 노력과 더불어 학생사회의 연대를 통해 국가 정책을 변화, 등록금 인하를 이끌어내겠다는 공약이 상당수 제기됐다. 소위 ‘운동권’ 선본을 중심으로 이슈를 제기 하면서 다른 대학들도 조심스럽게 참여하는 양상이다. 

부산대 레디액션 선본은 <Save N! 전국 국립대 선언>이라는 정책으로 목표를 구체화했다. 기성회비 폐지, 재정회계법 반대, 국립대법 입법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 공약은 전국 국공립대학과 연대해 교육 공공성을 확대 국공립대 반값등록금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대 내일은있다 선본, 카이스트 모두애 선본 등도 국립대법 입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부 사립대학 총학생회 선본도 연대를 통한 등록금 인하 실현 방안을 제시했다. 동국대학교 더좋은하루 선본은 등록금 문제에서 서울지역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시너지선본도 전국 대학생들과 함께 등록금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특이 이화여대 시너지 선본은 등록금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망라해 눈길을 끌었다. 예산 부풀리기 시정을 통한 등록금 인하, 민주적인 등록금 심의위원회 구성, 전국 대학생과의 등록금 투쟁 등 반복해서 지적되는 이슈를 제기한 것 이외에도 이공계, 예술계열 등록금 차등책정 문제 시정, 계절학기 등록금 인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등록금 차등책정 문제는 건국대 the청춘 선본과 숙명여대 터닝포인트 선본에서도 관련 공약으로 제시됐다.

총학생회가 이색 장학금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곳도 있다. 명지대 인문캠퍼스 새로고침 선본은 서대문보건소와 연계해 금연클리닉을 실시하고 금연에 성공한 학생에게 금연장학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상명대에선 체질량, 복부지방률 등을 측정해 지난 학기 대비 건강이 좋아진 학생에게 건강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또 학교의 위신을 높인 활동을 한 학생에게 교외홍보장학금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경희의 조건 선본과 세종대 액션 선본은 가계가 곤란한 학생을 선발해 생활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장학금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장학금을 신설하는 대신 개인 맞춤형 장학정보 제공으로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한 곳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출마한 FOCUSON+와 Solution 선본은 각각 장학금 정보 접근성 향상과 장학금 정보 제공 종합서비스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