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교육기관이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지만 과연 우리나라 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양수업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먹구구로 운영되는 수강신청을 겪고나면 등록금을 내기도 전에 이번학기 등록을 포기할까 고민하게 된다. 미국의 명문대는 대부분의 강좌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등 교육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 대학의 교실은 아직 복지부동이다. 학생들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총학생회가 어떤 공약을 했는지 살펴본다. 



등록금, ‘본전’ 생각이 나는 순간 : 수강신청

고객이 마음대로 물건을 살 수 없는 이상한 상점이 있다. 바로 한국의 대학이다. 언제는 학생이 ‘고객’이라며 ‘고객만족서비스’에 열을 올리더니 정작 학색들은 원하는 수업 한 과목 마음대로 듣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이미 ‘아웃오브안중'인지 아시아, 세계 대학 순위를 신경쓰는 대학들이 정작 가장 기본적인 강의수요 하나 기본적인 예측을 하지 못 해 매 년 수강대란이 반복된다. 많은 총학생회에서 이 수강신청 문제를 지적했다.

이화여대 시너지 선본, 한성대 행동 선본, 강원대 당신의 선본, 연세대 Solution 선본은 예비수강신청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예비수강신청제도를 통해 각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를 미리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수강신청 단계에서 강의를 조절하겠다는 공약이다. 연세대 HOW연세 선본과 서강대 사이 선본은 정규학기에도 계절학기와 같이 수요조사 시스템을 도입하여 수강신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예비수강신청제도가 도입되었으나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곳이 있었다. 세종대 액션 선본은 2013년 1학기에 도입된 장바구니 시스템이 학생이 몰리는 강좌를 증설하는 대신 학생이 없는 강좌를 폐강하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며 예비수강신청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주장했다.

수강신청 과정에서 부실한 강의계획서로 인해 강의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대 레디액션 선본과 서울대 내일은있다 선본은 강의계획서 개선을 공약했다. 내일은있다 선본은 강의계획서 뿐만 아니라 성적평가 입력 등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학사과정을 모니터링 할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입학은 마음대로였겠지만 졸업은 아니란다: 졸업요건, 공학인증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졸업요건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졸업요건엔 졸업시험 혹은 졸업과제, 졸업논문 등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스펙경쟁이 불붙으면서 여러 대학에서 대학생의 ‘스펙'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졸업요건을 추가했다. 어학, 자격증, 봉사시간 이외에도 학교에서 개설한 특정 수업을 이수해야만 졸업이 가능한 학교도 있다. 

광운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내일, 가치 두 선본 모두 경력개발특강인 CDP를 졸업요건에서 제외하고 수업과정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숙명여대 G-mate 선본은 졸업요건인 영어평가 SMU-mate 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대학이 대학생의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한 졸업요건이 학생 개개인의 차이를 무시한 결과 결국 졸업을 위한 수업이나 시험으로 전락, 오히려 취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바뀐 셈이다. 

공학교육인증(ABEEK)에 대한 문제점도 여럿 제기되었다. 공학인증제도는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치한 제도로 일정한 과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졸업할 때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졸업생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 수준을 보장해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률적인 커리큘럼 때문에 전공수업 이외의 수강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채용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기업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공학인증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선 계속 논란이 되어왔다. 

서강대 사이 선본은 공학교육 인증 포기 심사가 6학기에 단 한 번만 가능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학인증 이수 포기 심사기간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세대 HOW연세 선본도 공학인증 이수 자율화를 요구했다.

1학기와 2학기 사이의 1.5학기 : 계절학기

몇 년 전만 해도 계절학기는 학점을 복구하는 복학생이나 조기졸업을 위해 노력하는 과탑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대외활동과 어학공부에 대한 부담감으로 정규학기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나고 학점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계절학기는 ‘또 하나의 학기'가 되었다. 많은 총학생회에서 계절학기 수강과 관련된 공약을 했다.

성균관대 인문캠퍼스 성대가온 선본은 휴학생도 계절학기 수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공약했다. 한성대 라디오 선본은 계절학기 수업도 전공필수 및 핵심교양 위주로 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HOW연세 선본은 계절학기에 수업시간과 수업기간을 다변화하고, 평점에 반영되지 않는 1학점 과목을 개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명대에선 계절학기 수업을 늘리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교수는요? : 전임 교원 확보

전임 교원 확보 문제는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나 이를 언급하는 총학생회 선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강원대 Here OZ 선본과 연세대 Solution 선본 정도만이 이 문제를 공약에 추가했다.

연세대 서울캠퍼스 Solution 선본은 대학측이 전임교원 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눈길은 끌었다. Solution 선본은 현재 연구, 장학, 건축, 기타 용도로 구성되어 있는 대학의 기금회계 항목에 신임교원 기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신임 교원 채용을 원할히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젠 강의도 쉽고 편하게 : 온라인 강의

손쉽게 학점을 채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까. 온라인 강의를 2배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온 선본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명지대 새로고침 선본은 인터넷 강좌 2배 이상 증설 공식 요청, 강좌 수 및 강좌당 수용인원 확대 요청, 희망과목 설문 및 수요조사라는 매우 구체적인 안을 들고왔다.

연세대 HOW연세 선본은 온라인 강의를 이용, 군 복무중인 학생도 부대에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 학기 당 3학점 1년에 최대 6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전공이라는 사막에서 찾는 오아시스 : 교양수업

교양수업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은 거의 대부분 대학의 총학생회 선본에서 제기되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한 곳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서울대 내일은있다 선본이 교양강의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체육교양 부활, 교양 강의 교수 채용, 초대형강의 축소, S/U 평가 도입이라는 네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화여대 시너지 선본도 교양강의에서 절대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우 높은 영어강의 비율로 한 번 몸살을 앓은 카이스트에선 모두애 선본이 한국어로 진행하는 교양강의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연세대 Solution 선본은 학내언론사와 같은 학생자치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확하는 것과 함께 국제캠퍼스에서 시행중인 RC101 수업에 대해 학생이 직접 수업을 설계하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교양수업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선본도 있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크레센도 선본은 직무 선택에 도움을 주는 ‘커리어 디자인’ 수업 확대를 공약으로 밝혔다. ‘커리어 디자인'수업은 한양대 경영대에서 시행중에 있으며 진무 분야에 대한 학습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