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에 대한 관심은 연말 선거철에 집중된다. 총학선거 투표율도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재학생들의 학교생활 중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총학생회는 무슨 행사를 주최하더라도 낮은 참여율에 힘이 빠지고, 재학생은 총학생회가 수억의 예산을 굴리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신의 눈초리를 보낸다. 대부분의 선거운동본부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선거에 임한다. 많은 후보가 해결책으로 내세운 방법은 ‘소통 강화’다. 재학생은 불만사항 및 제안을 전달하고, 총학생회는 재학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넘기면서 상호간의 신뢰를 쌓아가자는 목적이다. 올해 총학생회 공약에서는 학생과 소통을 늘리고 싶은 후보자들의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살펴볼 수 있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스마트폰 전성시대에 발맞춰 '총학생회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많았다. 이용이 간편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소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광운대 “내일” 선거운동본부는 총학생회 공식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학생회 공지 전달과 학생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 시스템, 모바일 학생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양대 “클래스업” 선본도 총학생회 어플을 통해 각종 대여사업, 셔틀버스 위치확인, 특기구의 민원처리 및 소식을 항시 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모두애” 선본은 어플에 회의록, 속기록, 예결선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여러 학교의 선본이 어플을 통해 복지관련 공지, 도서관 책 반납 공지, 오픈마켓, 학사 일정 공지 등의 기능을 담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이용한 소통은 기본이다. 많은 선본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공식 홈페이지 및 어플을 동시에 이용하여 소통 창구를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재학생은 소통을 위한 여러 통로 중 자신에게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하여 총학생회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연세대 기호 1번 “HOW” 선본은 홈페이지, 전화, 페이스북 메시지, 카카오톡, 편지, 쪽지까지 총학생회가 받는 모든 문의를 3일 혹은 1주일 내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블라썸” 선본은 ‘총학콜’이라는 체계를 구축하여 카톡, 전화 등을 통해 총학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해서 사무적 질문부터 세탁소 운영시간 등의 사소한 문의까지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모여라, 소통하라

총학생회는 소모임부터 시작하여 학회, 동아리까지 학내 모든 모임을 관장한다. 학내의 각종 모임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여럿 살펴볼 수 있었다. 총학생회의 학내 단체 지원이 늘어나면 총학생회와 재학생 간의 접촉 면적이 그만큼 넓어진다. 이는 총학생회와 재학생 모두에게 이익이다. 총학생회는 재학생의 조직화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모임 참여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총학생회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재학생 역시 늘어난 지원금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

상명대 기호 2번 선거운동본부는 35개 동아리에 1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5개의 우수동아리에만 20만원을 지급하는 현황을 개선하여 우수동아리의 지정 폭을 넓히기로 했다. 이화여대의 “시너지” 선거운동본부도 학생문화관 회의실을 대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사토론, 책읽기, 전공스터디와 소모임 뿐만 아니라 학술소모임까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내일은 있다” 선거운동본부는 가입을 원하는 모든 과/반, 단과대, 중앙 학회가 참여하는 학회간 교류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세미나 주제나 커리큘럼을 제안하고 1년간 모든 활동을 결산하는 학술제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동대 선거운동본부는 단체지원금 확대와 학술축제 지원을 넘어 학회경력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방식으로 모임을 지원하는 기발한 방법을 내놓았다.  부산대 “레디액션” 선본은 학생회 예산의 10%를 소모임을 지원하는 데에 쓰겠다고 밝혔다.

모든 모임을 지원하는 데에는 총학생회 예산도 한계가 있기에, 연세대 “SOLUTION" 선거운동본부의 ‘연세콩’ 공약이 특히 눈에 띈다. ‘연세콩’은 네이버의 해피빈을 차용한 아이디어로,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재학생이 직접 마음에 드는 자치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학내 각종 모임에 대한 재학생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고, 활성화만 된다면 과도한 예산 소모 없이 더 많은 지원금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되는 공약이다.


정보공유를 통한 소통

총학생회는 가장 많은 얘기를 듣는 만큼 학내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소유한 기관이다. 이 정보를 더 모으고 가다듬어 재학생과 공유하는 기발한 공약이 많았다.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공약이 거주문제 관련 정보의 공유다. 성균관대 선본은 부동산 커뮤니티를 개설해 하숙 정보를 모아 거주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 “브랜드뉴” 선본은 흑석동 주거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해 총학생회 차원의 대대적인 주거조사를 진행하고 더불어 학생들이 주거비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합리적인 주거비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 “M.I.N.T” 선본 또한 자취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성공적인 자취생활을 하는 재학생들이 자취생활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연세대 기호2번 “SOLUTION" 선본은 자취생들에게 생필품 지원 및 가정용품과 가전제품을 할인가에 판매하고 자취, 하숙생활 및 주거문제 해결가이드인 주거백서 발행 및 자취/하숙생들을 위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대 ”레디 액션“ 선본은 자취생 위원회 및 자취 정보 공유 모임을 만들고, 좋은 거주지 구하기 가이드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거주 문제 외의 학교생활 관련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공약도 많았다. 연세대 "FOCUS ON" 선본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복지에 대한 정보를 모은 복지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고, 성균관대 “성대가온” 선본 또한 학교생활의 소소한 팁을 모은 '성균생활백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포스텍 “렛츠락” 선본은 숨겨져 있는 학교생활 노하우를 모아 하나의 포스텍 위키를 형성하여 재학생이 관련 팁을 일상과 메타사이트를 통해 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고, 중앙대 “브랜드뉴” 선본 또한 생활백서에 강의실 대여, 팀플 룸 사용, 장학금, 셔틀버스 시간, 생활혜택 및 학내 이용할 수 있는 전문기구 및 시설 등의 정보까지 담겠다고 말했다.

충북대 “온앤온” 선본은 ‘대학생활 알리미’란 이름으로 페이스북과 책자를 통해 공모전과 장학금 소식 뿐 아니라 도서나 영화 등 문화정보까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유독 눈에 띄는 공약은 카이스트 “모두애” 선본의 군 입대 관련 정보 공유 계획이다. 이 선본은 재학생의 군 입대 고민해결을 위해 병역 설명회를 개최해 현역,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코이카, 카투사 등 지원 병과의 장단점과 준비과정, 준비시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학교 밖에서도 소통한다

총학생회는 대외적으로도 재학생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재학생을 대표하여 외부와의 연대를 통해 대외활동을 추진하고자 하는 공약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이화여대 선본은 학내 노조, 서부노련과 연대하고 농촌연대활동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선본도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평화나비 콘서트’에 참가하고 등록금 인하와 국가장학금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대학생 교육공동행동’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대 “레디액션” 선본은 부산지역 청년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책 제안 및 대학생 유권자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표방한 곳은 서울대학교 “내일은 있다” 선본이다. 이들은 정책 자료집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간호인력 개편 및 버스 준공영제, 철도공사와 KTX 민영화, 서울대병원과 의료공공성 이슈, 전교조 사태, 국정원 선거개입, 뉴라이트 교과서 문제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천명했다.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일 말고도 외부 단체와 협력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공약도 찾을 수 있었다. 한동대 “한바탕” 선본은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기구, 굿네이버스, 국제와이즈맨 등 대외봉사단체와 연계하여 위 단체들의 주요활동과 각종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재학생의 봉사활동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스텍 “렛츠락” 선본은 타 대학과 협력해 연합소풍과 연애프로젝트 ‘짝’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