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군대 떨어졌어”라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국가는 병역의 의무를 규정하고, 20세가 되면 ‘신체검사 통지서’로 그 의무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그러나 막상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병무청에 입영 지원을 하면 병무청은 ‘불합격’ 통지를 보낸다. 
 
또다시 학원으로
군대를 위한 사교육 시장도 존재

입시 전쟁을 마친 뒤, 마주치는 것은 그야말로 ‘입대’ 전쟁이다. 군대 가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우선, 영어 실력 향상이나 상대적으로 쾌적한 복무 환경으로 선호도가 높은 카투사나 통역병의 경우 각각 평균 7:1과 5~10: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이처럼 치열한 입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카투사나 통역병을 위한 사교육 시장도 존재한다. M 영어 인강 사이트는 아예 카투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카투사 로드맵’이라는 상품이 출시했었다. 카투사 지원전략을 소개하고 지원자격을 위한 780점을 위해 영어강의를 개설해놓았다. 카투사 출신의 선배가 와서 카투사 복무 후기를 말해주는 현장 강의를 마련해놓기도 했다. 20세 미필 남자들이 그 전에 겪었던 입시 학원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통역병의 경우, 사교육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카투사가 일정 정도의 영어시험 점수만 충족하면 추첨 선발되는 것과 달리, 통역병은 별도의 자체시험을 또 한 번 거친다. 문제는 이 자체시험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다. 영어 통역병으로 제대한 이태훈(24) 씨는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군사용어가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에 적어도 한 달은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병무청 사이트에는 통역병 시험일정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만이 있을 뿐, 기출문제 등 통역병 시험 대비를 위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다.
 
군대에 빨리 갈 수만 있다면
인터넷에서 동반입대 파트너를 구하기도

‘입대의 어려움’이라는 명제는 카투사나 통역병 같은 특수 보직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제 일반 육군조차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병무청 현역입영과에 따르면, 지난 11·12월 진행했던 육군 현역병 입대 추첨의 경우 1만 6천 명이 지원하여 그중 1만 3천 명이 합격했다. 3천여 명이 군대에 떨어지는 웃지 못할 결과를 마주한 셈이다. 실제 11·12월 회차에서 떨어진 대학생 A 씨는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나, 어떻게 간다고 해도 안 보내주냐”며 군대 좀 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원자들은 조금이라도 합격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동반입대'라는 우회로를 선택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동반입대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경우, 동반입대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동반입대 파트너를 찾기도 한다. 지역, 나이, 핸드폰 번호를 올리면 그 게시물을 본 이가 연락해 동반입대병을 신청하는 식이다. 
 

ⓒ네이버 카페 '동반입대' 게시판 캡쳐



문제는 병역자원잉여현상
이를 위한 해결책을 내보여야

군대에 떨어지는 현상의 원인중 하나는 병역자원잉여현상 때문이다. 병역자원잉여현상이란 군 수요에 비해 현역병 예정자가 많은 현상을 뜻한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의 '병무청 모집업무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1년 가용인력(현역병 예정자)이 32.8만 명인데 반해 군 수요인력은 31.3만 명에 그쳐 약 1.5만 명의 병역자원잉여현상이 발생했다. 2012년은 가용인력 33.6만, 군 수요인력은 31만명으로 약 2.6만명의 병역자원잉여현상이 발생했다. 병역자원잉여현상은 2013년 3.3만 명까지 증가해 2020년까지 평균 3.1만명을 유지하다가 2021년에 5.3명으로 정점을 전망이다.

병무청은 올해 현역병 입영제도를 기존 선착순 접수에서 자동 추첨 방식으로 바꿨다. 기존의 선착순 접수 방식은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마비되고, 저용량 PC에서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대 불합격자가 축적되는 악순환은 여전하다.

어른들은 종종 “할 일 없으면 군대나 가”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이제 군대는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가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학원을 다니며 공부까지 하는 열의를 보여도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