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 때문에 힘겨워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아름다운 재단에서 시작한 ‘노란봉투 캠페인’이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가 사측과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47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후, 시사인 독자 배춘환씨가 손해배상에 써달라며 아이의 학원비 4만 7천원을 선뜻 내놓은 것이 발단이 되어 시작된 캠페인입니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보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 7천원씩 10만 명이면 되더라고요” 라는 배씨의 말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17일에는 가수 이효리씨까지 참여한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이 ‘희망의 노란봉투’에 모이고 있습니다.

함께 고함20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우리도 4만 7천원씩 기부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머뭇거렸습니다. 자취를 하는 친구는 4만 7천원이면 2주 동안 먹고 살 수 있다고 했고, 알바를 하면서 등록금 대출 이자 갚아나가는 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선뜻 그 액수를 보낼 만한 경제 사정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20대에게 4만 7천원은 이번 달 생활수준을 좌우할 만큼 큰 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4천 7백원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할 지라도 노동자들의 고통을 100만분의 1이라도 덜어드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또 비록 혼자서는 4천 7백원을 내더라도, 대신 친구 10명에게 이러한 캠페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기부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면 4만 7천원의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일단 고함20의 기자 10명이 4천 700원씩, 4만 7천원을 모아서 이 모금에 동참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알리는 게 민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사정에 맞춰 조금씩이라도 모금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씁니다. 해고와 재산 가압류로 좌절하는 노동자들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 20대도 같은 노동자로서, 또는 미래의 노동자로서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부디 조금씩이라도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기부액이 작더라도, 그 마음은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고함20의 이름으로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9명의 기자들이 각각 4천 7백원씩 보내왔고, 제 통장에 있던 4천 7백원까지 합해서 총 4만 7천원을 아름다운 재단으로 보냈습니다.

얼마 전 대학가에서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불었고, 대자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동시에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파업이 불법이 되고, 그들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높은 액수의 손해보상을 하라고 요구하는 세상이 어찌 안녕하겠습니까.

4천 7백원은 햄버거 세트 하나 값도 못 되는 작은 돈입니다. 하지만 2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1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1시간을 손해배상으로 인한 가압류 때문에 또다시 절망하고있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안녕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노동자가 온전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며 삶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 말입니다.

20대들이 '노랑봉투 캠페인'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는 이땅의 모든 노동자분들이 힘을 내서, 부디 살아갈 용기를 얻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박정훈 기자 (disco@goham20.com) 

 

 노란봉투 캠페인 모금 사이트
소액은 하나은행 272-910017-02504 (아름다운재단) 으로 보내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