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을 지내다가 나온 아이를 축복하듯 300일 동안 자라온 고함20을 축하하는 날, 그 날 입니다.

어떤 단체나 개인의 후원 없이 우리들의 손으로 이끌어 온 고함20으로서는 300여 일 동안 잘 버텨왔다고 스스로에게 무한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또 지난 300일간, 그리고 앞으로도 고함20의 부족하고 아쉬운 기사를 관심과 격려로 읽어주실 독자 여러분들에게는 엎드려 꾸벅 절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300일 특집. 어떤 재미난 아이템으로 야무지게 자축을 해볼까 하다 “나에게 300만원이 생긴다면?”이라는 주제를 골라봤습니다. 300만원. 로또 당첨금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삼백? 그 돈으로 뭘 하겠어.”하기에는 내게 30만원도 여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스무 명 남짓한 필자의 지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300만원을 마음껏 써보는 즐거운 계획을 짜 보았습니다. 자, 여러분도 고민해 보세요. 300만원이 생긴다면 무얼 하겠어요?

<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erdiro?Redirect=Log&logNo=130085717356  >


하나, 자취생활해보기.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취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나름의 고충과 외로움은 해본 사람만이 알죠.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부모님과 같이 살기에 진정한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자취생활을 부러워하지요. 혼자 살면서 특별한 일들을 하지 않더라도 부모님의 걱정과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지내보고 싶어 해요. 300만원, 과연 가능할까요?

서울 지역의 경우 300만원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해결할 수 있는 원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보증금이 필요 없는 하숙집이나 고시원으로 한하여 예산을 따져 봅니다. 물론 애초에 꿈꾸던 마음껏 자유롭던 자취생활에서는 약간의 제약이 가해지지만요. 고시원은 대략 20~40만원을 내면 보증금 없이 한달 간의 자취생활이 가능합니다. 방 안에 미니 냉장고나 침대, 책상정도는 있지만 그 작은 방에 이 모든 것들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면 알게 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결코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집이 얼마나 편안하고 큰 집 이었는지를. 게다가 월세 값만 있다고 생활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식비를 비롯해서 생필품들을 사들이다보면 지갑은 자꾸만 가벼워집니다.

외국에서는 스무살이 되면 다들 독립해서 잘산다더라 하는 식의 말씀은 20대를 위한 주거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참아주세요. 집값을 아르바이트비로 해결할 수 있거나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주거비를 국고 보조해 주는 유럽의 나라들과 비교할 수는 없잖아요.


둘, 등록금내기 or 학자금대출상환

300만원으로 어떻게 등록금을 낼 수 있느냐구요? 맞습니다. 국·공립대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상 300만원으로 한 학기 등록금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공짜 돈이 생기면 등록금을 내거나 등록금을 내기 위해 대출한 학자금을 상환하고 싶다고 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시급4500원을 받고 하루에 8시간씩 한달 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꼬박 네달을 일하면 한 학기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이·공계 및 예·체능 대학을 제외했을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등록금을 내릴 때 까지 투쟁하는 것보다 차라리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졸업하는 편이 낫겠다.”라는 재학생의 토로가 떠오릅니다.

 

< 사진출처: http://cafe.naver.com/releaseme/170 >


 

셋, 여행 떠나기.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에는 더욱 더 떠나고 싶어지죠. 300만원이 생긴다면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습니다. 요모조모 알아보고 알뜰하게 준비한다면 학생들은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직장인들은 휴가를 통해서 300만원의 예산으로 꿀 맛 같은 휴가를 보낼 수 있겠네요. 더군다나 300만원을 여행지에서 쓰면서 즐기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떠나기 전에 어느 곳에서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여행지에 도착해있답니다.

 
넷, 일단 모아 두겠다.

어느 날 갑자기 거금이 생길 리 없는 현실에서 300만원이 생긴다면 하고 싶은 것을 당장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다고 충동적으로 모두 써버린다면 아무리 거저 얻은 돈이지만 아까울 것이 분명하구요. 그래서 일단은 쓰지 않고 꼭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쓰겠다는 생각들이 많더군요.



무료한 일상에서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판타지를 꿈꾸는 것, 생각보다 즐거운 일입니다. 300만원이면 그동안 사고 싶었지만 고가여서 벼르고만 있었던 카메라 렌즈를 살 수 있고, 잡지에서만 보던 명품 가방을 장만할 수도 있을 테지요. 원한다면 그동안 익혀두었던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를 할 수 있고, 아프리카의 소아 에이즈환자들을 돕는 기부금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고함20이 300일까지 이어나간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300만원이 생긴다는 것처럼 꿈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지만 고함20은 더 즐겁고, 발랄하고, 패기 있는 모습으로 300일을 지나 더 많은 날들을 꿈꾸고 있습니다. 300만원을 쓰는 방법들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입 꼬리가 올라가는 즐거운 상상이었듯이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바뀔 세상을 떠올리며 함께 웃는 앞으로의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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