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와이파이 되나요?” 대학에서 디자인전공을 하는 고정우(25,남)씨는 카페에서 과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과제를 할 카페를 정할 때 가장 우선순위는 콸콸 터지는 와이파이다. 고정우씨는 “과제를 하다 보면 자료도 찾아야 하고, 인터넷이 되지 않는 카페에 가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으므로 주문하기 전에 와이파이가 되나 확인해보곤 해요” 라며 와이파이의 편리함을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현대인에게 와이파이는 사막 위의 오아시스와 같다. 사실 최신형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속도가 더 빠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와이파이는 기본적으로 공짜기 때문에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싼 데이터 요금 대신에 와이파이를 택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이외에도 태블릿 PC나 무선 랜카드가 탑재된 있는 노트북의 경우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집, 도서관, 지하철, 학원, 직장 대부분 현대인들이 머무는 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와이파이를 만날 때 느끼는 감정은 불호보다는 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스마트폰은 파장이 짧은 고주파를 방출하면서도 항상 몸에 붙어있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와이파이의 유해성에 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의 인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선진국에서는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무선인터넷의 유해성에 관한 연구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주 정부는 무선인터넷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친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에 16개월간의 공식 연구 끝에 무선인터넷을 학교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했다. 영국 및 기타 유럽 국가에서는 무선인터넷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지속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 와게닝겐 연구팀은 와이파이 망 주변의 식물들을 대상으로 석 달 간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그 나무들의 잎에서 잎사귀가 변색하는 등 이상현상을 발견했다. 이와 같이 와이파이 존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그 반대의 결과를 내놓는 연구들도 있으며 심지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와이파이 존이 우리에게 반갑기 만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와이파이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다. ‘규제’라는 것은 어떤 것이 좋지 않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인데, 우리는 인식조차 못하다보니 이에 대한 규제를 기대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전자파에 관한 규제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률 제 11712호에서는 전파법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주로 통신사나 방송사가 설치하는 무선국에 대한 전파만 규제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즉, 외국처럼 와이파이에 노출된 학생들의 건강이나 와이파이 존 근처 식물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에 새로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 간 친구의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꽤 고층이어서 엘리베이터에서 카톡 메시지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엘리베이터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전파수신기를 설치해야하는데 입주민회의에서 건강을 위해 전파수신기를 달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집에 들어가 무선공유기의 와이파이를 잡아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루에 5분도 머물지 않는 엘리베이터에서의 전자파노출은 걱정하면서, 10시간 이상 머무르는 집에서는 항상 와이파이가 터지는 상황이 매우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는 와이파이를 거부할 권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거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인식’이 먼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