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표인 총장이 나와야지, 실무자는 자격이 없다”, “학생이 먼저냐, 부모가 먼저냐”, “어디 어른 말하시는데 학생들이…” “학생들이 있으니 공청회가 아니다! 학생 빼고 진행하라!”

지난 4월 17일, 경희대학교 학내 기숙사 건립을 위한 주민공청회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 날 공청회에서는 본 안건을 논의하기까지 한 시간 반이 소요됐다. 학교 인근 임대업자들로 구성된 ‘회기지역 발전협의회’(이하 발전협의회)가 공청회를 방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발전협의회 측은 예정된 식순을 무시한 채 독단적인 진행을 시도했다. 학생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발전협의회 성원들이 퇴장을 시도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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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열린 공청회는 기숙사 건립 후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공청회 자리였다. 공청회 자리에는 기숙사 건립 이후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되는 기숙사는 학내에 지어질 예정이다. 기숙사를 둘러싼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사람은 학내에서 생활하는 학생이다. 공청회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이유다.

일부 주민들은 참여한 학생들이 지역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청회 자리에서의 학생 참여를 반대했다. 기숙사 건립 이후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될 학생들과 현재 실거주지로 주소지 이전을 하지 않은 자취생은 아직 지역 주민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기숙사 건립’이라는 상황에서는 당사자성에 위배된다. 기숙사와 관련하여 학생이 당사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학생은 당사자로서 기숙사 건립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알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발전협의회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학생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서 기인한다. 학생을 학내사업의 당사자가 아닌 객체로 보는 인식이 묻어나며, 학생을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는 시선도 보인다.

학생은 학내 사업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이고 당사자이다. 등록금을 통해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내는 것도, 사업의 결과물을 직접 이용하는 것도 학생이다.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학내 사업 추진은 예산 낭비일 뿐이다. 지역사회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학생을 당사자로 인정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학생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기에 미성숙하다는 인식 역시 부당하다. 학생이 ‘배우는 중인 사람’이라고 해서 덜 배운 사람이거나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학생이 나이가 어리다는 것 역시 당사자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할 수 없다. 발전협의회 구성원들에게는 학생을 무언가 부족한 존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