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소식이 연일 신문 지면과 TV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초유의 사고가 발생시킨 보도 경쟁 속에서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질책 역시 잇따르고 있다.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가 죽은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거나 사망 학생의 학교로 달려가 그의 공책을 촬영하는 도를 넘은 취재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SNS 상에 가득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 놓치고 있는 잘못된 보도 관행이 있다. 바로 대형 사건이나 사고를 명명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깊은 고민 없이 ‘지명(地名)’을 사용하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는 발생 직후부터 ‘진도 여객선 침몰’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진도 해상서 350여 명 탄 여객선 조난신고…침수 중>(연합뉴스), <350여 명 탄 여객선 진도 부근 해상 침몰 중 조난 신고>(중앙일보)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사의 내용에는 여객선의 이름인 세월호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사가 진도에서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사실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그렇다면 사고 발생 사흘째인 18일의 모습은 어떨까. 다행히도 네이버나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는 ‘여객선 침몰’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모아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일보>나 <동아일보> 등을 포함해 많은 언론사들은 여전히 이번 사고를 ‘진도 여객선 침몰’로 명명하고 있다.

이 같은 언론의 관행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건의 명칭이 대중의 인식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사고처럼 부정적인 일의 명칭에 지명이 들어갈 경우 사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건의 발생과는 무관한 해당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 ‘나주 성폭행 사건’이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 등 지역 이름으로 명명된 과거의 사건에서도 무분별한 지역 명명의 위험성이 제기됐다. 실제 성폭행 사건 발생 후 나주의 한 주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이후 ‘나주에 산다’고 말하면 성폭행이 일어난 도시라고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이름은 언론이 보도 과정에서 꼭 포함해야 할 기본적인 정보임에는 틀림없다. 보도 기사를 쓸 때에 지켜야 하는 원칙인 육하원칙(5W1H)에도 ‘어디서(Where)’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최초 보도 시점에서 언론이 지명을 사용한다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건‧사고의 전말이 어느 정도 밝혀진 이후부턴 무분별하게 지명을 사용한 명명을 해선 안 된다. 명칭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때 언론은 육하원칙 너머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곳에서부터 명칭을 착안해야 옳다.

 

언론의 보도 관행을 지적하는 트윗 갈무리

 

 

다행히 언론의 지명 보도 관행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관행의 문제점을 알아차린 일부 대중의 자정 능력도 눈여겨볼만 하다. “진도 여객선 침몰이 아니라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입니다. 태안이 아니고 삼성물산 기름 유출 사고인 것처럼 특정 지역명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명으로 불러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라는 트윗도 눈에 띈다.

사고 직후, SNS에 난립하는 출처 미상의 정보들로 대중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피해자 수를 잘못 전달하는 것만이 오보(誤報)는 아니다. 사건의 명칭에 중요한 진실 대신 지명을 갖다 붙이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오보다. 죄는 선장과 관련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진도는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