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의 연애는 '동네북'중 단연 상위권이다. 팬들이 대규모일 뿐더러, 기획사의 '주력상품'인 만큼 이들의 연애에는 언론의 보도도 잇따르고, 반응도 꽤 오래 지속된다. 얼마 전 알려진 '소녀시대 멤버 태연과 'EXO' 멤버 백현의 교제 역시 여느 열애설이 그렇듯 큰 화제가 됐다. 이런 소식에 딸려오는 열광적인 관심은 당연하지만, 소녀시대와 엑소 팬덤 내에는 이번 일이 다른 열애설·연애와 구분된다는 인식이 튼튼하다.


왜 다르다는 것일까? '조용히' 사귀어온, 윤아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과 달리 태연-백현이 SNS상에서 비밀 아닌 비밀 연애를 했다는 점이 주요하다. 대표적인 근거(?)로 제시되는 것이 팬들의 선물에 대해 태연이 두 사람의 이름을 합한 애칭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는 것이다. 고맙다는 말은 '껍데기'였다고 생각하며 실망한 팬들이 적잖다. 본래 팬이 아니었던 이들도 이 부분에서 기존 열애설과 다르다는 점을 수긍한다. 다른 멤버들의 열애설이 터졌을 때 상처받은 팬들의 '멘붕'을 노래로 위로했던 사실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레오'사진 등 자세하게 살피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정황들이 모여 팬들을 놀림감 내지는 'ATM'으로 여겼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이중적인 태도로 팬들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SNS상 대화로 이들이 욕을 먹는 것은 타당할까?



ⓒ 스포츠투데이



팬덤은 연애 자체가 아니라, 태연과 백현이 자신들을 우롱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말한다. <디스패치>에 의해 알려진 두 사람의 데이트 장면도 '기만'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픈카를 타고 만나온 조심성 없는 데이트라는 비난이 인다. 새벽시간 파파라치가 미행을 해 찍은 사진인데도 말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새벽에 만나야 하는 아이돌의 상황은 안중에 없는 듯 하다. '새벽시간 만남' 사이에서 묘하게 화제가 되는 '외제 오픈카'에 대한 손가락질 역시 기이하다.


'조심스럽지 않은', '티 안내는' 연애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SNS에서의 대화도 그들의 선택이고, 늦은 시간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이 선택이 팬덤을 기만했다는 것과 동일한 지점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해당 SNS 계정을 팬들을 위해 열었다는 것이 다른 교류를 배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동시 다발적인 감정을 갖는 한 인간의 의도를 기만과 조롱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물며 그 주체가 기획사에 귀속된, 팬덤의 언어대로 '상품'인 아이돌이라면? 방송에서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 태연은 관련 논란이 거세지자 해명하는 글을 게시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팬덤이 바라는 것은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만나다가 영원히 밝혀지지 않고 헤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생길 정도다.



ⓒ 소녀시대 '태연'이 인스타그램에 적은 해명글.



팬덤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비난을 '팬심'의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팬은 가수, 연예인을 심정적 차원에서 응원하고 애정을 주는 존재이므로, 팬덤에 대한 비판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팬심이 어떤 감정이든 표출이 가능한 '까방권(까임방지권)'은 아니다. 감성에 기반한 의견이나 심정의 표현은 비이성과 엄연히 다르다. 그것이 '팬들을 기만했다'는 일방적인 화살로 작용한다면 더욱 그렇다. 생략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사진과 글의 행간을 통해 '팬은 곧 조공을 바치는 대상'으로 여겼다는 증거가 만들어졌다.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에서 오픈카에 방점을 찍는 행위도 그렇다.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사생활을 쫓기듯 숨겨야 하는 아이돌의 위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팬덤과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이기 이전에 상품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역설적이게도 '아이돌도 인간인데 연애를 하다 티를 낼 수도 있지 않냐'는 의문들에 팬덤이 내놓고 있는 대답 역시 '상품'이다. 상품이기 때문에 어떠한 모습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힘을 쥔 팬들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인데, 특정 상태, 여기서는 연애를 하지 않거나 몰래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중요하다 해도 아이돌들이 고용된 '사람'이라는 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두 사람의 SNS상 대화와 오픈카 데이트에 대한 비난은 상품의 옷을 입은 인간이기에 모든 맥락이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이 생략되어 있다. 팬과 가수 사이 영역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부분이라 해도 팬심과 비이성적 비난은 구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