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낭만을 꿈꾼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뜨뜻미지근한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낭만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이지 않을까? 누군가는 상상을 하며 잠시나마 쳇바퀴 돌리는 속도를 줄이고, 다른 누군가는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 과감하게 쳇바퀴에서 벗어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무슨 얼어 죽을 낭만”이라며 오히려 쳇바퀴를 더 빠르게 돌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적어도 마음 한켠에는 낭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더 나아가 “낭만이 삶의 대안”이라 말하는 청년들도 있다. ‘프로젝트 낭만’에서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낭만이란 키워드로 해결해보고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낭만

 

‘프로젝트 낭만’의 구성원인 연세, 다솜, 은영은 모두 금산간디학교 출신이다. 금산간디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다. 교육청의 필수 교과 과정을 따르지 않고, 자율적인 시스템에 따라 운영된다. 농사짓기, 옷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이 열리는가 하면 대학에서 수강신청을 하듯 각자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해서 듣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학교에 다니며 대안적인 삶과 문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고민이 모여 ‘프로젝트 낭만’의 밑거름이 됐다. 그렇게 해서 연세, 다솜, 은영은 또래 청년들 대부분이 대학을 다니는 시기에 ‘프로젝트 낭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낭만이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건지,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낭만이란 뭔지 궁금해졌다.

 

“요즘 청년들은 미래를 위해 스펙을 쌓는 등 자기한테 투자를 많이 하는데도 별로 행복하지 않아요. 청년들이 왜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우리 안에 낭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았죠. 저희는 낭만이 ‘다양한 삶에 대한 인식’이자 ‘다양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라고 보고 있어요. 낭만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을 꾸려나가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연세)

 

‘프로젝트 낭만’에서는 ‘만남’을 통해 낭만을 풀어내려 한다. ‘만남’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나 청년들끼리 만나면 서로 자극도 되고 에너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청년들이 모이는 판을 벌여왔다. ‘알고보니 캠핑 페스티벌’, 청년 프리컨퍼런스 ‘작심 365’, 낭만파티 ‘11월의 크리스마스’, 마을 잔치 ‘건천리 깔깔’ 등 만남의 형태도 다양했다. 이렇게도 살 수 있고, 저렇게도 살 수 있다는 여러 예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보다 많은 청년에게 다른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남만 작전’을 기획했다.

 

ⓒ프로젝트 낭만

 

“‘남만’은 낭만과 만남의 합성어에요. 저희가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공유하자는 취지였죠. 말하자면 ‘남만 작전’은 다양한 청년들의 생각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지난 4월에 첫 ‘남만 작전’을 갔는데, 배낭여행을 가는 청년들을 만나고 싶어서 인천국제공항을 장소로 정했어요. 여행을 떠나기 직전인 청년들의 이야기, 여행에서 막 돌아온 청년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 같았어요.”(은영)

 

“그런데 생각보다 배낭여행을 가는 청년들이 없었어요. 일단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이 너무 많았고, 럭셔리한 여행을 가는 청년들이 꽤 많더라고요. 남자친구와 하이힐 신고 가는 홍콩여행이나 쇼핑하러 가는 여행처럼요. 그런 여행을 하는 청년들과도 얘기를 나눠봤어요. 그러면서 저희 생각이 협소했다고 느끼게 됐어요. 저희는 배낭여행만 좋은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다솜)

 

이렇듯 ‘프로젝트 낭만’은 만남을 통해 청년들이 낭만을 찾는 걸 도와주는 동시에 자신들 또한 낭만을 찾아가고 있었다.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며 자신들도 자극을 받고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만남 덕후’라면, 덕업일치를 이뤄가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만남’ 못지않게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가 또 있었다. 바로 ‘결혼’이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에 관심이 많다니 처음엔 의아했지만, 얘기를 듣다 보니 의아함이 조금씩 풀려갔다.

 

ⓒ고함20

 

“청년 시기에 고민해봐야 할 키워드가 많은데 저희는 그중에서도 결혼에 꽂혔어요. 결혼이란 뭘까, 하는 고민을 미리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결혼 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다솜)

 

“갈수록 결혼식이 낭만을 잃어가고, 의미를 퇴색해가는 것 같았어요. 지인들 결혼식에 가보면서 저렇게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죠. 별 의미도 없어 보이고, 사업 같아 보이기도 해서요. 그래서 부부의 결혼관이나 가치관이 반영되는 결혼식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연세)

 

‘프로젝트 낭만’에서 만드는 대안적인 결혼식은 올해 10월에 첫선을 보인다. 모교 선생님들의 결혼식 기획을 맡게 된 것. 아직 구체적인 기획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예비 신랑 신부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기획을 해나가는 중이다. 장소는 학교 안 공터로 잡았고, 학생들의 축하 공연과 동료 선생님들의 축사 낭독이 예정되어 있다.

 

2013년에 팀을 결성한 뒤 1년 반 정도를 열심히 뛰어온 ‘프로젝트 낭만’은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우선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좀 더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아무래도 ‘낭만’이란 키워드가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일 터. ‘낭만’을 풀어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프로젝트 낭만’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낭만’을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낭만’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