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점점 뜨거워진다. 집 안에만 있어도 땀이 절로 흐른다.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게 나을 법하다. 한 여름 열기를 잊게 해줄 시원한 락 음악과 함께라면 더 좋다. 여기 좋은 대안이 하나 있다. 락 페스티벌로 가자!

락 페스티벌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규모만큼 락 페스티벌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인다. 당연히 사건·사고도 많다. 그래서 락 마니아들에게 물어봤다. 락 페스티벌에서 보기 싫은 꼴볼견 베스트 3는?

*본 설문조사는 다음 카페 ‘락치킨(http://cafe.daum.net/RAMC)'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 참여자 수 : 총 61 명
* 원래 중복 선택을 불가하다고 하였으나, 도저히 하나만 고를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서 중복 선택 허용하였음.
* 허나 ‘전부 다’ 등과 같이 다소 무책임한 중복 선택은 아예 집계하지 않았음.
* 중복 선택 포함하여 총 집계 수는 84표

그렇다면 올 여름 정말로 보기 싫은 락페스티벌 꼴볼견 베스트 3는?

1위. 눈치의 실종, 돗자리족(27.4%)

 



분명 음악을 듣는 방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뮤지션을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 혹은 넘치는 열정에 가만히 있질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넓은 잔디 위에 돗자리 하나 깔고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도 있다. 허나 이런 취향 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이 종종 있나니, 가장 큰 주범은 바로 돗자리족이다.


돗자리를 까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항상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은 스탠딩 존 근처에, 혹은 한 가운데 돗자리를 깔고 앉는 사람들이다. 물론 락 페스티벌 특성상 명확히 스탠딩 존의 구분은 없다지만, 폭발적인 스탠딩 존 열기 한 가운데서 굳이 돗자리 깔고 싶을까? 올해만큼은 좀 눈치를 기르도록 하자.


설문의 참여한 이들은 돗자리족에 엄청난 분노를 뿜었다. 몇 개를 꼽자면 ‘스탠딩 존 한 가운데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옆으로 누워서 공연 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미친놈인 줄’, ‘가까이 앉아서 보고 싶다면, 집에서 TV로 보시길’, ‘뇌 없는 줄’ 등이 있었다.

2위. 민폐 갑. 담배족(23.8%)

 


공공장소에서 금연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규범은 유치원생도 알법한 내용이다. '내 돈내고 내가 피는데 뭔 상관이냐'며 묻는다면, 또 한 번의 상식적인 답변으로 사람이 밀집한 스탠딩 존 한 가운데서 담배를 피는 게 말이 되냐며 묻고 싶다. 
흡연자들을 위한 스모킹 존은 이제 거의 모든 락페스티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예쁜 언니들도 있고, 멋진 디제이 형이 음악도 틀어주더라. 흡연자들은 귀찮더라도 거기 가서 맘 편히 실컷 피다 오길 바란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민폐 왕, 흡연자들에게 ‘몰상식’이라는 기본적 수사는 물론 ‘지가 피던 담배로 담배빵’을 선사해주고 싶다는 의견과 ‘실수인 척 확 밀어버리고 싶다’는 분노에 찬 거침없는 발언까지 선사하였다.


3위. 영화는 집에 가서 좀 찍지. 슬램존 안 꼭 껴안은 커플(13%)


저기 왼쪽, 저 가련한 이의 표정이 보이는가? ‘이거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고 아오......’ 하는 탄식이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이 광경은 락 페스티벌에서도 익숙하다. 서로가 좋아 껴안고 키스도 하고, 뭐 젊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그걸 1cm만 움직여도 서로 살이 닿을 스탠딩 존 한가운데, 아니 심지어 숨 쉴 틈도 없는 슬램존 한 가운데서 하냔 말이다.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것은 차라리 약과다. 몇몇 매너의 끝판 왕 남친분들은 슬램존 한 가운데서 굳이 자기 여자친구를 지키겠다며 망부석처럼 애인을 꼭 끌어안고 자리를 고수한다. 그렇게 자기 여자친구 지키고 싶으면, 여자친구 데리고 슬램존 나가는 게 훨씬 현명한 처사다.

설문 반응으로는 ‘그렇게 보호하고 싶으면 제발 거기 있자 말라고’, ‘여친 꼭 끌어안은 채 주변에 뛰는 사람들 다 밀어 내더라’, ‘커플짓도 정도껏 해야 멋있고 예쁜 거지’ 와 같은 역시나 분노에 찬 의견들이 많았다.

■ 나머지 순위

4위. 하이힐 족(10.7%)
5위. 우산족 (8.3%)
6위. 누드족 (4.7%) (공동)
6위. 과잉 애정 행각 커플(4.7%) (공동)
8위. 슬래머족 (2.3%)
9위. 만취족 (1.1%)
10위. 헌팅족 (0%)

■ 기타 의견들

1. 텐트
 - '멀티'를 치듯, 사방으로 텐트를 치고 다니는 이들이나, 야심해진 밤 텐트를 습격하는 이들. 그리고 아무리 락페가 사랑과 평화의 장소라지만 굳이 텐트 안에서 거친 사랑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이들.

2. 과잉 떼창
 - 떼창도 눈치 좀 봐가면서. 잔잔하고 감상해야 할 부분에서 그 큰 성량을 맘껏 뽐내시는 이들 덕에 아티스트 소리가 안 들리면 굉장히 큰 낭패.

3. 투척족
 - 해외 유명 락페에서 못 된 걸 배워왔는지 무대 쪽으로 물병을 던지시는 이들. 차라리 앞으로 쭈욱 나가면 괜찮지 괜히 앞에 있는 엄한 사람 정수리를 가격하는 이들도 있으니, 매너 좀 지킵시다.

4. 몰상식족
 - 캠핑존이 자신들 팬션도 아니고 고래고래 노래 부르고 낭만을 즐기다 쓰레기는 또 그냥 버리고 가네. 점점 더 발전하는 락 페스티벌 만큼 관객 수준도 향상되길!

 

ⓒ 지산 벨리 락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이상 '락 페스티벌에서 가장 보기 싫은 꼴불견 베스트 3'을 알아봤다. 사실 '베스트 3'은 락 페스티벌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유형이다. 따라서 단지 베스트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 '꼴볼견'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락 페스티벌은 관객 모두가 즐거워야 할 축제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즐겁자고 매너따위를 잊는다면, 그건 잘 노는 것도 아니고, 락 마니아도 아니고 그냥 진상 되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위 정보를 숙지하시고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나도 즐겁고 남들도 즐거운 락 페스티벌을 만들어 보자. 사실 진정한 축제는 대형 라인업이나 시설보단 축제에 직접 참여하는 이들의 열정적인 분위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즐거운 축제를 위해, 우리 모두가 먼저 즐거울 수 있도록 올해는 꼭 매너관객들이 넘쳐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