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달궜던 구절, ‘Under my skin'을 기억하는가. 인기 가수 동방신기의 당시 신곡이었던 ’Mirotic'의 가사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해당 구절이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동방신기 4집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판정은 “우리 오빠들이 절대 그런 사람일 리가 없다”는 80만 소녀 팬들의 격분으로 돌아와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소녀 팬들의 상상력을 과대평가한 결과 조롱을 면치 못한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 납득하기 힘들었던 심의가 영화계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최근 영상물등급심사위원회(영등위)가 ‘님포매니악 볼륨1’의 포스터를 심의 반려했다. 맥스무비에 따르면 “(포스터 속) 여성의 벌어진 입과 ‘채워줘’라는 단어가 (성행위에 대한)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는 이유이다. 결국 포스터 속 사진은 흐리게 처리되었다. 더욱 문제인 것은 홍보문구까지 수정된 것이다. 홍보문구는 "내 모든 것을 채워줘"라는 주인공 조의 대사 대신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정체모를 문장으로 수정되었다. 포스터가 공적인 장소에 걸린다는 것을 감안해 시각적 이미지 노출을 고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영화의 성격을 알리는 성적 은유까지 제외하면 영화의 장르와 내용을 추측하기 힘들다.

 

‘Nimphomaniac'이라는 원어를 그대로 살린 제목은 이미 국내 관람객의 이해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터의 사진을 가리는 것도 모자라 무슨 말인지 모를 홍보문구를 쓰게 되면 영화의 장르조차 알 수가 없다. 가려진 사진 속 표정은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인지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스릴러나 공포로 영화 장르를 착각할 수도 있다. 기자 역시 님포매니악을 직접 검색해 영화의 줄거리를 확인하기 전까진 성애를 다루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영화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홍보문구로 “내 모든 것을 채워줘”라는 조의 대사를 직접 인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색정증 환자인 조는 소수자로 표현되는 인물이 갖기 마련인 비련의 서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조는 의사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의대에 진학할 정도로 물질적 부와 안정된 미래를 소유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엔 다정한 아버지와 함께 하며 정신적으로도 충족된 환경에서 지냈다. 그럼에도 조는 구직, 전문기술 습득 등을 거부한 채 성욕이라는 단 하나의 욕망에 탐닉한다.

 

인간의 본질적 욕망, 밑 빠진 독처럼 부어도 끝이 없는 욕망에 대한 집착을 나타내기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채워달라는 조의 울부짖음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해당 대사가 성적 개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도 않다. “보여줄 수 없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정제된 새 홍보문구는 영화 속 조의 욕망을 특별히 설명한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정보성이라는 홍보문구의 최소 요건조차 심의에 걸리는 것이라면 수위 높은 영화의 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건지 영등위에 반문하고 싶다.

 

7월 3일에 이어서 개봉하는 ‘님포매니악 볼륨2’를 위해서는 어떤 포스터가 나타날 것인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홍보문구가 그대로 쓰일 것이라는 슬픈 예감이 든다. 해당 홍보문구는 관람객보다도 영등위를 향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우리는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