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방학의 문이 열렸다. “방학만 해 봐! 누구보다 멋지고 알차게 살아주겠어!”라던 그대들의 다짐은 어떤가? 공부, 연애, 여행, 공모전 등 원대한 계획들이 방학 시작과 함께 이불속으로 직행하고 있지는 않나? 자, 그렇다면 차라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영화 한 편 보자. 영화 속에서 내가 살지 못 한, 미처 생각 못 한 다른 청춘들의 모습을 보자. 여기 오늘밤 무엇을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그대들을 위한 청춘 영화가 있다.
소개할 영화는 2010년 개봉한 백승화 감독의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다. 이 영화는 타바코 쥬스와 갤럭시 익스프레스, 두 인디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적은 제작비와 홍보에도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지필름 이터나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영화는 인디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의 '좌충우돌 락 밴드 생존기'를 담고 있다. 재밌는 것은 두 밴드의 대조되는 특징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화끈한 무대 매너와 왕성한 활동으로 단숨에 인기 인디밴드로 주목을 받는 반면, 타바코 쥬스는 맴버 간 잦은 불화와 진상으로 계획된 공연도 펑크를 낸다. 그런데 아무리 성격이 다르다 해도 어쨌든 두 밴드는 청춘과 음악이라는 공통된 코드로 합쳐진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얼마 되지도 않는 서브 스테이지의 관중들 앞에서 미친 듯이 공연한다. 타바코 쥬스는 술에 취해 골방에서 리얼 쌩라이브(?)를 한다. 이런 두 밴드의 거침없는 솔직함은 가진 것 없어도 열정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청춘의 낭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인디밴드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당연히 반가울 영화겠지만 그렇다고 꼭 그들만을 위한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의 핵심적인 소재는 음악뿐 아니라 청춘이다. 청춘 중에도 어떤 청춘일까? 꿈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는 청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다시 일어서는 청춘? 자기 일에 열심인 근면 성실한 청춘? 아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그런 모범적인 청춘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대신 이 영화는 ‘막 나가는’ 청춘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청춘은 공연장에서 몸을 날리고, 대놓고 쌍욕을 퍼부으며, 음담패설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 저주까지 서슴지 않는 그런 ‘막 나가는’ 청춘이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이런 막 나가는 청춘들의 솔직함을 다루고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억지로 꾸미려 하지도 않고 멋있게 보이려 하지도 않는다. 쉽게 말 해 ‘날 것’의 느낌이 난다. 언제나 무조건적인 긍정론과 성공담론에 길들여져 있는 청춘들에게는 어쩌면 이런 솔직함이 더 끌릴지도 모른다. 안 될 것 같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속 시원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요즘이기 때문이다. 군대도 아니면서 '안 되면 무조건 되게' 해야 하는 게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 아닌가.
1990년대 후반 거세게 탄생했던 인디밴드 열풍과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돋보였던 펑크밴드들의 약진이 많이 시들해진 요즘이다. 요즘에는 인디밴드 음악도 트렌드에 민감해 대중과의 호흡도 예전보단 활발하다. 그런 시점에서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여전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무대에서 몸을 날리는 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준비하여 집 안에서 ‘락앤롤!’을 외칠 준비를 해 보자. 락엔롤에 관심이 없다면 또 어떤가? 그저 맥주 한 잔 들이키며 ‘세상엔 저런 미친놈들도 있구나’하는 재미만 해도 쏠쏠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 영화는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 당신이 무엇을 듣던 이젠 '크게 좀'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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