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총장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 성낙인(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장 후보자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다.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사회 측은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서울대의 총장 선거는 기존의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치러진 첫 총장 선거다. 교수나 직원 등 대학구성원의 직접 투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직선제와 달리, 간선제는 총장추천위원회나 대의원회에 총장 후보 선임의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간선제는 직선제에 비해 다양한 대학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낮다.

대학의 자율과 민주성이 훼손될 염려가 있음에도 총장 선출 방식이 간선제로 바뀐 것은 직선제가 가졌던 다양한 폐해 때문이었다. 투표에 참여하는 교수들 사이에서 파벌이 형성됐던 것이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선출 직후 이루어졌던 논공행상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였다. 이에 2012년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의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전환하기 위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총장직선제 개선’을 지표로 추가했다. 재정을 무기로 직선제 폐지를 추진한 것이다. 9월에 있을 차기 총장 선거까지 직선제를 택하겠다고 밝힌 전북대를 제외하면, 모든 국립대가 현재 간선제로 돌아선 상태다.

 

ⓒ한국대학신문 /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하는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

 

 

하지만 이번 서울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간선제도 문제가 적지않다. 대학평의원회가 법으로 보장된 사립대학과 달리, 국립대학엔 학생과 교직원 같은 대학구성원의 발언권이 보장되는 창구가 존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마저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선출하는 것은 국립대학의 민주화를 뒷걸음치게 하는 조치다.

사립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립대학의 총장은 대부분 법인에 의해 임명되는데, 우리나라의 대학법인은 교육이라는 공적인 목적을 외면하고 이익의 관점에서 대학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대학평의원회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아예 만들어져 있지 않은 대학도 있다. 또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학평의원회가 큰 역할을 하는 곳은 드물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간선제와 직선제 모두가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대학을 구성하는 또 다른 주체인 ‘학생’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제도로도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국립대학의 총장 직선제가 문제를 일으킨 것은 직선제에 참여하는 대학의 구성원이 교직원으로 제한된 탓이 크다. 대학평의원회를 운영하는 사립대학에서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이 계속되는 것은 등록금심의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생 대표가 가져야 할 권리가 온전히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학생은 대학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에서도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의존도는 매우 높다. 굳이 크고 작은 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의 설립 목적이 교육과 연구임을 고려한다면, 현재 교육의 객체이자 미래에 연구의 주체가 될 학생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가 있다. 하지만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학생을 평등한 구성원으로 보려는 시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대학을 둘러싼 문제들은 대학의 이름만 바뀐 채 계속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