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을 연구하는 최태영, 최전권, 최동기. 영화는 어떠한 이유로 동물들이 도로에서 죽음을 당하는지에 대해 자료를 모으는 그들의 모습과 ‘Road Kill' 현장을 사실적으로 담는다.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죽음들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자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는 야생동물들의 묘지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왜 인간을 탓하느냐, 동물들이 그곳을 지나가지 못하게 막으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중히 나가달라고 말하고 싶다. 자료를 모으는 연구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가 야생동물의 길을 빼앗은 것이다. 우리의 땅이 아니다.”
그들이 조사하는 곳은 지리산 일대 4개의 고속도로이다. 이곳은 고속도로로 인해 산이 고립되어 있다. 산 속 동물들은 지리산 다른 곳을 가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지나가야만 한다. 말 그대로 동물들의 길을 우리가 뺏은 격이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뿐이지만 결국 목숨을 건 여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화<어느날 그 길에서>
네 바퀴 달린 동물보다 빨리 달려야 살 수 있어
영화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 횡단보도와 어린이 보호 표지판은 인간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우리의 안전, 편의로 인해 아무런 이유 없이 빼앗는 생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차가운 타이어에 뭉개져 먼지처럼 사라지는 생명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우리들은 무심하다 못해 두렵게 느껴진다.
우리는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결속되어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무심코 자연을 죄책감도 없이 훼손하며, 그 곳의 생태계마저 예고 없이 망가뜨린다. 인간에게 위험을 예고하고 경고하는 표지판도 없이 말이다. 우리가 그들의 길뿐만 아니라 생명마저 빼앗고 있는 것처럼.
“슈욱---” 자동차가 지가나감과 동시에 따라오는 바람소리, 칼처럼 날이 서있다. 바람소리의 위압감만큼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커져간다. ‘Road Kill’ 하나의 키워드 속에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연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어느날 그 길에서>
"심장이 뚫림으로써 나라의 기운이 펄펄 용솟음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속도로 개통식에서 나온 어느 관계자의 말이다. 그 말과 동시에 가슴에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고라니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표지판은 도로에서 먼지가 된 몇몇 야생동물들의 일생과 대비된다. ‘Road Kill' 당한 동물들의 모습을 장면에 비춰질 때 고속도로를 개통한다며 보다 빠르고 싸게 갈수 있다고 말하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처럼 영화는 참혹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죽는 야생동물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시각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영화감독 황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잡식가족의 딜레마>도 그렇다. 각본이 없는 실제 모습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기에 말하고자하는 문제들이 현장감 있게 나타난다. 앞서 말한 시각적인 요소들로 문제의 심각성들 또한 크게 부각된다. 필자는 이 영화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윤 감독의 영화들은 21일부터 시작하는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를 통해 상영될 예정이다.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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