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상에서 벌어지는 키보드 배틀을 현실에서 고함 기자들이 곧장 토론한다.

오늘도 넷상에서는 수많은 키보드 전사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사들이 뛰어다니는 벌판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실로 광활합니다. 곧장토론은 키보드 배틀이 벌어지는 다양한 주제 중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지만, 그 어떤 토론프로그램도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에 대하여 토론합니다. 곧장토론은 독자의 키보드 배틀을 지향합니다.

이번 토론주제는 대나무숲 필터링입니다. 최근 페이스북 상에서 각 학교별 ‘대나무숲’ 혹은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이름의 페이지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은 대학교에서는 물론, 공식적으로 학생들끼리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든 자유롭게 이야기할 공간이 없는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페이지들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페이지를 이용하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과 불만의 목소리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필터링’입니다. 페이지 운영진은 익명을 담보로 거의 모든 제보를 대신 전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필터링이 이루어지는 것은 완벽한 전달자의 역할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나무숲’(이하 대숲) 또는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대전) 페이지에 필터링이 필요한지에 대해 토론해보기 전에, 이번 곧장토론에서는 필터링의 범위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로 제한합니다. 첫 번째는 특정인에 대한 욕설 및 비방이 포함된 내용을 담고 있는 일명 ‘저격글’을 전달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간단히 찾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운영자가 임의로 걸러내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단어 및 실명을 이니셜로 처리하는 경우입니다. 성행위와 관련된 단어를 검열처리 하거나 제보 내용의 중심에 있는 학생의 이름, 학번, 소속 단과대학 등을 특수문자로 처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나무숲 필터링,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리 대신 전해준다고 해도 필터링은 필요하다”

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연 중에서 그 내용에 해당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필터링은 필요해요. 불특정다수가 보는 페이지인데 자신의 동의 없이 실명이나 학과가 언급된다면 불쾌할 것 같아요. /아레오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나무숲’이라고는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서 여러 사람이 보기 때문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던 옛날이야기 속의 대나무숲과 완전히 같지는 않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학과나 실명 등은 자음처리를 하는 식으로 걸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이라는 공간 자체가 말하고 싶은 걸 혼자 말하고 던져놓는다고 해결되는 포맷이 아니니까요. /뻘


필터링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특정인물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일방적인 욕설이나 비방글을 보면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일이어도 기분이 나빠져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글이 상당히 불편해요. 욕설이나 비방과 같은 이야기를 누군가의 입을 빌려서 따로 말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은가비


“필터링은 필요하지만 필터링의 범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필터링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첫 번째와 세 번째 경우의 필터링에는 찬성하지만 두 번째 경우는 반대해요. 두 번째 경우와 같은 사연은 이용자들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반응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답변해 줄 이용자들은 답변을 해주면 되는 문제라고 봐요. 굳이 운영진 차원에서 필터링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그런 글 자체를 보기 싫다는 의견이 그 대숲의 주류적 의견이라도, 무작정 걸러내기 보다는 이용자들이 캠페인을 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바꿔나가거나, 운영진이 공지사항으로 자제를 꾸준히 부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릴리슈슈


필터링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필터링을 인정할 때, 필터링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죠. 허용 가능한 필터링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채로 애매하게 필터링을 인정한다면,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거나 대나무숲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는 등의 문제점이 생길 거라고 봐요. /향


“현재 대숲이 하고 있는 역할을 고려할 때 필터링은 곤란하다”

필터링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대숲이나 대전이 실질적인 학내 여론수렴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터링은 곧 소수에 의한 여론 통제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마치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게시물 삭제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비슷해요. 만약 논란이 된다면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서 내리거나 하면 되는 문제인데 사전에 어떤 글을 전달할지 취사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박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