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상에서 벌어지는 키보드 배틀을 현실에서 고함 기자들이 곧장 토론한다.
오늘도 넷상에서는 수많은 키보드 전사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사들이 뛰어다니는 벌판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실로 광활합니다. 곧장토론은 키보드 배틀이 벌어지는 다양한 주제 중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지만, 그 어떤 토론프로그램도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에 대하여 토론합니다. 곧장토론은 독자의 키보드 배틀을 지향합니다.


카톡을 안 하는 것, 개인의 자유인가? 민폐인가?
오늘은 팀플에서 카톡을 안 하는 사람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카톡이 불러온 가장 큰 혁신은 '단체카톡'이라는 시스템입니다. 1대 1로 주고받던 문자와 달리, 단체카톡은 1대 다수와 대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단체카톡이 등장하면서 대학교 조별발표엔 단체카톡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팀플이 생기면 일단 단체카톡방을 만들고, 그곳에서 팀플을 위한 여러 가지 일정을 정합니다. 단체카톡방에서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사진)카카오톡 가입자 증가추이ⓒ블로터닷넷



그런데 우리는 “저 카톡 안 하는 데요”라며 카톡 친구목록에 뜨지 않는 불굴의 아날로그맨을 종종 만납니다. 이런 사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신의 고집으로 팀플을 어렵게 만드는 아날로그맨이 이기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하는 우리가 이기적인 것일까요?


“팀플에서 카톡을 안하는 것은 자유다”

카톡 안 해도 문자나 전화로 충분히 얘기할 수 있어요. 팀플은 어차피 카톡으로 진행이 잘 안돼요. 네이트온 등에서 채팅하거나 면대 면으로 얘기해야 하는 게 더 원활하게 진행되죠. 고로 “팀플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카톡 안 하는 사람한테 뭐라고 불평할 필요는 없어요./킴쏘


조모임이 무슨 최첨단 산물도 아니고, 카톡 안 쓴다고 조모임에 민폐라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카톡을 안 쓰던 시절에도, 핸드폰을 안 쓰던 시절에도 조모임은 분명 잘 이루어져 왔어요. /행객

 
카톡으로 팀플하는 것, 심지어 회의까지 하는 것이 정말 팀플을 원활하게 만들까요? 카톡으로 팀플하면 모두 대화를 동시에 보는 게 아니라 누군 보고 누군 나중에 보고……. 카톡이라는 거 자체가 다른 일을 하면서 하기 때문에 원활한 팀플에는 오히려 방해에요./스코펫소


조별과제는 과도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합니다. ⓒtvN



“팀플에서 카톡을 안하는 것은 민폐다”

내가 카톡을 쓰지 않았을 때, 타인에 피해가 준다면 이기적인 것이고,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문제없다고 봐요. 팀플은 자신의 행동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니 카톡을 안 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팀플하려고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놨는데, "아이디가 없으니 나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이와 마찬가지로, 팀플을 카톡으로 진행하려는데, "저는 카톡 하는 것 별로 안 좋아해서 아예 카톡을 안 해요."라고 말하면 이건 누가 봐도 이기적인 변명에 불과해요. 전달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전달해주는 사람이 문자 사용료 등의 이유로 카톡 사용을 요구한다면, 그 상황에서도 당연히 카톡 쓰는 게 맞고요. /자홍


저는 카톡을 안 하거나 지우는 사람들은 그것에 맞게 컴퓨터로 한다든가, 전화나 문자를 보낸다든가 등의 대안을 준비해놓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연락을 자주 하는 분들은 그걸 불편해하는 것 같긴 합니다.
조모임에서 카톡 확인 안 하는 사람을 터부시하는 건 조모임이 그만큼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쪽으로 변화한 탓이 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파워포인트 발표가 없었을 테니 그렇게 많이 자주 만날 필요도 없었을 것 같고. /블루프린트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만 하는 대학생이면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는 요즘 대학생에게 카톡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에요. 나는 1학년 때 이후로 언제나 2개 이상의 학업 외 활동을 겹쳐서 했고 확실히 카톡이 없었을 때보다 있었을 때 훨씬 일 처리가 수월해졌다는 것을 느꼈어요. 단적으로 동아리 연합회에서 일할 당시엔 스마트폰이라는 게 거의 없어서 저는 70개가 넘는 동아리에게 일이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문자 보내고 답장해줘야만 했어요. 요샌 동아리 회장들 단체카톡방에 초대해놓고 일 생길 때마다 카톡을 이용한다고 해요. 문자 잘못 갔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자주 묻는 질문에 일일이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문자 비용도 안 들어서 여러모로 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박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