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느님’(치킨+하느님), ‘치렐루야’(치킨+할렐루야), ‘치멘’(치킨+아멘). 치킨과 관련하여 인터넷 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성스러운 치킨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치느님 십계명’이 등장했다. 치킨과 종교적 찬양용어를 결합한 이런 표현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치킨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2013년 KB 금융지주의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프랜차이즈 전체 시장이 45조원 규모에서 95조원 규모로 2.1배 성장하는 동안,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의 시장규모는 0.2조원에서 2.4조원으로 12.8배 증가했다. 치킨에 대한 보편적 선호가 수요로 나타나 시장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KB금융지주



하지만 치킨에 대한 보편적 선호가 불편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보편적인 치킨에 대한 사랑과 치킨을 ‘진리’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이들은 소수자가 된다. 물론 치킨을 떠받드는 분위기와 표현들은 대개 장난스럽게 행해진다. 하지만 그런 장난에 동조할 수 없는 이들은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치느님이 불편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우진 : 저는 22살 대학생 김우진이라고 하고요, 단체로 모여 있을 때 식사 메뉴가 치킨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어요. 이것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어요.

시향 : 저는 대학생 이시향이고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치느님, 치느님’ 하는 분위기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치킨이 그렇게까지 될 음식이 아닌 것 같아요.


치킨을 선호하지 않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우진 : 저는 제 돈 주고 치킨을 사 먹지는 않아요. 일대일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굳이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한다거나, 단체로 있을 때 메뉴로 정해지면 그 때는 먹어요. 개인적으로 따로 사 먹거나 하지는 않아요.

시향 : 저는 정말 배고플 때가 아니면 있어도 잘 안 먹는 편이예요. 알바할 때 누가 치킨을 사오셨는데, 치킨을 먹으려고 먹은 게 아니라 앉아서 쉬고 싶어서 한 조각 먹는 정도예요.


치킨을 안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요?

시향 : 저는 느끼하고 퍽퍽한 게 싫어서 정말 배고플 때가 아니면 안 먹어요. 닭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요.

우진 : 어릴 때는 고기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아서 치킨도 고기 먹는(특별한) 기분으로 잘 먹었어요. 그런데 크면서는 다른 종류의 고기를 많이 먹게 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다른 고기 종류 쪽이 훨씬 좋더라고요. 치킨은 뼈가 많아서 귀찮아요. 그리고 식감이 거칠거칠한 것도 별로예요. 무엇보다도 먹다보면 입에서 닭냄새가 나는 게 제일 싫어요. 닭비린내 같은 거.


뼈가 많아서 귀찮다고 하셨는데, 그럼 순살치킨은 어때요?

우진 : 순살치킨도 자꾸 먹으면 물려요. 퍽퍽한 것도 싫고, 치킨 특유의 느끼한 맛도 별로예요. 순살치킨이라고 닭비린내가 안 나는 것도 아니고요. 어느 순간 그 냄새가 확 올라오는 게 별로예요.


치킨을 좋아하지 않아서 힘든 점이 있나요?

시향 : 사실 힘든 점까지는 아니예요. 치킨 좋아하는 친구들도 워낙 많고, 치느님거리는 친구들도 많아서 같이 먹는 데 가기는 해요. 그래도 제가 ‘치킨 별로야’ 하면서 쳐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좀 불편한 정도.

우진 : 저는 역대 동아리 회장들이 전부 치킨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구성원들도 대부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물론 휩쓸리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한 번은 3주 연속 동아리 뒷풀이를 치킨으로 한 적이 있었어요. 그것도 똑같은 치킨집으로. 그래서 4주째에는 제발 다른 것 좀 먹자고 했더니 닭갈비를 먹으러 가더라고요. (씁쓸) 저는 먹는 것보다는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려고 뒷풀이에 가는 거라서 가긴 가는데, 계속 치킨만 먹으니까 좀 돈 내기가 아깝더라고요. 힘든 정도까지는 아닌데, 메뉴를 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저 혼자서만 치킨 싫다고 하니까 제 말이 자꾸 묻혀요. 다들 워낙 치킨을 좋아하니까.


그럼 치킨 말고 다른 메뉴를 먹자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진 : 처음 몇 번 치킨 말고 다른 걸 먹자고 했을 때는 제 말이 많이 묻혔어요. 그러다가 계속 말하니까 나중에는 다른 메뉴를 제시해보라고 했어요. 국수도 얘기해보고, 감자탕도 얘기해봤지만 주로 비싸다는 이유로 잘렸죠.


뒷풀이 메뉴는 주로 어떻게 정해지는데요?

시향 : 저도 동아리를 하는데, 저한테 뒷풀이 메뉴 선택권이 없어서 치킨으로 정해져도 그냥 따라가요. 가서 치킨은 잘 안 먹고 맥주 마시면서 그냥 있어요.

우진 : 동아리 뒷풀이나 시험기간에 야식 메뉴를 정할 때도 거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일단 메뉴를 뭘로 할거냐고 물어봄과 동시에 강력하게 치킨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은 나와요. 그러면 치킨을 먹어도 그만, 다른 걸 먹어도 그만인 사람들이 동조해요. 저 같이 치킨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이기도 하고, 딱히 반박할 근거도 마땅치 않아서 결국 치킨으로 정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반박을 해도 이미 여론이 치킨으로 기울어 있다보니, 제가 ‘그냥 내가 치킨 먹고 말지’ 하고 체념해요. 돈은 똑같이 내지만.

시향 : 맞아요. 닭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하는 완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면 사실 반박할 만한 좋은 이유가 없어요.

우진 : 언제 한 번은 뒷풀이 메뉴로 치킨이 싫다고 얘기하면서 아까 말했던 치킨이 싫은 이유를 말해봤어요. 그 때가 치느님이라는 말이 유행한 뒤였는데, 선배들이 “치느님은 언제나 옳아”, “너는 신이 질리냐?”라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치킨을 신봉했죠.(웃음)


치킨을 찬양하는 ‘치멘’, ‘치렐루야’, ‘치느님’ 등의 용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향 : 치킨이 이렇게까지 할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고요,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고 친구들이 장난치는 거 같이 해요.

우진 : 치킨 신봉자인 후배랑 얘기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해요. 한낱 금수 따위가 이렇게까지 받들어져야 하냐고. 장난으로 하는 말이긴 한데 저는 정말로 이렇게 생각해요.



치느님, 치느님 하면서 치킨을 떠받드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이런 분위기가 생기고 나서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시향 : 옛날에는 치킨이랑 피자가 양대산맥 같은 느낌이었는데, 치느님이라는 말이 생길 즈음부터는 치킨이 뭔가 더 압도적인 느낌이예요. 치킨을 더 선호하고, 그걸 치느님이라는 말로 뒷받침해주고.

우진 : 사실 치킨이랑 피자 중에서 치킨이 압도적이게 된 이유는 가격인 것 같아요. 피자는 좀 비싸잖아요. 특히 체인 브랜드 피자는 너무 비싸서. 치느님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치킨이 더 압도적이게 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치킨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 사람들까지 휩쓸리는 건 있는 것 같아요.


계속 뒷풀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뒷풀이 메뉴가 궁금해요.

우진 : 저는 동아리에서 하도 치킨을 많이 먹어서…… 치킨만 아니면 돼요.

시향 : 저는 김치찌개 먹으러 갔을 때 좋았어요. 그리고 닭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닭갈비 먹으러 갔을 때 좋았어요. 닭갈비를 다 먹고 나서 밥 볶아먹는 게 맛있어요. 큰 냄비나 철판에다가 해서 다 같이 먹는 것들이라 뒷풀이라는 자리에도 어울리고.


마지막으로 치킨 신봉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우진 : 저는 동아리장에게 한 마디. 뒷풀이 때 계속 치킨만 먹으니까 사람들이 다 치킨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저처럼 치킨을 싫어하는데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치킨을 강행한다면 뒷풀이 참여하는 사람이 줄어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뒷풀이 메뉴의 다양성을 존중해주세요.

시향 :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는 너무 치킨만 주장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