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한국외대에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타났다. 
 이데일리 TV와 고용노동부는 청년실업에 대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한국외대 애경홀에는 3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아 청년실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증했다. 토론회는 이데일리TV 케이블방송, 스카이라이프, 이데일리 TV 홈페이지 등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었다.
무대 위에서는 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인 네 명의 20대 토론자들과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토론에 참여하였다. 토론 중간에는 미리 지원을 받은 여섯 명의 패널들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방청객과 시청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과 감상을 보내왔고 진행자인 이데일리TV의 아나운서가 이를 소개했다.






 토론자의 첫 질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권용식(한국외대 법학과 4학년):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근 행보는 유독 “소통”을 강조하며 대학생 및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쇼맨쉽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장관: 제 출신이 정치인입니다. 정치인들이 얼굴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쇼맨쉽이라는 지적이 있더라도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태희 장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성남시 분당을 지역구에서 제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나라당 출신 의원이다.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 사위로도 유명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물로 알려졌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차기 총리로 지목되던 중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되어 8일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MB 발언은 잘못된 것

윤은정(이화여대 사회학과 3학년): 이명박 대통령은 구직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발언을 했는데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무조건 눈만 낮추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임장관: 아마도 눈을 낮추고 들어가라는 의미이기보다 눈을 돌려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눈높이를 무조건 낮추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지요. 일례로 10년 전 구글은 IBM과 비교하면 이름 없는 작은 회사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취업희망기업1위의 굴지의 글로벌기업이 되지 않았습니까. 현재 대기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나는 것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런 기회에 도전정신을 가지고 낯선 길에 도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어진 핑퐁게임 같은 질문과 대답.

정희원(동아대 경영학과 졸업): 눈을 낮추거나 돌리거나, 어쨌든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말씀 같은데요. 현재 중소기업의 50%이상이 경영난에 허덕인다는 보도 자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하는 학생들은 불안할 따름입니다.
임: 저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중소기업 리스트는 매우 신뢰할 만 한 건실한 기업들입니다.
정: 건실한 중소기업은 일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절대 다수에 해당하는 영세 중소기업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으신가요?
임: 정부 여러 부처와 논의 중이나 현재 구체화된 방안은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 현재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관행입니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값이 올라도 중소기업은 이윤을 내기는커녕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이 클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할 텐데 납품단가 보장에 대한 규제 방안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임: 근본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얻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해 줄 수는 없습니다.
정: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룰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임: 납품단가 문제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가격을 정부가 일괄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경제를 망치게 되지요. 법적인 장치 마련은 어렵고 현 상황에서는 권고 등의 조치가 가능합니다.
김상혁(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졸업): 하청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말뿐인 방안 같습니다.

 토론의 승자는 명확히 가려졌으나 남는 것 없는 쓸쓸한 우승일 뿐이었다. 
 두 시간동안 이어진 설왕설래. 토론은 한 시간만으로도 충분했던 걸까. 패널들과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임장관의 답변과 태도는 뜨거운 현장의 열기에 제 온도로 반응하지 못하고 미적지근할 뿐 이었다.





스펙 없는 임 장관, 자소서는 뭥미?!


진행자: 1부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어떤 소감이셨습니까?
임: 아무래도 저희들이 만드는 정책과 현실사이에서 미스매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윤: 장관님. 대학생들이 4년 동안 스펙을 쌓기 위해 무척이나 바쁘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토익·토플 등 공인 영어 성적, 학점, 수백시간의 봉사활동시간, 기업인턴경험, 공모전 수상, 한자능력검정시험, 각종 자격증, 동아리 활동, 해외 연수 등등입니다. 장관님께서는 이중에서 보유하고 계신 스펙이 있으신가요?
임: 저희 때는 그나마 영어 성적 조금……. 보유한 스펙이 없습니다.
(일동 웃음)

윤: 그렇다면 장관님은 대학교 재학 4년 동안 앞서 말씀 드린 스펙을 쌓으실 자신이 있으십니까?
임: 없습니다.

권: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학생들 못 하는 게 없다, 너무 똑똑하다, ‘자소서’만 보면. 이런 스펙 인플레이션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임: 아,,, 자소서요? 자소서가 뭔가요? 요즘은 말들은 워낙 짧게 줄여 써서…….
(일동 웃음)
권: 고용노동부 장관님께서 자소서가 뭔지 모르시는군요. 장관님과 저희와 미스매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객석 웃음) 자소서는 자기소개서의 줄임말입니다.
임: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도 안타깝고 기업들도 자제했으면 합니다.

윤: 그러나 사실상 상경계열로 지원자를 제한하거나 각종 시험의 점수 등으로 지원 자체를 할 수 없게 하는 게 현실입니다.
임: 그러나 저는 저희 사무실에서 직원을 뽑을 때 절대로 학교나 학점 등의 스펙을 보지 않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보고 직업에 대한 태도를 보고 판단합니다. 도전정신을 가지고 어떤 일에든 도전 해보십시오.

권: 청년인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 하십니까?
임: 중소기업청년인턴제는 취업률이 90% 정도 됩니다. 성과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권: 그러나 현재 청년인턴제는 제도상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없는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높여야 인턴제도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
임: 공공인턴제도의 경우 취업률과 연관이 약하므로 축소시켜서 운영할 방침입니다. 대신 중소기업청년인턴제를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구상중입니다.
권: 고용노동부에서 활동하는 행정인턴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임: 상담보조와 안내 등의 일을 통해 다른 구직자들도 만나보고 직업생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권: 장관님, 대학생들은 안내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학기를 보내기에는 너무 바쁩니다.


임장관, 지방대 차별? 본 적 없습니다.


진행자: 이곳의 열기가 매우 뜨거운데요. 장관님께서 생각하는 경쟁력 있는 인재란 어떤 사람인가요?
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것이 그 사람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되겠지요. 도전정신을 가지십시오.

정: 지방대 학생들이 겪는 구직에서의 차별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번 부산에서의 강연회에서는 ‘지방대 차별은 없다.’라고 단언하셨는데 실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지방대학의 경우 차별을 했다는 응답자가 과반수가 넘습니다.
임: 더 노력 하겠습니다.

정: 표준이력서나 블라인드 전형을 확대실시 하는 등의 방안을 기업에 제도화할 수는 없는 건가요?
임: 사기업의 경우 일일이 블라인드 시스템을 의무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블라인드 시스템: 채용 절차에 있어서 서류 접수 후 최종 면접까지 혹은 각 전형 단계별로 학교, 전공, 성별 등을 블라인드로 처리해 선발하는 것이다.
표준이력서: 개방형 표준이력서로 불리며 고용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진부착, 키, 몸무게, 나이 기재 란을 삭제하고 개인정보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으로 제한한다. 나이와 성별을 파악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번호를 삭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은희(부산대): 공대 여학생으로서 기업에서 남성위주의 채용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임: 이제 기업에서 여성들을 채용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행시나 외시 합격생들을 봐도 여성들의 숫자가 엄청나죠. 여성들의 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현재 기업들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촌철살인 트윗, 한 명 빼고 모두를 웃겼다.


윤: 현 고용노동부장관으로서 전임 장관의 청년실업 관련 정책을 비판해 보신다면요?
임: 청년실업 문제가 이렇게까지 문제가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윤: 장관님, 청년실업 문제는 IMF이후로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꾸준히 제기 된 문제로 알고 있는데요?
임: 그런 게 아니고……. 이렇게 국가 정책적인 아젠다로 부상한지 얼마 안 된다는 거죠. 그렇다보니 전임 장관님의 정책에 대해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윤: 네, 임태희 현 장관님께서는 전임 장관님이 고용문제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으셨다고 평가 하셨습니다.
(일동 웃음)

진행자: 잠시 트위터에 올라 온 의견을 보고 가겠습니다.

“오늘 토론회가 아닌 임태희 교수님의 강연회에 온 것 같습니다. 장관님의 말씀은 구구 절절히 맞지만 너무 이론적이고 이상적이네요.”

“임장관님은 패널들의 질문에 대안은 없다, 계획을 구상중이다 라고만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 자리에 왜 나오셨나요?”
(객석 웃음)

진행자: 벌써 토론회를 마쳐야 할 시간입니다. 장관님께서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간략히 해주십시오.
임: 오늘 저의 답변에 답답함을 많이 느끼셨겠지만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도전정신을 가지고 힘 내십시오.

진행자: 네, 오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객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주셨는데요, 이것이 곧 취업에 대한 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토론회를 마치겠습니다.





 토론 전날, “소통”을 강조하며 직접 인력 시장을 찾아 일용직 근로자들의 애환을 듣고 왔다는 임장관. 매일 아침 구직의 벽 앞에서 한숨짓는 노동자들을 보며 임장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쉽게도 토론회에서는 소통의 실마리 찾을 수는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임태희 비서실장이 생각하는 경쟁력 있는 인재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으니 혼자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정신만이 남을 수밖에. 몇 달 전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 중인 고용노동부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고 싶다. 구명조끼 없이 물에 빠졌을 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발버둥 치게 마련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