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당시의 사람들이 보였던 반응은 아직도 생생하다. 흡연자들은 물론 한 갑에 4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놀랐다. 더 이상 피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금연을 선언한 자들도 있었고 편의점, 마트 등에서 보루로 담배를 사재기하여 미래에 대비하는 자들도 있었다. 대부분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거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비흡연자들마저도 담뱃값 인상을 통해서 얻은 세수를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정부의 정책이 꼼수가 아닌지 의심을 했다.


그리고 그 거센 논쟁들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기자는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흡연을 시작하여 담배를 피운 지 2년 정도 되었다. 흡연양은 하루에 반 갑 정도, 그리고 이제는 금연한 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이 글은 등 떠밀리듯 어쩔 수 없이 금연을 결정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낸 한 20대의 짧은 기록이다.

 

이제는 끊어야 할 때다 ©MBC 무한도전 갈무리


9월 13일 – 4500원이니? 그래... 금연을 결심하다


지난 11일,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다고 했다. 한 갑에 4500원이다. 450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4500원이면 학교에서 학식은 두 끼를 먹을 수 있고, 학식 한 끼에 커피 한 잔을 먹어도 되는 돈이다. 그리고 4500원짜리 담배를 산다면 20개가 들어 있으니까, 이틀을 버틸 수 있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전자가 사는 데에 있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내가 후자를 원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수업 끝나고 피우는 담배, 가끔 가는 카페 흡연실에서 창문을 열어두고 피우는 담배, 술 먹고 피우는 담배가 생각난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사재기를 한다고 한다. 벌써 편의점에는 사재기를 금지한다고 써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20대에게 그런 건 사치다. 하루에 들어가는 차비에 밥값만 생각해도 벌써 눈앞이 캄캄해진다. 물론 담배가 몸에 나쁜 것은 안다. 언젠가는 끊어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막상 ‘담뱃값 인상’이라는 현실적인 벽으로 다가와 부딪히니 왠지 기분이 나쁘다. 돈이 없으면 기호식품마저 포기해야 하는 건가? 어쨌든 지금 산 담배만 다 피우면 끊으리라 결심을 해 본다. 



10월 5일 – 우리 다 힘들어 죽겠다


완벽하게 금연을 했다고 하기에는 조금 양심에 찔리는 날들이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다섯 개비로 양을 줄였다. 식후 하나씩, 아침 밤으로 하나씩을 더한 것이었는데 점점 모자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줄이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담뱃값이 인상되고 난 다음에야 끊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개강을 하고 나니 학교에서도 흡연구역이 철저하게 지정되어 있었다. 공간 문제 때문인지 흡연 구역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고, 재떨이가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바닥에 청테이프를 붙여 놓은 것이 다였다. 수업이 끝나고 지나갈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한 군데로 흡연자들을 몰아넣으니 담배 냄새가 더욱 심하게 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내뿜는 연기와, 그 특유의 ‘살 것 같다’ 하고 깊은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니 담배가 자꾸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들도 입으로는 금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제는 끊어야지, 더 이상 피울 수가 없어요. 4500원이면 밥을 한 끼 제대로 먹겠어요.” 하고 5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대학생 이창윤씨가 말했다. 전역 후 세운 목표가 금연이었지만 아직도 끊지 못했는데 정부 덕에 금연하게 되었다고 그는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뭔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쓸데없이 비참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이제는 널 놓아줄게, 담배 안녕

10월 30일 – 어쩔 수 없이 널 잊어간다
 
힘든 나날이었다. 다섯 개에서 세 개로 줄이고, 다시 한 개로 줄이려고 했다. 지킨 날도 있었고 지키지 못한 날도 있었다. 아예 담배가 떨어지면 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기도 했다. 라이터를 버리고, 물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물을 일부러 많이 마시기도 했다.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었다는 부작용이 생기긴 했지만 물은 정수기에서 뜨면 되니까 돈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계속 나는 금연을 시도하면서도 돈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는 솔직히 담배가 많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개운해졌고 담배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 같은 것도 줄일 수 있어서 삶에 효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명확한 세금 인상의 목표나 정확한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담뱃값을 올린다고 했던 그 정책들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돈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담배마저 이렇게 20대들은, 포기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