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라면버거는 실수의 반복일까, 위대한 창조물일까? 라이스버거와 김치버거 등 엄청난(?) 메뉴를 내놨던 롯데리아가 무려 '라면'으로 버거를 만들었다. 


라면버거를 집에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간을 하지 않으면 맛을 내기 힘들 것 같았다. 라면버거에 발린 소스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홈메이드 라면버거에는 카레가루와 라면스프가 맛의 핵심을 이룬다. 롯데리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진에는 빵빵한 닭고기 패티가 있지만 그걸 만드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서는 안 된다. 굳이 라면버거를 사 먹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중요한 건 패티가 아니라 라면번(이라고 합리화를 하면서)이다. 패티로 스팸과 달걀프라이를 준비했다. 


홈메이드 라번버거

재료 : 달걀, 원하는 종류의 라면, 라면 스프, 카레 가루, 밥그릇  두개, 원하는 내용물 뭐든




라면버거ⓒ 롯데리아 홈페이지


1. 먼저 라면을 준비한다. 기자는 두 봉지를 뜯었다. 두 개의 라면버거, 즉 네 개의 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라면은 이미 조리된 상태다. 튀겨진 라면을 다시 굽는 과정이 필요하다. 롯데리아에서 어떤 라면을 쓰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불지 않는 상태로 구우려면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타지 않도록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특별한 조리기구가 있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뜨거운 물에 두 개의 라면을 삶고, 곧장 찬물에 데친다. 체나 바구니 뭐든 상관없다. 데친 직후에 보니 라면이 정말 많아 보여서 실수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개로 나눌 거니까 괜찮다고 다시 합리화를 했다. 




이렇게 오목한 밥그릇에 라면을 넣는다.


2. 대강 네 덩이로 나눴으면 라면에 입힐 달걀물을 만들 차례다. 달걀 한두 개 정도를 깨서 섞어준 뒤 밥그릇에 넣어주자. 달걀물에 라면을 담그는 것보다는 네 등분한 라면에 달걀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점도를 맞추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라면이 번 모양으로 굳어진다. 라면번은 질척해지기 쉬우니 밥그릇에 라면을 넣고 다른 밥그릇의 아랫부분으로 꾹 눌러준다. 오목하고 좁은 밥그릇을 사용하는 게 좋다. 모양을 잡았으면 그대로 냉동실에서 25분 정도 굳힌다.




냉동 약 25분 후 밥그릇에서 빼낸 라면의 모습



3. 프라이팬 위에 밥그릇 속 라면번을 떨어뜨리면 그대로 굳혀진 상태로 나온다. 이제 기름을 조금씩 둘러가면서 약불과 중불 사이에서 천천히 익히면 된다. 카레가루와 라면스프를 각각 뜨거운물에 개서 발라가면서 구웠다. 너무 수고스러워서 그냥 사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때쯤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답답하더라도 불 세기를 강하게 하면 양념 때문에 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뒤집어서까지 골고루 익힌 다음 라면번 사이에 패티(?)인 달걀프라이와 스팸을 넣고 먹었다. 존재감이 미약한 초록색 채소는 과감히 생략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아주 환상의 맛은 아니지만 라면을 손으로 잡고 먹는다는 게 새롭게 느껴졌다.




구워낸 직후 라면번의 모습. 왠지 탄 것 같은건 양념탓이다.




완성된 라면스프 맛 라면버거의 모습(사진보다 맛있다)


실제로 판매하는 라면버거는 밥버거보다 작다. 직접 만든 라면번보다 흐물거려서 단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꼬들한 라면이 취향인 사람들은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롯데리아 홈페이지 사진상의 라면버거는 보통 햄버거번과 마찬가지로 두껍다. 라면번의 두께 따위야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들어보니 라면번을 두껍게 하려면 간이 골고루 배어야 하고, 그러려면 밑간을 하는 과정도 추가로 필요할 것 같다. 면이 더 불을 수 있는 사태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간이 심하게 배서 심하게 짜질 수도 있다. 여러모로 롯데리아의 기술력이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