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도 하면서 예능도 하는 프로그램이 뜬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하는 예능, 그 맨 앞에 서 있는 프로그램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의 장점을 가지고 가면서 요리 프로그램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지금부터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 비법 레시피를 알아보자.


‘셰프 판’ 나는 가수다?


셰프가 땅으로 내려왔다. 셰프는 평가를 ‘하는’ 사람이었지, 평가를 받는 대상이 아니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다리 꼬고 음식들을 품평하기도 하고, '오늘 뭐 먹지?'에서는 진행자들의 요리를 지도하기도 했던 셰프들이 권위를 풀어헤쳤다. 셰프들은 15분의 제한시간 동안, 게스트의 냉장고 재료로, 게스트를 만족시켜야 한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현재 가지고 있는 포맷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셰프 판 나는 가수다'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탈락자가 없는 차이가 있다. 경쟁 구도를 띠고 있지만 위기가 없으니 치열하지 않다. 그러니 '냉장고를 부탁해'는 컴피티션 프로그램의 형식만을 가져와, 진행자들의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음식 토크쇼에 가깝다.


자리도 토크쇼에 걸맞게 배치되어 있다 / ⓒ '냉장고를 부탁해' 갈무리


치열하지 않다는 점은 바로 그 이유로 프로그램 진행에 난항을 겪게 할 수 있다. 매번 경쟁을 통해 탈락자를 만들어낸다면 어떻게든 긴장감은 생겨난다. 하지만 탈락자가 없는 경쟁구도는 만성 소재 부족과 진행 방식에 쉽게 질리게 될 가능성 또한 가지게 된다.


셰프들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셰프가 요리 품평이나 조언자에서 벗어나 직접 예능으로 들어온 이상 성격 부여가 필수적이다. 지난 19일 방송에서 두 명의 인턴 셰프를 투입해 시청률이 소폭 올랐지만 캐릭터 구축은 아직도 '냉장고를 부탁해'의 과제다.


냉장고를 부탁해? 15분도 부탁해


15분의 제한시간은 ‘무늬만 경쟁구도’로 떨어진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마법이다. 사실 셰프들은 상대와 싸운다기보다는 15분과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5분 남짓 남기고 버벅대고 있는 셰프를 진행자 김성주가 현장 중계하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15분 제한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저들의 15분과 나의 15분이 다르지 않으리라는 착각은 요리 시도와 함께 무너지지만 어쨌든 프로그램 입장에선 성공이다. 고기를 미리 재워 놓거나 몇 시간 동안 고아야 하는 요리는 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요리 시도를 꺼리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15분 동안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무한할까?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셰프 최현석은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요리가 다양해지는 걸 보여드려야 하는데 제한 시간은 좀 어렵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분명 15분은 셰프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냉장고를 부탁해'에게 한 번 더 15분을 부탁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