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상반기 채용 응시 폭주에 서버 다운’, ‘산업인력공단 채용 지원율84 대 1’
신입사원 채용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직무에 대한 교육과정, 바로 ‘인턴’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안정적인 취업으로 가기 전 교육과정인 ‘인턴’이 취업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과 동반하여 생기는 문제들 또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위메프의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최근의 에르메스 열정페이 인턴에 이르기까지 인턴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수없이 제기되어왔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28일 청년유니온이 주최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후원하는 ‘과도기 노동’에 관한 포럼이 열렸다.
지난 1월 28일 국회위원 회관에서 열린 '과도기 노동' 포럼
김민수 청년유니온 대표는 인턴을 ‘과도기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규직이라는 안정적인 노동단계로 넘어가기 전 중간단계의 노동이 너무 커졌다”며 ‘과도기 노동'이라는 용어의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교육과 노동의 경계선에서 발생한 이러한 논란이 특정 업계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닌 일반적인 현상임을 강조했다.
Control+C, Control+V 교육 없는 인턴 업무
“직원과 인턴의 출근 장소가 달랐다. 인턴 업무는 청소 설거지 따위였다.” 미술관에서 두 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했던 ㄱ (24)씨은 포럼에서 자신의 인턴생활에 이렇게 설명했다. 인턴의 본래 목적인 직무교육에 대해서는 “인턴을 시작한 첫날부터 무엇을 할 것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이 없었다. 배우는 것이 없어서 자원봉사를 하는 느낌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영화제 인턴으로 근무한 ㄴ 씨가 말하는 인턴업무도 다르지 않았다. “홍보팀에서 근무했으나 담당자는 기획팀의 직원이었다. 상세 업무에 대한 지시사항도 없었고, 담당자에게 물어봐도 본인이 소속된 부서가 아니라 제대로 알려줄 수 없었다. 계약직이나 정규직이 해야 하는 일을 영화제 자체의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적은 임금을 주고 쓸 수 있는 인턴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임금으로 40만원을 받았다. 영화제측이 원래 약속했던 70만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금전적인 것 뿐만이 아니었다. 영화제 측의 직무교육 없는 무책임한 인턴운용이 영화산업에 취업을 지망하던 그녀가 꿈을 접도록 만들었다.
사례발표자 영상인터뷰
이기현 청년유니온 대학팀장은 기자들에게 거듭 과도기노동 사례 발표자인 ㄱ 씨와 ㄴ 씨의 익명성 보장을 부탁했다.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녀들은 고개를 숙였다. 어제의 인턴은 오늘의 취업 준비생이었다.
수습, 시용, 현장실습생. 이름만 다른 '열정 착취’ 과도기 노동.
과도기 노동이라는 용어는 인턴뿐 아니라 수습, 시용, 고교실습생을 포함한다. 이상훈 청년 유니온 자문 노무사는 '과도기 노동'에 포함되는 고용방식들의 모호한 경계선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습, 시용과 인턴, 현장 실습생은 근무의 목적에 차이가 있다. 수습과 시용은 정규직으로 장기적 근무가 목적이지만 인턴과 현장 실습생은 직무에 대한 교육훈련을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습 시용 현장실습생 정확하게 알고 가기 >
수습 : 수습이란 확정적인 근로계약 체결 후에 근로자의 작업능력이나 사업장에서 업무능력의 훈련을 위한 기간.
시용 : 확정적인 근로계약 체결 전에 근로자의 직업 적성이나 업무능력의 평가를 위해서 근로계약을 유보하고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기간을 두는 제도.
실습 : 직무에 관하여 순수하게 훈련이나 교육만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
출처 실무노동용어사전,2014, (주)중앙경제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수습기간에는 교육훈련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시용과 수습 직원들은 지시를 받으며 실제 근로를 하고, 그러므로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최저시급을 포함한 관련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상호 청년유니온 자문 노무사는 "대법원 판례는 실습(인턴)의 이름을 하였을지라도, 실제 근무가 이루어진다면 수습과 시용으로 대우받아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턴의 이름으로 수습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의미이다.
시용, 수습, 인턴, 현장 실습생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과도기 노동의 문제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수습’ 직원들이 교육훈련이 목적인 ‘인턴’으로 불리고 처우 받는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대표는 문제의 원인으로 인턴이 법률용어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법에서 인턴은 판례상으로 그 계약의 성질만 나와 있을 뿐 법률 용어가 아니다. 이날 포럼에서 김 대표는 인턴의 권익보호에 대하여 이와 상반된 외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판례에 기초하여 인턴을 고용할 때 교육, 임금, 직무 등에 관하여 6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고용자가 여섯 가지 기준 중 한 가지에서라도 위반할 경우에는 피고용자가 인턴이 아니며, 관련 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인턴을 보호한다. 인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법 제도를 촘촘하게 설정하고, 인턴과정에서 실제 현장교육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감독을 시행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인턴에 대한 고용기준도 인턴을 보호하는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 포럼의 후원자인 장하나 의원은 “이 문제를 빨리 다루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 만큼 빨리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드리겠다”라는 말과 함께 고용 노동부를 통한 가이드라인 설계를 약속했다.
'과도기 노동' 문제 해결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까
패션노조, '청년착취' 관행의 개혁을 위한 첫걸음
(왼쪽) 패션노조 베트맨 D (오른쪽)장하나 의원
"패션노조가 (패션업계의 '열정페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협상의 직전 단계까지 왔다." 포럼에는 참석한 패션노조 대표 베트맨 D는 말했다. 패션노조는 지난 1월 7일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청년 착취대상’을 수여하였다. 그리고 22일만인 지난 1월 29일 패션노조와 한국패션디자인연합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다. 두 단체는 그 자리에서 ‘패션계 열정페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협의하였으며 오는 14일에 두 번째 만남을 갖기로 하였다.
글.압생(9fif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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