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다. 올 것이 왔다.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 분명 필요한 것이긴 한데 여기저기서 비판을 받는, 그래서 당당하게 ‘나 이거 해요!’라고 말하기 잠시 망설여지는 그것. 페미니즘이다. 사람들은, 특히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한다고 하거나, 조금이라도 여성주의적 언사나 행동을 보이면 ‘꼴펨’이라고 비하하기 바쁘다. ‘페미니스트’를 가장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비하만 하기에는 이 사회를 위해 너무나도 필요한 것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의 주장이나 사회적 전개 방식이 어떻든, 사회적 소수의 지위를 갖고있는 것이 여성 아니겠는가. 페미니즘 운동은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에 비해 너무나 무분별하게 비판이 가해진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의 장단이나 운동 방식 등은 차치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평가를 위해, 또 앞으로 계속 발행될 고함20의 다른 페미니즘 기획 기사를 위해서라도 기본적 용어부터 정확히 알도록 해보자.


( URL=blog.daum.net/_blog/hdn/ArticleC...gOpen%3D )



 여성학

  우선 페미니즘의 토대가 되는 ‘여성학’에 대해서부터 알아보자. 여성학은 여성들이 온전한 권리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던 현실과 그런 현실에 대한 인식 위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여성에 대한 연구나 권리에 대한 탐구 또는 관련 강좌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사회 속에서 여성의 역할이나 경험, 지위 등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 영역이다. 특히 여성학은 기존 남성 중심의 학문 세계에서 ‘규정된’ 여성의 역할을 거부하며, 새로운 각도에서 여성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남녀에 관한 불합리한 편견과 이념, 제도적 모순 등을 점검하며 남녀 모두의 자아실현과 개성 표출이 가능한,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구에서는 1970년경,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이효재 교수에 의해 처음 강의되었다.

 젠더(gender)

 여성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용어로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성을 의미한다. 단순히 신체적, 생물적 구분에 의한 성(sex)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이나 권력관계 등을 통해 구분하는 성을 의미한다.

 여성학에서는 젠더의 형성 과정을 사회 내에서 권력과 기회를 차등화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가부장제에 대한 분석만 보더라도, 가부장제 자체가 단순히 사적 가부장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가부장제로 확장된다고 인식한다.


  페미니즘 운동 역시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분파로 나뉜다. 전통적인 페미니즘 운동인 자유주의 운동, 마르크스주의 계열, 급진 계열, 사회주의 계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생태 운동과 결합한 에코 페미니즘 등도 등장하였다. 우선 자유주의 여권론 사회구조 자체보다는 관습, 제도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며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데 일차적 관심을 가진다. 처음에는 공과 사의 분리의 틀을 고수하였지만 점차 수정을 거듭하여, 개인의 영역에도 국가의 개입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여성 할당제와 같이 국가의 개입을 통한 여권 신장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여성부가 대체적으로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여성문제를 경제적 억압구조와 연결해 파악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여성 억압 구조를 분석하며, 가사 노동과 저임금 산업 예비군이라는 여성의 이중적 역할을 자본주의가 이용해 왔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세력이 많이 약해지는 추세이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관습, 제도 또는 사회구조 등과 같은 것이 아니라 체제 전체를 문제 삼는다. 또한 여성 억압의 뿌리 깊은 근원성을 강조하며, 여성을 종속하는 데서 이득을 보는 것은 자본이나 사회 구조가 아니라 남성 집단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급진’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반 남성’과 같은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질 수 있으나, 이는 학술적 용어이므로 가치중립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로 대학교 내에 존재하는 여성 단체들이 이 노선을 따르는 편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생태적 사유와 페미니즘을 결합한 에코 페미니즘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에코 페미니즘은 문화적 에코 페미니즘과 사회적 에코 페미니즘으로 나뉘는데, 문화적 에코 페미니즘은 여성과 생태의 친화관계를 강조하고, 반 생태적 사고와 행태로부터 생태적인 여성 문화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반면 사회적 에코 페미니즘은 다양한 억압과 생태적 억압을 함께 사유해야 한다는 다원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 면 생리대와 같은 친 환경적이면서도 여성에 유익한 소재들을 많이 장려하고 있다.

   

( URL = blog.jinbo.net/zine/%3Fm%3D2008-01 )                                   

 물론 이런 간단한 용어들을 조금 안다고 해서 페미니즘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확고한 인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용어들도 모른 채 어떻게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할 수 있겠는가.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부터 바라야 페미니즘을 빙자한 사이비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이란 것이 단순히 ‘막가파식 여권 신장 운동’이 아니라는 인식이라도 갖게 된다면 이 역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