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동부생명에서 인턴으로 채용된 청년이 자살했다. 과도한 실적압박과 정규직 전환 실패에 대한 불안감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2014년 10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인턴사원이 자살했다. 그녀의 상사는 성희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은 큰 사건이었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히 인턴사원들은 약자의 위치에 서 있다. [청년인턴 보고서]는 현실 속의 인턴사원과 제도의 문제점들에 대해 파헤친 결과물이다. 


인턴제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교육훈련 및 직업체험형 인턴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면서도, 연방대법원 판례와 노동부 고시를 통해 인턴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인턴쉽 규정은 교육기관의 실습에 준해야하고 인턴십 경험은 인턴의 목적을 교육에 두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무급인턴의 여섯가지 기준


1. 인턴십은 실제 업무가 포함되더라도 교육적인 환경과 비슷하게 수행돼야 한다.

2. 인턴십은 인턴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3. 인턴은 정규직 직원의 업무는 대체하지 못한다. 그러나 업무는 기존 직원의 감독하에 이뤄진다.

4. 고용주는 인턴의 활동에 대해서 즉각적인 이득을 바래서는 안된다.

5. 인턴은 인턴십으로 얻는 지위에 자격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다.

6. 고용주와 인턴은 반드시 무급으로 인턴십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연방공정노동 기준법(the Federal Fair Labor Standards Act) 


유명무실했던 미국의 인턴보호제도, 변화의 조짐이 보여


미국도 한계는 있다. 말 그대로 그저 기준을 제시하는 것뿐이고 그 기준조차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준이 잘 지켜지지도 않을뿐더러 피해는 그대로 대학생들이 입는다. 작년부터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 중에서 보수를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잇따라 기업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대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무급인턴의 부조리함을 알리는 미국 청년 thesheaf.com


이런 이유로 최근 미국에서는 자치단체마다 입법기관들이 새로운 인턴 보호 규정을 통과시키고 있으며, 기업들도 무급인턴을 없애고 있다. 실제로 작년 4월 뉴욕시장은 뉴욕시의 근로차별금지법을 무급인턴에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와 유사한 법이 캘리포니아 주 의회 법사위원회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재작년에 오리건 주는 새로운 근로 차별 금지법을 통과시켜 모든 인턴들이 보호 대상에 포함시켰다. 워싱턴DC는 2009년에 이 법을 통과시켰다.


법으로 보호하는 프랑스의 인턴제도


한편 프랑스의 인턴제도는 사회당 정부인 1980년대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발전했다. 사회당은 좌파정당이었지만 당시 세계적 추세인 신자유주의의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정부는 노동 유연화 정책과 발맞춰 청년들이 고용시장에 쉽게 편입하게 하자는 취지로 인턴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됐다. 프랑스도 인턴제도의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었고 언론에서 인턴제도에 대한 피해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7-8월 휴가 시기에 인턴착취가 눈에 띄게 는다. 관광지에서 개최되는 공연이나 축제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는데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숙박비나 식대 등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올랑드 정부는 2014년 6월 ‘인턴(수습)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살펴보면, 인턴(수습) 기간의 최대한도를 6개월로 제한 ●2개월 이상 일한 인턴(수습)에 대한 임금의 최저한이 사회보장급여의 15% 이상이어야 함(2014년 기준 약 70만 5,600원) ●인턴사용 남용의 방지를 위해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인턴(수습)의 숫자를 제한(상용 직원의 10% 이내 유력) ●인턴 사용 규정을 어겼을 경우 인턴(수습) 근로자 1인당 벌금을 2,000유로(약 244만원)로 하고, 반복하여 어길 경우에는 최대 4,000유로(488만원)까지 증액 등의 기준을 두고 있다.

   

출발부터 한국과 다른 외국의 인턴제도


인턴제도에 대한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법률적인 제도를 갖추기 전부터 대체로 외국은 인턴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학교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연계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청년고용의 대책으로 마련한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인턴제도가 교육의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의뢰한 한국노사관계학회의 2011년 '노동시장 채용패턴 변화에 따른 청년취업 인턴제 중장기적 제도개선 방안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인턴제는 공급자인 피고용주가 주도하는데 반해 외국은 수용자인 고용주가 주도한다. 외국은 "학교와 현장 간 격차를 줄이는 데서 출발한 인턴제라서 참여목적이 분명하고 프로그램이 매우 체계화"되어 있다. 보고서는 ‘외국처럼 인턴제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이에 맞게 인턴제를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정부주도하의 체계적인 인턴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교육의 목적도 분명하고 청년들의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는 인턴 제도가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청년들은 지금도 인턴노동의 설움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