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 고함20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뭍위에서] 인터뷰 기획은 그 고민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뭍위에서]는 세월호 대다수 희생자의 친구세대도, 부모세대도 아닌.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간접적인 목격자였던 20대들의 목소리를 기록했습니다.  

 

1.

고함20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요? 속보를 쓸 수 있나요? 아니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럼 냉철함이 돋보이는 취재기사를 쓸 수 있나요? 음..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기성언론처럼 많은 취재를 할 수는 없겠죠. 팽목항에, 광화문에 앉아 있고 싶지만, 그분들과 함께 긴 도로를 걷고 싶지만, 학교나 직장에 가야하니까... 그럼 도대체 고함20은 무슨 기사를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세월호 사건에 관해서요.

 

2014년 4월 27일 안산 단원고등학교 합동분향소 ⓒ권우성 / 게재 :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진'


2. 

세월호는 전국적인, 공동의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언론이 세월호 사건을 위해 취재기자를 파견했습니다. 고함20도 세월호 사건을 위해 펜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였습니다. 발로뛰는 기자!의 이상은 이미 전문적인 기자들이 실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고함20도 큰 맘 먹고 진도로, 안산으로 내려갈 순 있겠지만 남들과 같은 이야기만 반복할 수밖에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그렇게나 많은 세월호 사건 글들 중에 아직 기록되지 않은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3. 

언론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예를 들어 이런 사람들입니다. 사건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 그러니까 잠수부, 해경, 정치인, 유족들. 가만히 있지 않았던 운동가들, 광장에 나와 야만의 초코바를 먹었던 자들. 하지만


이들은 우리가 집중하고 싶은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평범한, 다수의 20대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이를테면 2014년 4월 16일에도 토익 공부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뉴스를 확인했던 사람. 몇 달이 지난 상황에도 여전히 토익 단어장을, 아르바이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사람. 고함20은 그런 20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4. 

몇몇은 이 기획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은 기사로 쓸 수 없다. 그 사람이 한 게 뭐가 있나? 예상한 반응입니다. 동의해요. 그러니까 많은 언론들이 인터뷰, 취재 대상으로 쓰지 않은 거죠.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거의 없거나 보도 가치 없으니까.



2014년 5월 17일 서울 청계로 ⓒ노순택 / 게재 :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진'



동의하지 않아요. 왜 가치가 없나요? 가치가 있죠. 세월호 사건은 전국적인, 모두’의’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지켜봤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4월 16일, 세월호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세월호, 노란 리본, 유가족, 단식, 광화문... 이 단어들이 일상에 한번도 들어오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요? 


평범한 사람들. 평범하다-라는 수식어를 깨고 싶었습니다. 그들을 대중/여론/국민의 일원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었습니다. 왜 그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촘촘하게 기사화되지 않는 겁니까. 왜 기록되지 않는 건가요. 어쩌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사람에게라도 세월호는, 그의 일상에 미묘하게 균열을 일으켰을 겁니다. 우리의 인터뷰는 이 일상의 균열들을 기록하려 합니다. 평범(하지 않은)한 이의 소중한 기억들이요.


5. 


[뭍위에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지난 어느 날, 당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4월 16일 전후로 무슨

                                                                          생각을 했나요?

당신 혹은 당신의

일상이란

맥락 속에서

세월호 사건은,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덧.

이번 인터뷰의 설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에서 도움을 많이 얻었습니다. 하루키는 옴진리교 사린 사건*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맨 처음에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고. 어떤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고. 주변에 어떤 일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나서야 작가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뭍위에서] 또한 하루키의 그러한 인터뷰의 호흡에 맞춰 20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옴진리교 사린 사건 : 일본의 사이비 종교 단체 옴진리교가 1995년 3월 20일 출근시간인 오전 8시. 도쿄 지하철에 화학무기 사린 가스를 살포한 사건. 이로 인해 12명이 사망하고 5,5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글. 릴리슈슈(kanjiwon@gmail.com)

[뭍위에서] 인터뷰팀. 농구선수, 릴리슈슈, 백야, 블루프린트, 소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