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농사를 해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게 재미있어 보였고 다른 동아리보다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학년 때 신선한 동아리를 찾다가 ‘스푼걸즈’라는 동아리 포스터를 보고 가입하게 된 해인 씨, 그녀는 지금 도시 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숟가락으로 땅을 일구다 :: 이화여대 ‘스푼걸즈’
스푼걸즈는 이화여대 도시농업 동아리이다. 도시농업은 도시 지역 내 생활공간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생활공간과 가까운 곳에 경작지를 조성해 여가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 학습의 장으로서 역할도 한다. 또 건물 옥상이나 아파트 단지에 소규모 텃밭을 조성하는 등 도심 내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스푼걸즈'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가에서도 도시농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스푼걸즈는 처음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라는 연합동아리에서 출발했다. 스푼걸즈라는 이름은 숟가락으로 땅을 일구면서 얻게 된 이름이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밭 옆에 두었던 농기구가 자꾸 사라진다거나, 예쁜 꽃을 심어두면 누가 가져가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올해로 6년 차다. “가장 선배인 부원이 새로 온 부원들에게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주는 방식이에요. 저희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아서 책과 인터넷으로 정보를 많이 얻고 있어요.”
재배된 농작물은 기본적으로 부원끼리 나눠 가진다. 집에서 요리해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고 밭 옆에서 바로 요리해 먹을 때도 있다. 밭 옆에서 고기와 함께 먹을 때 해인 씨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또 지금 한 재단의 후원을 받으며 재배된 작물을 재단과 연결된 독거노인 분들께 전해드리고 있다. “가을 농사 땐 김장을 해서 전해드렸었어요. 적은 양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직접 지었다는 것에 되게 기특해 하시고 고마워하셨어요.”
땅을 알아가는 즐거움 :: 서울시립대 ‘그린 팝’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제1 공학관 앞에 있던 아스팔트 주차장을 뜯어내고 새롭게 텃밭으로 조성한 ‘시대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시대 텃밭은 대학 내부의 사람들에게 분양해 각종 작물을 재배한다. 또 시립대 환경원예학과에서는 ‘그린 팝’이라는 소모임을 운영한다. 그린 팝은 학교 건물 옥상에 흙을 옮겨 작은 텃밭을 만들고 그곳에서 각종 작물을 키우는 활동을 한다.
그린 팝은 환경원예학과 소모임으로 만들어졌고 올해로 3년 차다. 도시농업이 활발한 데 학생들끼리 환경 원예를 배우는 학과에서 이와 관련된 동아리나 소모임을 하나 만들자는 얘기가 시작이었다. 또 학과에서 배우는 과목에 대해 실습하는 활동과 활동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있어서 소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린 팝에서는 개인이 원하는 작물을 재배하며 텃밭 조성, 파종부터 수확까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옥상에 텃밭을 조성했다 ⓒ그린팝
그린 팝의 김수아 씨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원예과이기 때문에 재배법에 관한 건 교수님들이나 국화실에서 일하시는 기사님들께 배워요”라고 말했다. 수업시간에는 세계 각 나라의 도시농업 사례에 대해 배운다거나 앞으로 우리의 역할에 대해 배운다. “저희 작물에 농약은 안 쓰고 대신에 마늘 액을 뿌립니다. 이런 사소한 것은 저희가 찾아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수아 씨는 회장 언니와 함께 배추를 돌보러 갔다가 엄청 큰 배추벌레를 보고 기겁한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밤에 식물들을 돌보면서 비막이용 돗자리를 풀어 같이 온 사람들과 소풍을 즐겼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햇빛과 물과 흙만 좋으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잘 자라요. 그리고 한 종류만 심기보다는 섞어서 심는 것이 좀 낫다고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관심이 제일 중요해요. 작물들을 자주 보면 잡초도 작을 때 뽑고 벌레도 잘 없앨 수 있어요.”
도시 농업을 통해서 생명이 자라는 것을 직접 보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배운다. 해인 씨는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도시농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내가 먹을 작물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없는데, 이렇게 규칙적으로 흙을 만지는 것이 그 어떤 운동이나 취미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요. 육체적인 노동을 해서 작물을 얻는 것이 다른 일로는 느끼기 힘든 생산적인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수아 씨는 “좀 부지런해지는 것 같아요. 작물에 조금만 관심을 주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해요. 절대 혼자서 돌보지 못하니까 같이 모여서 일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텃밭이라는 키워드로 다른 사람들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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