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편에서는 김민수 대표의 위원회 참여 후기를 담았다. 그리고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청년유니온은 벌써 내년의 최저임금위원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진한 아쉬움 속에서도 그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최저임금위원회가 더 잘 ‘돌아 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민수 위원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여론’이 중요하다


임금협상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촉진하기 위한 청년유니온의 활동(페이스북 카드 뉴스, 런치 문화제 등)은 멈추지 않았다. 행사의 기획부터 진행까지 청년유니온이 거의 도맡아 했다. 노동계 쪽에서도 청년유니온의 이러한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같은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민수 위원장은 “우리가 목표했던 성과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회의장에서의 논의 내용을 위원회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청년유니온에서는 전체회의가 열릴 때마다 그 회의 내용을 카드뉴스로 페이스북에 올렸고, 기자회견, 페스티벌, 동영상 등을 통해 끊임없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뉴스를 전했다. 사람들이 최저임금이라는 의제에 대하여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청년유니온 페이스북


청년유니온의 이러한 시도는 유니온이 ‘채널’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우리는 안에서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에요. 위원회 바깥에서 사람들의 의견 혹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안에서의 싸움을 조직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에요.” 김 위원장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위원회 안까지 들릴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 활동의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소상공인과의 연대가 필요해


청년유니온은 앞으로도 다양한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할 계획이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는 "‘우리가 방향을 잘 잡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 나가면 되겠다’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유니온을 포함한 근로자위원들만으로는 최저임금을 상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여론이 중요해도 모든 사람이 위원회에 들어갈 수는 없다. 결국에 그들이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위원회 내 사용자위원들이다.


'소상공인들하고 같이 하지 않고서는 최저임금을 일정 금액 이상 올릴 수 없다.' 그가 위원회를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강하게 저지했던 사람들도 소상공인 위원들이었다. 최저임금은 그들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다. 지급해야 할 인건비가 늘어나고 인상분을 감당하지 못하면 영세 자영업자는 위태로워진다.


결국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과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과정이 같이 가야 한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이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바람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협상장 안에서는 소상공인 위원들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위원회에서 벗어나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같이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도 많아요. 그 목표는 소상공인들과 청년 노동자들이 함께 대기업을 조지는 거죠. 사실 위원회 바깥에서는 소상공인 측과 기자회견 많이 해왔거든요. 회의장 안에서는 협력하기 힘들지만 ‘회의장 바깥에서 신뢰관계를 누적하다 보면 입장 차이가 점차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김 위원장은 앞으로 소상공인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단순한 당위론을 넘어서 그들과 진짜 협력할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만 원? 그게 현실 가능해?


‘만 원’. 그들이 목표하는 최저임금이다. 이 액수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고함20에서도 <[마지노선의 최저임금] ⑤ 20대들은 최저임금을 어떻게 생각할까> 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다. 20대들조차 ‘만 원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김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실제로 ‘만 원’이라는 최저임금 목표 액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20대,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바꿀 생각은 없다. 여전히 내년 목표도 ‘만 원’이라고 못 박았다. 김 대표가 기를 쓰고 최저임금을 만 원을 올리려는 이유. 최저임금이 모든 사람의 임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인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최저임금은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임금의 하한선이 아니다. 그에게 최저임금은 먹고 살기 위해, 땀 흘려서 애쓰는 사람들이 본인의 삶과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최저 기준선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한국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 “물론 만 원이 아르바이트 임금이면 망설여질 수 있죠. 하지만 최저임금은 부모님들의 임금이 될 수 있고 전체 가족들의 임금이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직장생활 하다가 잘리면 그다음 직장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받는 임금, 그 돈이 최저임금일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은 고용이 불안정한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은 필연적으로 생활임금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와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위원장의 일정 관계로 일찍 종료되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는 기자 뒤로 칠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칠판에는 크게 “청년유니온 고마워요 ;-) 6,03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최저임금의 당사자인 동시에 최저임금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것 중 하나가 청년유니온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들이었다. 기자에겐 단순히 참고할 만한 정보들이 아니라, “내년에 생활을 위해 몇 시간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가”가 달린 문제였다. 글들을 보며 분노하고, 응원하기를 반복했다.


 

청년유니온 응원 글이 적혀 있는 칠판


모든 청년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의 당사자이면서도 막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요구에 청년들은 두려워하고 망설인다. 하지만 20대인 김민수 위원장은 다른 20대들에게 바란다. 우리가 우리의 삶의 요구를 함에 있어서 우리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그리고 ‘20대’의 입장을 가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지금 필요하다고 말이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기자는 청년유니온이라는 채널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소용돌이의 가장 중심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결과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더라도 청년유니온과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개인적인 실망감은 없다. 단지, 아쉬움이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믿음을 갖고 그들의 활동을 지켜볼 것이다. 

 

 

인터뷰/정리: 베르다드(qwerty9254@naver.com), 상습범(bis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