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대개 시시하다. 다른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소소하다, 대수롭지 않다, 자질구레하다, 미미하다 정도일까. 그래서 일상은 금방, 쉽게 잊힌다. 평범한 날들은 ‘평범해서’ 가장 먼저 기억에서 사라진다. <B급 일상 관찰기>는 가물가물 스러질 법한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사건이 되지 않는 일들이 토막토막 60개의 이야기로 남았다. 편집자 신주현 씨에게 지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 B급 일상 관찰기 표지



책날개 작가 소개란에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중’이라고 쓰여 있네요.

살면서 불특정의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깨알 같은 재미나 소소한 위안이라도요. 그걸 위해 제가 선택한 수단이 글이었어요.



소소하게 웃음이 나오는 글이 많았어요. 그런데 주현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언뜻 비칠 뿐 정확히는 잘 안 나오던데요.(책에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 강사, 일요일에 짬을 내어 글을 쓰는 일요작가라는 수식어가 교차한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몇 년 했어요. 교육 회사였는데 순수한 꿈을 안고 들어간 게 문제였어요. 아이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사교육을 만들겠다는.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였죠. 이윤추구를 해야 하는 회사에서 교육은 ‘수단’인데 말이죠. 가치관이 심각하게 충돌하는 순간을 겪었어요. 남들이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요.

결국 회사 생활을 접고 지금은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수업을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할 때가 그래도 가장 즐겁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걸 고민하는 거니까요. 아, 물론 수업이 늘 성공적인 건 아니에요. 



어떤 갈래로 삶이 흘러왔는지 듣고 나니 좀 더 글에 감정이입도 되고 좋네요. 언제 어떻게 글을 쓰세요? 소위 ‘일요작가’의 구체적인 일상이 궁금해요.

일요일에만 글을 쓰는 건 아니고 일하지 않는 시간을 활용해서 글을 써요. 일화 중에도 있지만, 일을 병행하면서 작품 활동하는 사람들을 일요작가라고 부르더군요. 그런 점에서 저도 일요작가겠지요. 소재는 생각이 날 때마다 기록을 해두는 편입니다. 적어두지 않으면 쉽게 휘발되더라고요. 제 기억력이 나쁜 탓도 있고요.



나중에 이 글을 모아 독립출판물을 펴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신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어떤 계기로 출판물을 펴낸 것인가요?

‘넌 너무 생각이 많아!’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그게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글쓰기를 1년 정도 배웠어요. 글을 쓰면서 느껴지는 배설의 묘한 쾌감이 좋았거든요. 힘줄 때는 힘든데 나오면 시원한, 뭐 그런 느낌 있잖아요.

다만 저만 알아볼 수 있는 일기 같은 글 말고 좀 더 다듬어진 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렇게 쓰다 보니 글이 제법 쌓였죠. 아주 자연스럽게 책으로 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처음엔 제 '환갑 잔치용'으로 생각해서, 훗날 잔치에 초대할 지인들에게만 돌리려고 했어요. <B급 일상 관찰기>를 들고 온 오래된 벗들과 60년생을 돌아보겠다는 원대한 꿈이었죠. 그렇게 작업을 하는 도중에 독립출판물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깜짝 놀랐어요. 자기를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결국 저도 거기에 동참하게 되었네요. 그렇다고 환갑잔치의 꿈을 접은 건 아니에요. 나중에 <B급 일상 관찰기>를 읽으신 분들이 책을 들고 제 환갑잔치에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환갑 잔치용이라니 생각도 못했던 대답이네요. 수십 년 후의 입장권이었다니. 아, 관찰기의 형식 말인데요. 각기 다른 분량의 에피소드 60개가 어떤 삽화나 사진도 없이 담백하게 주르륵 나열되더라고요. 혹시 의도하신 것인가요?

제가 그림이나 사진에 소질이 없어요, 안타깝게도. 그래서 글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갈 능력도 안돼서 일단 에피소드 형식을 택했어요. 저에게 가장 알맞은 형식을 찾은 거죠. 



출판물을 펴내는 일이 뭔가 굉장히 본격적이라는 느낌을 주게 하는데, 펴내면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셨나요?

출판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큰 걱정거리는 없었어요. 많이 팔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그리 크진 않았고요. 다만 제 책이 글만 쭉 나열되어 있는 식이라 독자들에게 과연 어필이 될지 의문이 들긴 했어요. 제 책은 글로서 승부를 봐야 하니까 부담이 컸죠. 



조금 에두르는 느낌이긴 하지만, 제목으로 돌아가서요. 왜 본인의 일상을 ‘B급’이라 칭하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이의 삶이 B급이라고 생각해요. 고급스럽지도 우아하지도 않거든요. 연인과 헤어져 슬픔에 잠겨있을 때도 아침 7시에 일어나 회사에 가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일해야 하잖아요. 재벌은 다른가요. 승계 문제로 진흙땅 싸움을 벌이는데도 대중에게 미소를 띠며 “걱정 마세요, 국민 여러분~” 하잖아요. 삶 자체는 모순덩어리에요. 그래서 '관찰'이 더욱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요. 



그렇다면 그 B급 일상을 ‘관찰’하는 것, 그것을 활자로 내려 앉히는 것이 주현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관찰은 제 평소 습관인데요. 저는 제 동생 얼굴에 있는 여드름을 관찰하는 것마저 좋아해요. 아주 사소한 걸 관찰하고 포착해서 저만의 사유를 통해 글을 써내려가는 일, 그게 즐거워요. 단순하게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일상이 궁금한데요. 블로그를 살피니 다음 출판물을 계획하고 계신 것 같던데 <B급 일상 관찰기 2>가 나오는 건가요?(블로그 링크)

기존의 형식을 한번 뛰어넘는 작업을 구상 중이에요. <B급 일상 관찰기>는 관찰을 모티브로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없어서요. 그래서 다음번엔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에피소드를 나열해볼까 해요. 그 주제는 연애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 물론 연애 '관찰기'입니다.



인터뷰.글/ 이매진(4stagion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