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 사람과 헤어나고 한 달이 지났다. ‘고함20’이 8월 중순이 되면서 결국 오픈을 하게 되었고, 시간은 참 많이 흘렀다.


나름대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내용을 보니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과연 이런 단문의 인터뷰로 사람들을 가슴 뛰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잘 한 것일까?


추가적인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은아 씨 이메일을 알고 있는 그 분 덕분에 박은아 씨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관련분야에서 취업을 준비하시는 박은아씨는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부탁에 대해 흔쾌히 응해주셨다. 질문할 내용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유명 신문사들이 주로 한다는 이메일 인터뷰로 대신하기로 했다.


내가 이메일 인터뷰를 작성하기 며칠 전에 무릎팍 도사 한비야 편이 방영되었다. 월드비젼이라는 NGO 단체에서 구호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비야 씨는 어렸을 적에 자신의 방에 붙여져 있는 세계지도를 보고 세계를 걷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30대 중반에 그 꿈을 이루게 된다. NGO 활동, 미국 현지 UN 인턴쉽을 마치고 이제 관련계통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박은아 씨도 어렸을 때 이런 것들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5학년 때 약 2주 정도 영국에 계신 이모님 댁에서 지냈어요. 당시에는 영어도 못할 때였지만 손짓 발짓으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의사소통이 다 되더군요. 덕분에 금방 여러 나라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겨우 2주였지만 영국을 떠나는 날,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너무 정이 들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배운 게 있었어요. 그 나라 언어를 못해도 마음과 의지만 있으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요.


또 하나가 있네요. 어렸을 때 그렇게 영국을 떠나면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다시 유럽을 여행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유럽에 가고 싶다는 이 열망(?)덕분에 대학생 때 6개월간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서 지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영국에서 배웠던 것 - 언어가 없어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 - 이러한 자신감으로 여러 나라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제가 배웠던 자신감과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제 다양한 경험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서로 사귈 수 있다는 박은아씨의 그 마음가짐을 나는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캐나다 어학연수 갔을 때에 만난 남미, 중동, 아시아의 친구들과의 그 대화, 그리고 그 마음가짐...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세상을 향한 자신감도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캐나다 생활을 떠올려 보니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캐나다에서 만난 연예인 얼굴의 10대 브라질 소녀 이야기, 지갑 잊어먹은 일 등..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기 마련인데.... 강연 중에 뉴욕 생활에 대해 박은아씨와 최연재 씨가 언급하신 부분이 있었다.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았을 법도 한데..


“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뉴욕에 있는 구글 사무실에 방문했던 일이예요. 저녁에 유엔에서 근무하시는 선배님하고 맥주한잔하려고 바에 들렀는데, 바로 옆에서 술을 마시던 미국사람과 우연히 친해지게 되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구글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더라구요.  구글 사무실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여러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그 친구를 통해서 뉴욕 구글 사무실 구경도 하고 그곳 식당에서 밥도 먹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폐쇄적인 대한민국 사람들과는 다르게, 미국 사람들은 그들만의 자신감, 그리고 서로간의 공감을 통해 타인과 마음을 터놓고 친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런 개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회사는 박은아씨가 방문한 구글이라는 회사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그러한 폐쇄적인 면도 어떻게 보면 안전성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등에서 보았을 때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인한 상호간의 공유, 그로 인한 세계의 변화 등을 살펴볼 때 이러한 폐쇄성은 궁극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게 되지 않을까?


이번에는 실용적인 질문으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모두 주목! 뉴욕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여기저기로 외국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데 어떤 특별한 팁 같은 것은 없나요?


“팁 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색다른 환경에 자기를 굴려라 (!)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한국과는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경험하려고 간 것이잖아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나 음식, 문화에 적응하기가 어렵지만 눈 딱 감고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금방 적응하게 되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 번 이상은 해봐야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고 생각하고 새로운 것에 적어도 한번씩은 (물론... 한번만 하고 다시는 안한 것도 있습니다. 태국 음식 중 고수풀은 두 번 못 먹 겠더라구요 ^^;) 도전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름대로 얻은 것도 많구요.”


빙고.. 무엇보다도 그 나라의 풍습과 생활을 이해하려면 그 나라 사람들과 많이 만나 봐야 된다. 만나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나라 사람 말도 배우고, 전통음식도 먹어보는 등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들을 깨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박은아씨 인생에서 궁극적인 꿈은 무엇일까?


사실 지금도 제 꿈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국제 엔쥐오에서의 인턴생활을 통해 나름대로 국제기구를 경험해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당분간 더 많은 경험을 하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제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해요. 아직 젊으니까 두려워하지 않고 최대한 여러 일을 경험하고 결정을 내리려고 합니다. ^^;”


20대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한다. 세상이 어렵다고 사회가 어렵다고 그렇게 강조해도 자신의 궁극적인 꿈을 찾아가는 사람은 그 한 목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그 길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박은아씨는 일반 대학생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많은 경험 속에서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꿈을 찾지 못한 듯싶다. 하지만, 앞으로의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궁극적인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이 세계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꿈이 아닌 우리를 넘어 모두를 바라 볼 수 있는 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