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도움으로 21일 새벽은 신촌에서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평소,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차가 끊긴 마당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쉽게 방을 내어주신 지인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내가 나온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간 곳은 내가 다니는 학교의 대학교 도서관. 나는 거기서 인터넷을 통해 강의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본다. ‘나의 UN 인턴 체험기’..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조금 난해하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고 있다. 강연자들의 경험 위주로 써야 될까? 아니면 정보를 알려주는 형식으로 적어야 될까? 요즘 기사 형식을 바꾸라는 주위의 압박(??)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번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 별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고, 드디어 결정한다.
그냥 가자!
오늘 강의는 4시, 고려대 신 법관 건물에 있다. 강연자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4학번 박은아 씨, 그리고 같은 과 02학번 최연재 씨이다. 섹션 참석자들과 같은 나이 또래에 있는 그들의 강연이 그렇게 중요하게 보이는 이유는 남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UN인턴쉽’을 직접 참여해 보았기 때문이다. 섹션 참석자들 중에는 UN으로 진출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오늘 강의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참석자들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UN인턴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한 그들이 보는 20대는 어떠한 존재일까? 이러한 내용이 나는 정말로 궁금했다. 다행히도, 강연을 마치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러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우선 박은아씨와 최연재 씨는 UN 인턴을 하기 전 NGO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UN 인턴 활동에서 NGO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들에게 NGO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최연재씨는 NGO가 추구하는 가치와 젊은 세대들의 NGO 참여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었다.
(최연재) “NGO의 재정은 현재 '기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생력이 부족하고, 다른 개인이나 단체에게 매달리는 상태입니다. 이런 지원 속에서 NGO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NGO 운동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세계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우리사회 내에서 NGO의 역할이 미미하다는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NGO활동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저는 젊은 대학생들의 NGO 활동의 동참을 추천합니다. 젊은 시절의 NGO 동참은 자신을 넘어 타인을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어떤 행위로든 NGO 활동 참여는 세계이슈를 해소하는데 작은 힘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얻는 사회적 이익은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될 것입니다.“
박은아 씨는 한국 내에서의 NGO의 중요성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었다.
(박은아) “UN에서도 국제이슈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N에서도 이러한 노력에 한계가 있어서 세계 여러 NGO들과 연합을 맺고 있습니다. 어떤 특정분야에 대한 정보력과 개개인의 능력은 NGO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NGO의 역할은 매우 필수적입니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NGO의 활동이 점차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NGO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특성상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하는 NGO를 들어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도움’과 ‘관심’, ‘협동’이다. 언제부턴가 이 사회는 ‘경쟁’이라는 가치를 20대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UN과 NGO와의 관계에서 구성원들은 ‘협동’이라는 가치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NGO는 일반 사람들에게 사회이슈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 세 가지가 없다면 세계평화라는 가치는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현재 20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88만원세대의 중심부에 서있고, 이제 앞으로 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될 그들이 보는 20대는 어떤 것일까? 박은아씨와 최연재씨는 이 질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최연재) “현재 20대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하고 싶은 것을 실행하는 것이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UN내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인턴들도 용기 있게 자신의 어려운 위치 속에서 노력해서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UN을 비롯한 어느 직업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길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20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박은아) “자신의 현재 자리에서 목표가 있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자신이 만족적인 직업을 갖기 어려울 지라도, 주위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기회는 찾아 올 것입니다. UN 내에서는 인턴생활 2년을 마치고 정 직원으로 채용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더 큰 기회를 위해 인내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이들의 말을 들으니 나의 경험이 떠올랐다. 나 역시 취업이 잘되는 전기공학과에서, 전망이 불투명한 타 대학 신문방송학과로 편입을 통해 옮긴 것은 ‘나의 꿈을 이루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하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여러 어려움 가운데서도, 마음가짐 하나만을 믿고 최선을 다해왔고, 용기 있게 결단을 내렸기에 현재의 내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그들은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이미 졸업을 했고, 졸업준비 중인 그들의 계획은 거창하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박은아) “원래 졸업 후에 UN을 목표로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UN인턴쉽을 통해서 UN내에서도 제가 알지 못한 여러 가지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녀오고 나니, 오히려 UN에 있는 것보다는, UN외부에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는 졸업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그 일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최연재) “저는 세계평화라는 꿈이 있습니다. 국제정치에서 분쟁은 필수불가결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상황 가운데서 이론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만들 수 있고, 이를 가치관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UN을 포함한 국제기구, 혹은 NGO등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턴은 하나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인턴쉽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평화를 구상해 볼 수 있는 단체나 기업체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8월중 달에 창간할 ‘고함20’에 대해도 물어보았다. 이제 20대 대학생의 문턱을 넘어 사회인으로 진입하는 그들에게 ‘20대들과 사회가 소통’ 웹진에서 꼭 들어가야 될 내용은 무엇인지 질문을 해보았다.
(최연재) “블로그 내에서는 기자든 방문객이든 비슷한 선상에서 있는 20대들입니다. 이러한 20대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블로그을 통해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20대들만의 공론장을 형성하게 된다면, 그 안에서 세련된 토론을 할 수 있는 20대 참여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안에서 또 다른 20대들의 새로운 정보를 덧붙이게 된다면, 그 자체로 매우 역동적일 것입니다. 또한 웹진에서 추구하는 ‘20대와 사회와의 공감’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시 30분에 모든 인터뷰가 끝났다. 꿈을 향해 찾아가는 그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타인을 비롯한 세상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다. 그들이 말한 ‘20대 공론장으로써 웹진’,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NGO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관심과 배려가 없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한다. 내 주위에 있는 고민들은 모두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지 않을까? 세상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으면서도, 그 의견에 직접적인 표출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까? 우리 한번 다 같이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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