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숙자 재활 교육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교육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직업 교육도, 기초 실무 능력에 관한 교육도 아닌 인문학 교육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인문학 교육이 노숙자들의 ‘자존감’을 고취시키고 삶이나 존재에 대한 이유를 제시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나중에 직접 일을 하며 배워도 될 실무적인 것들 보다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존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

  우리나라 대기업의 후계자들의 상당수는 대학에서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경영관련 수업은 대학원에서 MBA 등을 통해 익히고 대신 학부에서는 기초적인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다는 것이다. 삼성의 이재용 부사장의 경우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였다. 故 정몽헌 회장 역시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정몽준 의원과 이건희 회장 또한 경제학을 전공했다.

3.

  직업이 없는 노숙자든 대기업의 오너든 인문학은 그만큼 중요하다. 인문학의 대표격인 철학은 만학의 아버지라고 하지 않던가. - 철학박사든, 경제학박사든, 공학박사든 그들은 모두 “Philosophy" Doctor(Ph.D)이다. - 하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상은 어떠한가. ‘취업’이 대학 평가의 바로미터가 된 이후 대학들은 하나같이 '직무 스킬‘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또 ’친 기업‘을 외치기 시작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영 ․ 회계관련 전공들의 인원은 하나같이 늘어나고만 있고, 철학 ․ 사학 ․ 문학, 기타 사회 과학 전공들은 통 ․ 폐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시점에서 경희대가 2010년 9월 17일 출범한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재학생 교양 전담 대학으로써 인문학 관련 강의들을 담당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7개의 인문 교양 과정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5개 이상을 수료해야 한다. 경영학과만 더욱 특화시켜 새로운 과를 개설한다거나, 기존의 있던 상경대학을 확대 개편한다거나, 인문학 관련 전공을 크게 축소 시킨다거나 하는 기존의 여러 대학들의 행보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학문의 전당’에서 ‘만학의 아버지’를 홀대하는 것이 작금의 대학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경희대의 ‘인문학 실험’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