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더웠던 더위도 한층 사그라든 요즘이다. 사람들의 복장도 길어지는 것이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다. 하지만, 변화된 날씨를 느낄 틈도 없이 오늘도 공부에 내몰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수험생들. 특히, 이제 막 수시전형이 끝난 참이라 그런지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수험생의 수시전형은 끝났지만 수시전형에 내재된 여러 문제점들은 아직도 미해결된 채 남아있다. 한 번, 한 번이 전쟁이지만 지나가버리면 어느새 잊고 마는, 아니 잊고 싶은 원서 철. 그중에서도 방금 막 끝난 수시전형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경쟁률 높은 수시전형


올해 수시모집 응시자는 작년에 비해 무려 12만 명이 늘어난 55만 3천여 명이 지원했다. 애초에 복수지원이 가능한데다 지원자까지 많아지다보니 각 대학별 경쟁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먼저 서강대와 중앙대가 45.91:1과 45.86: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외대는 36.35: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외에도 한양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35.18:1과 32.69: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번 수시모집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출처 - http://news.suwon.ne.kr/main/section/view?idx=458316



사실 수시 전형 자체가 애초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잔 식의 지원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시 같은 경우 무제한적으로 원서를 낼 수 있고 같은 학교에 중복해서 2개의 원서를 낼 수 있는 경우도 많다(2-1수시모집에서 하나, 2-2수시모집에서 하나의 전형을 고를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게다가 수시 전형같은 경우 낼 수 있는 원서의 가짓수가 3개로 한정된 정시 전형보다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수시전형처럼 바로 전에 봤던 모의고사가 어렵게 출제됐다거나 내년도 교육과정에 새로운 내용(미적분 등)이 추가되는 식의 변수가 있을 때마다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이 수험생으로 하여금 많은 원서를 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시 전형의 경쟁률은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시전형은 대학의 돈줄?!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대학들이 수시 전형료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처지일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은 감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있는 신세다. 그 속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대학의 이익추구와 수험생의 불안함이 만들어낸 절묘한 합작품일 수밖에 없다. 

수시 전형료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7만원에서 10만원 사이에서 책정(일반전형 기준)되는 게 일반적이다. 주요 대학의 수시 지원자가 평균적으로 5만 명 정도(정원에 따른 차이가 크다)라는 걸 감안하면 전형료를 최소 7만원을 잡더라도 35억이라는 돈이 대학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고려대는 47억 원, 성균관대는 46억 원을 벌었다 하니 이 쯤 되면 해마다 건물 하나가 올라간다는 소리가 허튼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한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의 모습



가계의 입장에서도 이는 고스란히 부담일 수밖에 없다. 원서 몇 개만 써도 벌써 수십만을 지불하는 셈이 되는데, 그렇다고 앞으로의 인생이 좌지우지 될지도 모르는 원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가능성이 있는 곳은 다 찔러보는 셈이 되는 것이다.


유예된 해결책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대학서열화의 종말을 통해 각 대학의 배째라식 돈벌이를 중단시키는 것이지만 지금 당장이 급한 수험생들에게 이는 너무 머나먼 해결책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수시 전형제도를 바꾸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하지만 섣불리 제도를 수정했다가 대학의 자율을 침해한다는 핀잔을 들을 위험도 있으니 정부로서도 단기간에 해결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오늘도 유예기간 속에서 수험생은 방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