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전국 30개 부실 대학 명단을 공개하고,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대학을 선정한 기준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학사관리 등의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와 저소득층 학생 지원 실적, 대출금 상환율을 포함한 재정건전성 등 대학 재정을 평가하는 지표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기준으로 대학을 선정해 공개하는 것은, 정부가 해당 대학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번 부실 대학 선정은 재정적 측면과 일부의 교육 질적 측면을 놓고 선정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 선정 기준에서 대학 교육의 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두 가지 지표가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여실히 나타낸다. 일단 이 두 가지 지표가 대학 교육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이다.

일단 대학교는 ‘취업’이 목적인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적절하지 않다. 대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다. 자신이 알고 싶은 지식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공간이 대학이다. 물론 현 세태는 이와는 달리 ‘취업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취업률로 대학 교육의 질을 파악한다는 것은 대학의 취지에 대해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물론 이 정권의 취미가 오해인 점에 미루어보았을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또한 3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학생 충원율 역시 문제이다. 재학생 충원율은 신입생 모집의 원활성과 중도 자퇴비율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입생 모집의 원활성은 당연히 수도권에서 먼 대학일수록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불리하다는 점에서 전국을 상대로 한 평가에서는 바람직한 지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대학생들의 중도 자퇴가 오로지 ‘나쁜 교육의 질’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학생 충원율 역시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올바른 지표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공개한 부실 대학들은 그 재정의 건전성에 대해서만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명단 공개가 대중에게는 어떻게 작용할까. 기사 댓글이라는 단편적인 예시만 보더라도 ‘그 대학’들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해당 대학 학생들이 선정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는 요지의 기사 베스트 댓글의 내용은 ‘공부 못 해서 그 대학에 들어간 것들이 왜 이렇게 말들이 많아’라는 것이었다. 즉 대중들에게 명단 속 부실 대학들은 ‘재정이 부실한 대학’이 아니라 ‘교육이 부실한 대학’으로 다가간 것이다. 이렇게 인식되다보니 학생들은 당연히 부당한 낙인을 찍히게 된다. 선정 대학들보다 더욱 교육의 질이 좋지 않은 대학이 있고, 선정 대학 학생들보다 중, 고등학교 시절 더욱 공부를 안 한 학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정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육의 질이 좋지 않은 대학이 되었고, 선정 대학 학생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런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되어버렸다.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폭력도 이런 폭력이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부실 대학 선정이 대학교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이번 명단 공개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미 여론이 그 대학들을 '모든 면에서 부실한 대학‘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이번 명단에 선정된 학교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우리나라에 대학이 너무 많다는 것에 동의한다. 또, 그에 따라 구조조정의 필요하다는 것 역시 강하게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부실 대학을 선정하던 그 기준으로는 절대 안 된다. 그 기준은 오직 대학의 ‘재정 건전성’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밝혔듯, 이번 선정에서 대학 교육 질에 대한 지표는 대학 교육의 질을 전혀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퇴출되거나 통 ․ 폐합 될 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은 오직 ‘대학 교육의 질’, 또는 ‘대학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와 외부에서의 객관적 평가’ 등에 따라야 할 것이다. 교육의 질이 우수하나 재정이 부실하다면, 그 대학은 퇴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즉 이번 부실 대학 명단 공개는 정부가 재정이 부실한 대학에게 교육이 부실한 대학이라는 낙인을 찍는 폭력과 지원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대학을 통 · 폐합으로 내모는 폭력을 자행한 것이다. 정부의 발걸음이 보다 조심스러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