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학보인 <연세춘추> 9월 13일자에 실린 연고전 관련 보도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원주캠, 연고제와 관련한 여론은?’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는 원주캠퍼스 학생들의 34%가 정기 연고전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연고전 개막식에서 신촌캠퍼스의 학생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식순은 있었으나 원주캠퍼스 학생회장에게는 어떠한 발언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 (연세춘추 기사 주소 :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13253)


따돌림 당하는 제2캠퍼스 학생들

굳이 연고전과 같은 학교 축제 같은 행사가 아니어도, 제2캠퍼스 학생들이 학내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매우 일상적이다. 각 대학의 커뮤니티들만 확인해 봐도 이러한 소외감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2캠퍼스 학생들이 자신들이 ‘분교’ 소속이라는 것을 숨기는 게 역겹다느니, 제2캠퍼스 학생들이 캠퍼스 간 복수전공으로 ‘본교’로 와서 강의를 듣는 것이 짜증난다느니 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캠퍼스에 대한 호칭에서도 제2캠퍼스를 무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묻어난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등 제2캠퍼스의 공식이름이 존재함에도 불구, 이러한 명칭은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나 존재할 뿐 거의 쓰이지 않는다. 원세대(원주 연세대의 줄임말), 조려대(조치원 고려대의 줄임말), 한산대(안산 한양대의 줄임말) 등이 오히려 더 자주 사용된다.


▲ 디씨인사이드에서만 이러는 거면 좋으련만... 그러나 제2캠퍼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매우 보편적이다.


대학의 재정 지원 상황도 심각하다.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가 당시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분교의 등록금 의존율이 본교보다 평균 18%포인트 정도 높았던 반면, 학생 1인당 학비 감면 및 장학금 지출은 본교가 분교보다 1.7∼2.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학사 행정 등 여러 가지 인프라가 본교에 비해 열악한 상황인 것이 제2캠퍼스의 현실이다.


가장 무서운 건 사회의 색안경

같은 대학 내에서 본교 학생들과 학교에게 느끼는 차별감보다 더욱 무서운 건 사회가 제2캠퍼스 학생들을 향해 끼고 있는 색안경이다. 제2캠퍼스 학생들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매섭게 삐딱하다. 제2캠퍼스 학생들을 싸잡아 ‘공부는 별로 안 했는데, 학교 이름에 빌붙어 후광을 입으려는 사람들’로 여긴다.

최근 화제가 된 슈퍼스타K2의 김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애초에 그녀가 제2캠퍼스 소속이라는 게 알려지기 전에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다니면서 영어를 못하는 척 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비난했었다. 알려진 후에는? 그녀가 영어를 못하는 척한 것이 아니었다는 여론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새로운 비난의 이유가 추가됐다. 제2캠퍼스 소속임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고려대’의 후광을 입으려 했다는 것. 사람들 참 무섭다.


▲ (이미지출처 : 엠넷, http://sitarta.tistory.com/296에서 재인용)


지난 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제2캠퍼스 학생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11개 사립대 분교가 본교로 변경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람들은 한결 같았다. 그들이 정확하게 어떤 불이익을 받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바가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은 ‘본교인 척 하면서 취업 시에 이득을 얻으려는 수작’이라며 제2캠퍼스 학생을 비난하는 데 또 다시 열을 올렸다.


근거 없는 비난은 범죄

제2캠퍼스가 정당하지 않은 수준의 차별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그들을 정확한 근거 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문제를 넘어 범죄다. 제2캠퍼스 학생들을 울타리 밖으로 몰아내 놓고 비난하면 먹을 게 생기나, 기분이라도 좋아지나. 제2캠퍼스 학생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일을 도와줄 것도 아니라면 말이다. 그들을 동네북 삼아 키보드 좀 그만 두드리고, 자기 할 일이나 좀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