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도 장관들도 언론을 연일 장식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세상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가십거리를 만들어내는 ‘핫’한 대학 총장이 있다. 바로 최고의 ‘이슈메이커’인 고려대학교의 이기수 총장이다. 올해 4월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회장직까지 겸직하고 있는 그의 언행은 그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혹은 실소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그를 비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총장의 민망한 태도는 복지부동이다. 2008년 2월 1일, 그가 고려대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그의 놀라운 망언들을 한 자리에 모아 봤다.


▲ 고려대 이기수 총장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stain44/80100702847)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매우 싼 값이지 말입니다.”

이기수 총장의 다른 언행들도 자주 논란이 되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싼 등록금 드립’이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아주 싼 편”이라고 언급한 것. 2010년 1월 27일 대교협의 제16대 회장으로 선출됨과 동시에 커다란 망언을 터뜨린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위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대교협 신임 회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다신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사회 내의 ‘대학’에 대한 현실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대교협의 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 총장은 고교등급제와 관련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 대학들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발언을 해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고려대는 2009학년도,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내신을 위주로 1차 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형을 실시했으나, 선발 결과 내신과는 관계없이 특목고에서만 합격자가 속출해 고교등급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15일, 일반고 출신 고대 수시 탈락자들의 소송 결과 고대 측이 패소한 가운데 나온 이 총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김연아 우승의 힘은 고대정신 ‘팍팍!’

이기수 총장은 최고의 이슈메이커답게 개그맨 뺨치는 유머를 빵빵 터뜨리기도 했다. 2009년 5월 관훈클럽 모임에서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두고 “내가 ‘고대정신’을 팍팍 주입해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 것. 당시 네티즌들은 팍팍한 세상에서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 총장 덕에 웃는다며 그의 발언에 대해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 총장의 ‘고대정신’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8월, 고려대는 사상 유래 없는 새로운 학문을 세상에 선보였다. 고려대에 대해서 공부하는 학문인 ‘고려대학(Studies of Korea Univ.)’이라는 교양 강의를 새롭게 개설한 것. ‘고대정신’을 사랑하는 이 총장이 직접 강의에 나섰는데, 지난 6일 있었던 첫 강의에서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타 대학의 역사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며 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총장은 하루 전 비난했던 대학인 연세대에서 바로 다음 날, 명예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아직 녹슬지 않은 개그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연히 고대 경영이 더 좋아요!

이기수 총장의 이런 자부심 ‘쩌는’ 행보는 본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고려대가 보여 준 모습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세종대학교라는 대학명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제2캠퍼스의 명칭을 서창캠퍼스에서 세종캠퍼스로 바꾸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고려대 홍보처에서 각종 신문지상에 내보냈던 광고들은 너무 노골적인 무리수를 보여줘서 민망하기까지 하다.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우승 당시, 입학한지 1달밖에 안 된 아직 등교 한 번 하지 않은 그녀를 ‘고대가 낳은 인재’라고 표현하며 학교를 홍보한 것은 양반이다. 정시 원서접수를 앞둔 2008년 12월에는 신문 광고를 통해 ‘당연히 고대 경영이 서울대보다 더 좋아요!’라는 근거 없는 광고를 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신문 광고에 ‘하나 빼고 다 좋아요?’라는 질문식의 카피를 놓고, 그 ‘하나’가 대체 무엇인지가 사람들 사이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And... what's the next?

이기수 총장과 고려대의 엇나간 행보들은 고려대의 사회적 위상을 오히려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고려대 재학생들이 나서서 망언 사과를 요구하기도 하고, 고려대 출신 기자가 ‘내 고대 정체성이 부끄럽다’며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전적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고대인들의 부끄러움이 쉽게 멈춰질 것 같지는 않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망언이 기다리고 있을까. 거 참, 묘하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