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길바닥에서부터 시작된 화살표 모양의 스티커들은 경영관 계단의 난간을 타고 공연장 앞에 다다른다. 화살표에는 공연 일시와 공연 장소에 대한 내용이 꼭 보러 와 주시라는 애교 섞인 문구와 함께 담겨 있다. 길바닥뿐만 아니라 돌담길 게시판에도 홍보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홍보 포스터를 보니 얼마 전, 학내 게시판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은 친구가 여름방학 동안 뼈 빠지게 고생하며 준비한 공연이 있는 날이다. 한 아름의 장미꽃 다발을 들고 공연장에 들어선 난 친구의 판타스틱한 공연에 놀라고 메워지지 않은 좌석 수에 또 한 번 놀란다. 학생 수가 2만 여명인데도 불구하고 경영관 소극장 객석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 학내 동아리 공연 홍보 포스터


학내에는 수많은 공연동아리들이 있다. 댄스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밴드 동아리, 연극 동아리 등 이들 동아리들의 공연 때면 매번 벌어지는 상황이다. 학내 동아리 공연에 무관심한 학생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극 동아리의 일원 김수진(가명, 22)씨는 홍보 포스터를 곳곳에 붙이고 학교 주변 음식점에 발 벗고 나서 공연 홍보를 하는 데도 관객석이 매번 꽉 차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도서관에서 토플 책을 뒤적이고 스펙 쌓기에 급급한 학생들은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 것일까.

지인이 공연을 해야 관심가지는 학생들.

“누구 보러 오셨어요?”

취업의 문턱이 높아져서 만능엔터테이너가 각광받는 시대인 만큼 문화생활도 스펙만큼이나 중요하다. 대표적인 문화생활이 영화 관람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인셉션’의 경우 안 본 사람은 ‘너 그것도 안 봤어?’ 라는 타박을 받기 일쑤다. 영화 관람은 기본이고 연극, 뮤지컬관람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진가현(가명, 22)씨는 과외 번 돈을 연극관람에 투자할 정도로 연극광이다. 연극광인 그녀에게 학내 공연에 대해 물었더니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이유인즉슨 보통 학내 공연은 지인을 보기 위해 가는데 지인 중에 연극동아리원이 없다는 것이다. 지인이 공연을 해야 공연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지인이 없으면 관심은 물론이고 가기 꺼려하는 것도 문제다. 가기 꺼려하는 이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일견 일리가 있다. 임유리(가명, 20)씨는 공연장 입구에서 “누구 보러 오셨어요?” 하는 물음에 “그냥 혼자 왔어요...” 하고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민망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학내 동아리 공연 모습


학내 공연의 질은 낮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박민수(가명,21)씨는 아무래도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학생들의 공연이다 보니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 학내 공연을 기피하는 것 같다고 한다. 안수빈(가명, 23)씨는 학내 공연이 아마추어적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제 시간에 시작하지 않는 점을 꼽았다. 공연이 대개 10~20분이 지나서야 시작되어 불쾌했다며 시간을 지키는 것 또한 공연의 질을 드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학내 연극 공연과 댄스 공연을 다녀온 필자는 공연의 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들은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프로만큼 완벽한 공연을 선보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들은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여름방학을 모두 공연 준비에 쏟아 붓는다. 댄스 동아리 이미영(가명, 22)씨는 여름방학 내내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동고동락하며 공연을 위해 힘쓴 데 반해 학우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20대를 변화하는 문화의 중심에서 소비만 하는 수동세대라고 비판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판에 문화생산을 독려하기는커녕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20대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생산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같은 20대의 관심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될수록 공연의 열기는 타오르는 법이다. 당신이 건네는 관심 한 줌이 가지는 효과는 크다. 게시판의 채용정보 팸플릿을 유심히 들여 볼 때 귀퉁이에 붙은 공연 홍보 팸플릿을 한 번 보고 공연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으면 된다. 당신의 발걸음이 모이고 모여 한산했던 공연장은 빽빽이 매워져 공연의 열기는 한층 더 고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