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대 음대 강사가 허위학력 기재 논란 끝에 해임되었다. 해당 강사는 2006년부터 서울대 기악과에서 ‘현악기구조 및 관리’ 수업을 담당해 왔으며, 국민일보의 기자의 제보를 통해 붉어진 논란으로 인해 결국 강의를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되었다. 분명 응당 해당 강사의 잘못이 맞으며, 그에 맞는 벌이 가해진 것도 맞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나면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통쾌함보다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더욱 더 크게 밀려온다.

서울대학교 학내언론인 ‘대학신문’의 10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음대 측은 최종 학력(대학원 과정으로 추정)은 확인했으나 학부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대 음대의 정태봉 학장은 “해당 강의의 특수성으로 인해 적합한 학위를 가진 전문 강사가 많이 없어 후임 강사를 구하기가 힘든 실정”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대 음악대학 ⓒ encyber.com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해임된 강사는 이 분야의 강의를 할 수 있는 적합한 학위를 가진 몇 명 없는 강사 중의 한 명이다. 최종 학력에 대해서는 위조 사실이 없다는 것을 음대 측에서 확인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학부 과정에 허위 학력을 만들어 기재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얼마나 해당 분야의 실력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력 이전에 학벌이 없이는 강의를 맡을 수 없었던 상황은 아니었을까. 또 다시 ‘실’보다는 ‘허’를 따지는 대한민국 학계의 폐쇄성, 보수성이 드러난 것은 아니었을까.

허위 학력이나 학력 위조에 대한 문제가 드러났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들을 비난하는 것만이 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학력을 위조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유인을 제공한 것은 심각하게 폐쇄성이 짙은 학벌 위계를 가진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내 학벌로 인해 나의 실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면, 나는 과연 청렴결백만을 지키며 초라한 삶에 만족하고만 살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드라마 <닥터챔프>의 김소연은 극 초반에 지방대 학부 출신의 한국대 레지던트로 등장한다. 극 중에서 그녀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레지던트 과정을 수행하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힌다. 동료는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저렇게 열심히 하고, 한국대 출신 후배들에게 세게 대하는 거 다 지방대 콤플렉스 때문’이라며 그녀를 손가락질 하고, 병원장은 그녀에게 ‘지방대 출신은 한국대 의대 펠로우가 될 수 없으니 병원을 나가라’고 이야기한다. 

(의대 펠로우는, 레지던트 과정 수료 이후 병원에 남아 연구와 근무를 계속하며 교수가 되기를 준비하는 전문의를 뜻한다. 실제 현실에서 지방대 출신이 명문대 의대의 펠로우가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드라마 상에서는 실제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해임된 강사가 다시 받아들여지거나, 지방대 출신이 한국대 의대 펠로우가 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이 정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학력을 속였던 그들에게 거짓까지 보탠 비난만 무작정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 서서 그 상황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한 번쯤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