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더 문제가 있는가?

세대론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10대나 20대들이다. 2000년 전 폼페이의 시가지에도 “요즘 애들 버릇없어!”라는 낙서가 있고 전 세계 전 시대에 걸쳐 요즘 아이들은 예의 없는 존재들로 묘사되고 20대 초반에 불과한 내 친구들도 요즘 아이들을 운운하며 걱정한다. 정말로 역사가 시작한 이래로 새로운 세대들은 점점 더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것일까?



일부는 맞을 수도 있다. 과거에 적용되던 장유유서의 도가 아직도 절대적 진리가 아니고 개인의 자유도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 인류 역사만큼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한 세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2000년 전 폼페이에서 요즘 애들이 버릇이 없다고 낙서한 사람과, 그 당시 젊은이들의 생활 태도는 큰 차이가 없다.

요즘 아이들이 버릇없다는 생각은 비교의 대상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뉴스를 비롯한 대중매체에서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전국구 레벨의 문제아와 비교적 평범하고 순탄했던 데다가 기억 속에서 가공되고 미화된 자신과 친구들을 비교하다 보면 요즘 아이들은 언제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진짜로 세종대왕님이 노여워 하실까

그 중에서도 내가 요즘 아이들을 위해 변호하려고 하는 분야는 언어이다. 욕을 달고 사는 아이들에 대한 우려, 신조어에 대한 반감이 개념 있는 어른의 표상인 양, ‘지하철 아이들 관찰기’ ‘신조어의 의미와 용례 분석글’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람은 “세종대왕님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니?”이다. 하지만 세종대왕님이 창제한 한글은 “졍듹고고온랄쓰소(정직하고 고운 말을 쓰자; 중세국어 형태를 일부 고려하여 재구성)”와 같은 것이 아니던가. 세종대왕님은 현대 표준어를 오히려 어려워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중세 국어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긔’체 (~기는 과거의 국어에서 명사형 어미로 쓰였고 현재 ‘ㅣ’로 발음되는 단어들이 ‘ㅢ’로 쓰인 것이 일부 발견된다.)가 더 친숙할 지도 모른다.

언어는 새로 생겨나고, 소멸하는 것

언어는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언제나 움직인다. 특정한 사람들 끼리 만든 새로운 단어의 사용이 확대되어 표준어가 되기도 하고 한 단어의 의미가 변하기도 하며 발음의 변화 역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모든 역사적인 변화를 담은 것이 현대의 표준어이다. “In Language, the ignorant have prescribed laws to the learned(언어에 있어서는, 무식한 사람들이 배운 사람들에게 법을 규정해 왔다.)”라는 말이 있다. 언어는 하향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이 많이 사용하게 되면 그것이 표준이라는 뜻이다.

표준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신조어와 은어가 새로운 사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그러한 행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같은 행동을 했던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로운 말의 사용 빈도를 낮추거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이러한 단어를 삼가는 방식으로 잘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사상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이러한 새로운 말들에 대한 우려는 그 집단에서 융화되지 못한다는 우리의 위기감일 뿐이다.

분명, 우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이상한 말을 쓰다니 정말 말세야!” 라고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들던 아이들은 20년 뒤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이상한 말을 쓰다니 정말 말세야!”라고 말 할 것이다. 

욕에 보수적인 한국 사회

욕을 하는 아이들에 대한 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어원은 알고 쓰는 거니.” 여고생이 X나 라는 말을 쓸 때 마다 X을 X나 흔드는 모습이 생각나 싸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어른도 본 적이 있다. 뜻을 모르거나, 뜻을 의식하지 않고 말했을 여고생으로써는 꽤나 억울한 일이다.

욕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어원을 꼽지만, 우리나라 욕은 곱씹어 보지 않으면 어원을 알기 힘들다. fuck은 ‘섹스하다’라는 동사로도 쓰이는 단어이지만 ‘씨발’의 어원은 현재는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motherfucker, sucker, asshole, wanker와 같은 영어 욕은 ‘엄마와 섹스하는 사람’, ‘성기를 빠는 사람’, ‘똥구멍’, ‘자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외국 드라마를 보면 이렇게 적나라한 욕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욕이 등장하려면 멀었다. MBC 수목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서 시한부 선고와 사기까지 당한 상현이 “씨발”이라고 하자,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세상 사람들이 욕을 하는 것이 현실인데, TV는 그것을 부정한다. 공중파에 욕설이 등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높다는 점을 들지만 알다시피 욕을 가장 많이 향유하는 계층은 청소년이다. 

어떻게 어린 애들이 욕을 하니? 어리니까 욕하죠

“아니 어린 애들이 무슨 그런 욕을 하니.”라고 이야기 하지만 “어린 애들이라서” 욕을 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집단 내에서 적응하려면 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흔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되려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욕설이나 신조어로 나타난다. 게다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비춰지는 세상과 처해있는 현실은 모두 X같은 것들이 아닌가. 이런 문화는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내릴 수 없다. 그들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이가 먹고 속한 집단이 변하면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자신을 교정해 나간다. 어린 아이들이 욕설이 평가 대상이 아니라, 나이 먹은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언어습관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0대는 발언권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청소년 담론은 핵심은 없고 껍데기뿐이다. 이들은 남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평가 당하고, 기성세대 는 자신의 10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어른으로써의 사고로만 바라본다. 이들의 언어사용은 언제나 화제가 되고 문제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이 나오지만, 다뤄지는 것처럼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