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가 온갖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건물의 신축 및 증축에서 생겨난 소음, 기업의 제품 홍보 부스에서 생겨난 소음, 종교 전도에서 생겨난 소음까지 조용한 캠퍼스를 바라는 학생들의 바람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학을 학습 공간이 아니라 대단위 소비자(종교 또한 상품으로 본다면)로 보는 최근의 대학의 상업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학을 상품으로, 학생을 소비자로만 대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조용한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는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장 소음

 언제부턴가 대학교에서 건물 한 두 개쯤 올리는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입시문턱이 좁아지면서 대학 측에서 입시전형료를 올려 폭리를 취하는 것과 관계가 깊다. 고함20에서는 입시전형료로 대학이 취하는 폭리에 대해 비판한 적도 있다(http://goham20.com/483). 이렇게 얻은 수익은 기존의 건물을 증설하거나 새롭게 건물을 지으면서 대학을 포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캠퍼스 내에서 공사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에게 공사로 인한 소음 피해를 준다는 데에 있다.
 성균관대학교 중앙학술관(도서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최근 도서관 증설공사를 하고 있는데, 섣부르게 건물 쌓는데만 신경쓰다보니 학생들이 겪을 피해에 대해선 미처 고려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균관대 도서관 증설공사 모습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실제로 성균관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수정 양(22)은 이에 대해 “도서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공사 때문에 많이 불편하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가장 조용해야하는 도서관이 공사 소음으로 얼룩진 모습은 오늘날 대학행정 관계자가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기업 홍보 부스 소음
 
 기업이 설치한 홍보 부스가 유발하는 소음도 심각하다. 홍보 부스는 새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주요 타깃층이 되는 대학생들을 염두에 둔 기업의 홍보전략 인데, 주로 캠퍼스 내에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 근처에 설치된다.
 이런 식의 홍보 부스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한다든지 추첨를 한다든지 하면서 공사현장과 마찬가지로 각종 소음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롭게 출시된 스마트폰을 홍보하는 부스가 눈에 띄고 있다. 
 

기업의 홍보 부스 모습


 이러한 기업의 홍보 부스는 대학생들을 주요 소비층으로 분류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대학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학교당국자의 시각이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대학생들이 계속해서 신상품의 주요 소비계층으로 남아있는 이상, 이러한 홍보 부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도 소음

 캠퍼스 내에 있는 길거리에서 행해지는 각종 전도행위역시 일종의 소음피해라고 할 수 있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던지는 ‘사후세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식의 질문은 가뜩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더욱 피곤하게 만든다.
 실제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저녁무렵이면 출몰하는 여성2인조의 전도행위가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이 여성들은 길가를 다니는 학생한명을 붙잡고 잠깐만 얘기하자고 한 다음, 구석으로 끌고가서 본인들이 홍보하는 종교에 관심을 보일 때까지 주구장창 설득하는 식이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고 그래서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는 모두 제거되어야한다는 논리는 이미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대다. 대학교의 상업화도 어쩌면 그 나름의 장점과 필요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땅히 누려야할 학생들의 권리가 일방적으로 침해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캠퍼스의 상업화도 물론 좋지만, 거기엔 학생들의 합의와 동의의 과정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